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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최초 한글 도시인 세종시의 버스가 이상해?-김현규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9. 1.

최초 한글 도시인 세종시의 버스가 이상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현규 기자

kim00294@naver.com

 

최초 한글 도시라는 세종시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은 특별한 버스를 타야 한다. 그 버스에는 ‘BRT’라는 로고가 쓰여 있는데 기존의 버스와는 다른 것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조사해 본 결과 이 비알티(BRT)는 새로운 버스체계를 의미하는 약자였다. 이 약자는 세종자치특별시에서 도심과 외곽을 잇는 버스체계를 시행하면서 이것을 ‘BRT시행’으로 홍보를 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로마자 약자 ‘BRT’를 세종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있을까? 세종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았지만 모두 BRT가 버스라고만 생각하지,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세종시로 통하는 버스를 일컬어 ‘BRT’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버스를 비알티라고 부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살펴본다면 ‘BRT’는 ‘bus rapid transit’의 약자이고 뜻은 ‘간선급행버스체계’이다. 그러니까 지하철은 ‘지하 철도 위를 달리는 전동차’, 버스는 ‘많은 사람이 함께 타는 대형 자동차’와 같이 운행 수단 자체를 의미하는 것과 달리 비알티(BRT)는 운행체계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알티’, 또는 ‘비알티버스’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비알티라는 이름이 버스, 지하철처럼 운행수단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CU’편의점을 보고 편의점이라고 생각하고 CU의 뜻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CU하면 편의점을 떠오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CU’편의점의 경우는 CU브랜드를 광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편의점과 경쟁하는 측면에서 볼 때 어떤 효과가 있지만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세종자치특별시는 ‘간선급행버스체계’를 BRT로 줄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알티(BRT)가 버스의 새로운 이름으로 정의하는 꼴이 돼버렸다.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우리말 해침꾼’으로 세종자치특별시를 뽑은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간선급행버스체계’를 영어로 표현하고 줄여 로마자인 ‘BRT’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버스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물이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낯선 표현과 로마자 표기를 공공시설물에 버젓이 해 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국어기본법을 어긴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행정의 중심 도시이자 한글도시인 세종시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에서, 그리고 세종시에서 굳이 로마자 표기인 비알티(BRT)를 알릴 필요가 있을까?

 

세종특별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도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세종시의 동 이름을 보면 아름동, 도담동, 한솔동과 같은 순우리말(토박이말)로 지정하고 한글산업전을 하면서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하는 축제와 개인사업자들을 모집하는 등 한글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많은 노력하는 중이다. 시 이름도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세종시라 짓고 시의 상징그림(로고)도 세종을 강조하도록 ‘ㅅ’을 활용하여 만들었다.

세종시 상징그림

그런데 세종특별시는 그러한 대대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한글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다. 간선급행버스체계를 영어 약자인 비알티(BRT)로 지칭한 일은 세종시에 살고 있사는 사람들과 세종시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 이는 세종시가 나서서 최초 한글 도시임을 사람들이 망각하는 처사다.

 

무엇이든 이름을 한 번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것에 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이름을 바꾸면서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 세종시는 이름을 정할 때 세종시의 주제와 ‘BRT’이름 사용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최초한글도시인 세종시가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말뿐인 한글 도시가 될 수 있다. 이름을 정할 때 신중하게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어울리는 이름을 정해야 한다.

 

그들은 왜 비알티(BRT)라는 약자를 이름으로 정하여 그 의미도를 제대로 알리는 데도 실패하고 한글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쓰고 있는가. 세종시청과 직접 통화를 하여 알아본 바로는 비알티(BRT)라는 이름을 지칭하는 데에 생기는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이름을 바꿀 계획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더구나 통화를 나눈 담당자들은 세종시가 최초의 한글 도시라는 사실도 잘 모르는 듯 했다.

 

제대로 의미를 알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오해를 낳게 되는 명칭, 이는 분명히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비알티(BRT)의 이름을 바로 잡아 이와 비슷한 경우의 사례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세종특별시가 내거는 구호로나 실제 정책이나 시설물 이름에서나 최초 한글 도시에 걸맞은 행정을 펼치기를 바란다. 더불어 한글 사랑 실천의 모범도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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