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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알면 낱말 이해에 얼마나 도움 될까?-이건범 ■ 한자 알면 낱말 이해에 얼마나 도움 될까?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교육부가 중·고교 교과서에서조차 사라진 한자를 2018년부터 초등 교과서에도 집어넣는 방침을 검토한단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이 매우 혼란스럽다. 교육부 방침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떤 이는 ‘한자를 모르면 낱말의 뜻을 알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그와는 결이 좀 다르게 ‘한자를 알면 낱말 뜻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며 교육부의 한자 병기 방침을 옹호하는 분도 있다. 한자를 모르면 낱말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는 오류다. 한자를 모르는데도 뜻을 아는 낱말 하나만 대면 이 명제는 거짓으로 판명 난다. 예를 들어 주로 노인에게 나타나는 ‘치매’가 한자로 癡매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한자를 몰라서 치.. 2014. 11. 4.
‘자랑차다’와 ‘가열차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3]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기운이 가득하면 ‘기운차다’라 하고 어떤 일의 결과가 몹시 좋으면 ‘보람차다’고 말한다. 또 아주 옹골지면 ‘옹골차다’라 하고 희망이 가득한 것을 ‘희망차다’라 표현한다. 이처럼 우리말에 ‘차다’가 붙으면 그 말의 뜻을 한층 보태주거나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다’는 얼마든지 많은 말들에 붙어 쓰일 수 있다. 가령, 매우 능글맞다는 뜻을 나타내고 싶으면 ‘능글차다’고 말하면 되고, 성깔이 보통이 넘으면 ‘성깔차다’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몹시 자랑스러울 땐 ‘자랑차다’라고 하면 된다. ‘능글차다’, ‘성깔차다’, ‘자랑차다’ 같은 말들은 모두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는 표준말이고, 이런 말들을 자주 활용해서 쓰는 것이 우리말 발전에.. 2014. 10. 30.
[사진]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서명운동(10/30/목) 한글문화연대는 10월 30일 목요일, 광화문역 8번 출입구 앞에서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서명운동을 했습니다. 2014년 9월 24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새 교육과정 개편안에 든 "교과서 한자 병기 확대 방침"이 강행되면 국민의 국어 정체성이 약해지고 국어 교육이 뒷걸음질 치며,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늘고 사교육만 흘러넘칠 것입니다. 뜻을 함께하시는 분께서는 아래에 있는 서명용지에 주변 분들의 서명을 받아 02-6082-8855(한글문화연대 사무국 전송/팩스)으로 보내주세요. 함께하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 교육부에 전하겠습니다. 2014. 10. 30.
‘소근소근’과 ‘궁시렁거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1] 성기지 운영위원 어린이 책에서 “별들만이 소근소근 속삭이는 밤하늘에”와 같은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또, “인부들이 한 곳에 모여 수근거리고 있다.”처럼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모두가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러나 ‘소근소근’이라든지 ‘수근거리다’는 말은 모두 바른말이 아니다. ‘소근소근’은 ‘소곤소곤’으로 써야 하고, ‘수근거리다’도 ‘수군거리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수근덕거리다’도 마찬가지로 ‘수군덕거리다’로 써야 한다. 작은 발음 차이 때문에 틀리기 쉬운 말 가운데 하나이다. 받침소리를 잘못 내는 경우도 있다. ‘궁시렁거리다’란 말도 그러한 사례이다. 무언가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한다는 .. 2014. 10. 16.
딴지를 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60] 성기지 운영위원 ‘딴지를 건다’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신문 기고란을 읽다 보면,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는 말이 가끔 눈에 띄곤 하는데, 이 말은 사실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딴지’가 아니라, “글쓴이도 이 표현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와 같이 ‘딴죽’이라 해야 한다.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하여 딴전을 부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은 ‘딴지’가 아니라 ‘딴죽’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딴지’는 없고 ‘딴지치기’가 있다. 딴지치기는 옛사람들이 즐기던 놀이문화인 돈치기의 하나라고 한다.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치게 한 후, 동전이 벽에서 더 멀리 튀어나온 사람부터 돈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돈으로 다음 자.. 2014. 10. 16.
얌치 같은 계집애? [아, 그 말이 그렇구나-59]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뉴스를 듣다 보면 염치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염치’라는 말의 뜻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건강하게 움직인다. 한자말에서 온 이 ‘염치’는 소리가 변하여 ‘얌치’로 쓰이기도 한다. ‘염치’와 ‘얌치’는 뜻이 같은 말이므로 ‘얌치’라고 해도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참 좋은 마음을 가리킨다. ‘염치’나 ‘얌치’나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부끄러움도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얌치’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얌치 같은 계집애!”란 대사가 가끔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 2014. 10. 1.
목이 두꺼운 처자? [아, 그 말이 그렇구나-58] 성기지 운영위원 보름 전쯤인가,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역사학자가 조선시대 때 세자빈을 간택하는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세자빈에 간택되기 위한 용모를 표현하면서 ‘목이 두꺼운 처자’라고 했는데, 함께 있던 출연자들도 모두 목이 두껍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목이나 허리라든가, 팔뚝, 종아리 등을 묘사할 때에는 ‘굵다’, ‘가늘다’로 말해야 한다. “목이 두꺼운 처자”가 아니라 “목이 굵은 처자”가 맞는 표현이다. “팔뚝이 얇다”가 아니라 “팔뚝이 가늘다”이고, “종아리가 두껍다”가 아니라 “종아리가 굵다”로 말해야 옳다. 이런 말들은 사실 어렸을 때 우리말을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 익혔던 말들인데, 이렇게 자기도 .. 2014. 9. 25.
흐리멍텅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7] 성기지 운영위원 ‘흐리다’는 “날씨가 흐리다.”, “물이 흐리다.”처럼, 눈에 보이는 상태가 맑지 않다는 뜻이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텅한 정치인들”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란 낱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들처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흐리멍텅하다’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바른 표기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표준말이 아닐 뿐이지 ‘흐리멍텅하다’가 우리말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14. 9. 19.
이렇게 소리 내고 저렇게 쓰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56] 성기지 운영위원 말을 할 때는 못 느끼다가도 막상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표기가 헛갈렸던 경험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사귀다’라는 말을 ‘사귀어’, ‘사귀었다’처럼 표현할 때 현실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줄여서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준말을 옮겨 적을 방법이 없다. 한글에는 ‘위’와 ‘어’ 소리를 합친 모음자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겨], [사겼다]로 소리 내고 ‘사귀어’, ‘사귀었다’로 적는다.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뜨거운 그릇을 모르고 만졌을 때, “앗 뜨거!” 하면서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짧은 비명을 글로 옮겨 적을 때에는 “앗 뜨거!”라고 적으면 안 된다. ‘뜨겁다’는 ‘뜨거워’, ‘뜨거우니’, ‘뜨거워서’ 들처럼 어미변.. 201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