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의 시작 ‘말모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변용균 기자
gyun1157@naver.com
2019년 새해가 밝고 우리말에 관한 첫 번째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가 개봉했다. 많은 사람이 ‘말모이’가 무슨 뜻인지 몰랐을 것이다. ‘말모이’는 글자 그대로 ‘우리의 말을 모은다’라는 뜻이 담겨있는 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을 일컫는 이름이다. 영화 ‘말모이’는 실제 주시경 선생께서 제자들과 함께 1911년부터 편찬 준비를 시작한 우리말 사전 ‘말모이’를 소재로 하여 조선어학회 사건을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주시경 선생님이 돌아가시며 남긴 ‘말모이’의 원고를 이어받은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을 이어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940년대가 배경이며 당시에는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조선말이 금지되던 시기였다. 조선말이 금지되던 조선의 땅에서 조선인이 우리말 사전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 ‘말모이’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해준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기반을 두고 있는 ‘말모이’는 무엇이고 조선어학회 사건은 어떤 사건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영화‘말모이’ 포스터
■‘말모이’의 시작과 과정
주시경(국어학자, 1876~1914) 선생은 ‘문명 강대국은 모두 자국의 문자를 사용한다’라는 뜻을 품고서 국어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 띄어쓰기와 표준어가 통일되지 않아 글을 배워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1911년에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말 사전 ‘말모이’의 시작이다. 하지만 주시경 선생이 돌아가시고 일제의 탄압 아래 사전 편찬 작업은 중단되게 된다. 15년 후 1929년 10월 조선어학회에서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조직하면서 우리말 사전 편찬 작업이 재개된다. 그리고 사전에 글을 표기하기 위해 1933년 10월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발표한다. 또한, 하나의 사물을 두고 지역별로 사용하는 표현이 각기 달라서 하나의 기준점을 정하려고 3년에 걸쳐 125차례의 논의를 거쳤고 드디어 1936년 10월에 조선어 표준어 사정안을 발표한다. 이때 발표한 어휘는 9547개며, 지정된 표준어는 6232개이다. 그리고 지역별로 의사소통이 되도록 사투리도 사전에 수록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시작하게 된다. 당시 조선어학회의 기관지인 ‘한글’이라는 잡지에 ‘전국의 사투리를 모집합니다’라는 광고를 실으면서 사투리를 모으게 된다. 이때 전국 14개 학교에서 500여 명의 초·중학생이 참여하면서 자신의 지역에서 쓰는 말을 기록하고 뜻까지 풀이해서 보내는 등 전국적인 참여로 말모이 사업은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진행된 사전 편찬 작업은 첫 권이 나오기까지 13년에 걸쳐 진행됐다.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
▲'한글' 제3권 제8호(통권 제27호/1935. 10.)에 실린 방언 모집 광고
■조선어학회 사건
1930~40년대는 조선어 사전 편찬 작업의 막바지 기간이자 일제의 탄압이 절정으로 가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때 일본은 조선의 완전한 지배를 위해 창씨개명, 신사참배 등 ‘민족 말살 정책’을 시행한다. 그러면서 조선어를 학교 수업에서도 폐지하며 조선말을 금지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선어 사전을 편찬하는 조선어학회는 일본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정책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보이게 된다. 결국 1942년 일제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민족 독립운동 단체로 규정하고 내란죄를 적용하여 전국의 회원들을 긴급체포하게 된다. 이것이 조선어학회 사건이다. 1943년 4월까지 총 33명이 검거되었으며 1943년 12월 이윤재(국어학자, 1888~1943), 1944년 2월 한 징(한글학자, 1886~1943)이 함흥형무소에서 복역 중 옥사하게 된다. 사전 작업 막바지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광복 이후에 석방된다.
그러던 중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창고에서 조선총독부에 압수당했던 우리말 사전의 원고가 극적으로 발견되었다. 사전편찬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1947년 《조선 말 큰 사전 1권》이 간행되고 1957년까지 총 6권을 펴내면서 주시경 선생이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한 지 46년 만에 조선어 사전 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조선말 큰 사전 편찬 원고(출처=독립기념관)
일제의 탄압 아래에서 우리의 말을 지키려 했던 조선어학회의 이야기가 영화 ‘말모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정신과 근본을 지배하려 했던 일본에게서 우리의 말과 글을 지켜내고자 했던 조선어학회 사람들, 그들은 민족을 지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영화 ‘말모이’를 보게 된다면 ‘말모이’가 주시경 선생부터 시작됐다는 것과 조선어학회 사건에 대해 한번 떠올려보고 영화를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사랑방 > 대학생기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 호칭에 대한 국민 생각 조사’ 잊지 말고 참여하세요!(이달 22일까지)-박다영 기자 (2) | 2019.02.14 |
---|---|
‘반짝’ 행사성 한글 상징, 붙박이로 하자.-박다영 기자 (0) | 2019.01.31 |
모르고 쓰는 영어식 표현-박찬미 기자 (0) | 2019.01.16 |
‘토박이말’의 아름다움과 가치-박찬미 기자 (8) | 2018.12.31 |
함께 풀어보는 ‘우리말 겨루기’-변용균 기자 (8) | 2018.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