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의 아름다움과 가치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박찬미 기자
chaanmii@naver.com
토박이말이란 순우리말을 뜻하는 또 다른 단어다. 토박이말 중에서는 좋은 뜻을 가진 단어들이 많다. 그래서 토박이말 이름을 가진 친구나, 아기 이름을 토박이말로 짓는 부모를 종종 만날 수 있다. 또한, 순우리말을 사용하면서 그 단어가 토박이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온통 돌이라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 ‘온돌’을 따뜻한 돌이라는 뜻의 한자어 ‘온돌(溫堗)’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토박이말을 자주 접하면서 살고 있다.
사랑스러운 토박이말
그렇다면 뜻이 예쁜 토박이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사랑옵다’라는 말이 있다. 사랑옵다는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라는 뜻이다. ‘사랑’ 역시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아기가 걸어가는 모습이 정말 사랑옵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쓸 수 있다.
다음으로 ‘보람’이라는 단어가 있다. 보람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을 뜻한다. 그런데 EBS 프로그램 <<순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보람은 원래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쉽게 기억하기 위해 표를 해두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였던 단어다. 예를 들어, 등산로 나무에 빨간 끝 같은 것을 메어 길을 표시해 둔 것을 보람이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표시라는 뜻보다 좋은 결과와 만족감이란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또한 ‘윤슬’이라는 단어도 있다. 얼핏 평범한 사람 이름으로만 느껴지는 이 단어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고향 땅의 봄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은 아름답다’라는 예문을 볼 수 있다.
한자어가 아닌 토박이말이었다니!
한편, 토박이말인지 모른 채 쓰이는 단어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온돌이 대표적인 예다. 도서 『한자 신기루』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때, 백과사전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토박이말의 소리를 한자로 표기하다 보니 한자어로 바뀐 고유어가 많아졌다.
이와같이 국어사전에 한자어로 잘못 올라가 있는 토박이말도 많지만, 그러지 않았음에도 토박이말인지 잘 모르는 단어들이 있다. 먼저 ‘일감’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감은 쉽게 말해 일거리라는 뜻으로, ‘일을 할 재료’를 뜻하는 고유어다. EBS 프로그램 <<순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여기서 ‘감’이란 ‘대상이 되는 재료나 도구, 사물이나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땔감, 장난감 등의 감도 일감의 감과 같은 뜻이다.
다음으로, ‘돋보기’가 있다. 돋보기는 자주 쓰이는 단어지만 순우리말인지 모르고 쓰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단어는 ‘작은 것을 크게 보이도록 알의 배를 볼록하게 만든 안경’이라는 토박이말이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밥을 조금 먹었더니 시장하네.”라는 등 주로 노인들이 ‘시장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여기서 ‘시장’은 한자어가 아닌 ‘배가 고픔’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신발의 ‘신’은 땅을 딛고 서거나 걸을 때 발에 싣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흔히 순우리말이 아니라고 착각할 수 있는 토박이말에는 멜빵, 일손, 가마, 조바심, 길목, 북새통 등이 있다.
한자어로 착각하는 토박이말이 또 있는 건 아닌지 가끔 말을 돌아보곤 하면 좋을 것 같다.우리나라 말이 대부분 한자어로만 이뤄졌다는 인식 속에서, 토박이말의 존재감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지만 토박이말은 여전히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발음도 뜻도 아름다운 토박이말이 생각 외로 많고 평소 자주 쓰는 일상의 말은 대부분이 토박이말이다. 짧은 말 한마디라도, 그 속에 담긴 토박이말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귀여운 대상을 향해 “너 정말 귀엽다.” 대신 “너 정말 사랑옵다.”라는 말을 건네면 어떨까. 토박이말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되새기며 그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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