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영어 남용이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2018년 봄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행정용어는 쉬운 말을 사용하자고 정부혁신 전략회의에서 강조했지만, 택도 없군요. 공무원과 정치인, 언론인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외국어를 뿌리 뽑는 일을 2019년도 한글문화연대의 줄기 사업으로 삼았습니다. 저희와 힘을 모을 시민을 <공공언어 시민감시단>으로 모십니다.

뭔가 기묘한 영어를 써서 주목받고 실적을 올리고픈 공무원들, 자기 어머니는 알아듣지 못할 영어를 국민 누군들 모르겠냐며 영혼 없이 쓰는 공무원들, 영어와 로마자 사용하는 게 국제 감각에 어울린다고 믿는 공무원들. 그들은 그와 같은 외국어 남용이 외국어 능력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차별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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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에서 올 4~6월에 중앙정부 18개 부처에서 낸 보도자료 3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국어기본법의 한글전용 규정을 어긴 사례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평균 2.4회, 쓸데없이 외국어를 남용한 사례는 보도자료 하나마다 평균 6.6회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2012년부터 이 조사 작업을 해왔고, 꾸준히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였지만, 큰 변화가 없습니다. 다음은 2018년 정부 보도자료에서 뽑은 대표적인 한글전용 위반, 외국어 남용 사례입니다.

 

K-Move(“K-Move 센터를 성과 위주로 개편하고”, 고용노동부), bottom-u(“전국에서 bottom-up 방식으로 현장에서 혁신이 실행”, 기획재정부), TF(“해외일자리 TF는 旣 발표한”, 기획재정부), IR(“투자유치를 위한 IR(Investor Relations) 기회 제공”, 농림수산식품부), One-Team(“민관 One-Team 되어 수소충전소 구축 본격화”, 환경부), ONE-STOP(“유가족 중심의 ‘ONE-STOP 행정지원’을 위한”, 국방부), KOR(“KOR, REPUBLIC OF KOREA” 자동차 번호판, 국토교통부), 제로페이(“제로페이 서포터즈 모집”, 중소벤처기업부), 커뮤니티 케어(“커뮤니티 케어의 주체로서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 보건복지부), 프리(“밀착형 혁신플랫폼 및 특화 문화프리 프로젝트”, 과학기술통신부), 퍼실리테이터(“퍼실리테이터의 안내에 따라 주요 쟁점에 대한 정보를”, 교육부), 듀레이션(“자산-부채 듀레이션을 맞추려는 보험사들에게도”, 기획재정부), 붐업(“한류상품 붐업(Boom-Up)을 유도할 계획”, 산업통상자원부), 아카이브(“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여 그 콘텐츠를 국민께 제공”, 통일부), 모멘텀(“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외교부)

 

‘뭐, 웬만한 영어는 좀 쓸 수도 있지, 너무 빡빡하게 구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누구나 ‘웬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영어 낱말을 자주 쓰다 보면 다른 영어 낱말도 아무 거리낌 없이 더 쓰기 마련입니다. 결국, 어떤 국민은 모르는 영어 낱말 때문에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알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언어의 민주주의야말로 인권의 출발이 아니겠습니까?

 

2019년에는 공공언어에서 외국어 남용을 뿌리 뽑고자 합니다. 한글문화연대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온 힘을 쏟겠습니다. 날마다 정부의 모든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에게 재깍 공문을 보내 지적하고, 바로잡으라고 요구하려 합니다.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명단을 공개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혼내겠습니다. 분기마다 통계를 내서 각 부처 장관과 총리실, 청와대에도 알리겠습니다. 물론 언론에서 다룰 수 있도록 홍보 활동도 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손이 모자라고 돈도 부족합니다. 저희 손을 잡아 주십시오. 일손이 되어 함께 자료를 추리고, 분류하는 일을 도와주십시오. 더 어려운 일도 감당할 수 있는 분은 그런 일에도 나서 주십시오. 이 일은 정말 날마다 꾸준하게 한두 시간씩 해야 하니, 시간과 근성을 갖춘 분이어야 합니다. 요령을 익히고 나면 집에서, 자기 일터에서 하실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모여서 일을 더 잘할 방안을 찾을 겁니다. 활동비를 지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모일 때 드는 교통비와 밥값 정도는 지원하겠습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시간이 없어서 어려운 분은 한글문화연대 후원회원이 되어 돈으로 힘을 보태주십시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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