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쓰는 영어식 표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박찬미 기자
chaanmii@naver.com
누군가에게 “좋은 시간 되세요”라는 말을 건넨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말 표현이 아닌 영어식 표현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인사말이 잘못된 말이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영어식 표현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카페 안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잘못된 표현의 문구
‘되세요’를 쓰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위 사진은 강남에 있는 어느 카페의 화장실 문에 붙어있는 글을 찍은 것이다. 종이에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이는‘have a day’라는 영어식 표현이 단어 그대로 번역된 것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자주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좋은 하루 되세요’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말로 자리 잡고 말았다.
‘좋은 시간 되세요’도 마찬가지다. 이 문장의 주어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말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내용을 말할 때는 ‘당신은’이라는 주어가 생략된 것으로 본다. 그래서 ‘좋은 시간 되세요’가 아닌 ‘좋은 시간 보내세요’, ‘좋은 시간 즐기세요’ 등이 맞는 표현이다.
또 다른 예로 ‘갖다’를 쓰는 경우다. ‘모임을 갖다’라는 말 역시 ‘have’를 그대로 번역해 생긴 영어식 표현이다. “다음 주에 모임 한 번 갖자”라는 등의 말을 당연하듯이 쓰곤 하지만 “다음 주에 한 번 모이자”, 또는 “다음 주에 한 번 다 같이 만나자”라는 말이 올바른 표현이다.
‘가장 ~한 것 중에 하나’라는 표현도 잘못된 표현이다. ‘그 터널은 가장 긴 터널 중의 하나다’, ‘그 선생님은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선생님 중 한 분이다’라는 식의 문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표현은 ‘one of the~’라는 영어를 번역한 말로, 우리말 표현이 아니다. 올바르게 표현하려면 ‘그 터널은 가장 길다’라고 단순히 말하면 된다. 가장 긴 것 중의 하나라고 하면 가장 긴 것은 도대체 몇 개란 말인가? 여러 개 있다면 ‘가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은 영어식 표현을 우리말 표현보다 더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이해하는 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대다수가 신경 쓰지 않는 게 사실이다. 간혹 기사나 교과서에서도 영어식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어식 표현이 우리말 표현을 대신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말 문법은 결국 흔들리고 말 것이다.
우리말 표현은 영어식 표현보다 더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불필요하게 이중피동을 쓰고, 수동형을 자주 활용하며 앞서 말한 영어식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의 의미만 더욱 흐리게 할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영어식 표현 사용을 점차 줄이려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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