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69]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 가운데는 발음이 헷갈려서 잘못 적고 있는 말들이 더러 있다. 받아쓰기를 해보면, ‘폭발’을 ‘폭팔’로 적는 학생들이 많다. [폭빨]이라고 발음해야 할 낱말을 [폭팔]로 잘못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판하고 넓은 나뭇조각은 ‘널판지’가 아니라 ‘널빤지’라고 해야 올바른 말이 된다. ‘널빤지’는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다. 이 말을 한자말로 표현하면 널조각 판(板) 자를 붙여 ‘널판’ 또는 ‘널판자’가 된다. 곧 ‘널빤지’라고 하거나 ‘널판’, ‘널판자’라고 하는 경우만 표준말이다.
 

그런가 하면, 발음의 혼동으로 잘못 적히던 말들이 그대로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기계 장치들의 작동 상태를 알리는 눈금을 새긴 면을 ‘계기반’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이 계기반을 붙여 놓고 흔히 ‘계기판’이라고 부르다보니 ‘계기반’과 ‘계기판’이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 또, 동서남북 방향을 지시하는 계기를 ‘나침판’이라고 하지만, 이 말도 본디는 ‘계기반’과 마찬가지로 ‘나침반’이 옳은 말이었다. 그러다 ‘나침판’이라고 자주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전에 올려서 둘 다 표준말로 인정하였다.

 

발음 때문에 혼동해서 말하다가 거꾸로 본디의 말이 없어져 버린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을 ‘끄나불’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끄나풀’이라고 말하다 보니, 아예 표준말을 ‘끄나풀’로 정해버렸다. 이제 ‘끄나불’은 북한에서만 쓰이는 말이 되었다. 이 밖에도 “나발을 분다.”의 ‘나발’과 ‘꽃’이 합해진 ‘나발꽃’이 오늘날에는 ‘나팔꽃’으로 바뀌어 버린 경우나, ‘사이 간’(間) 자와 ‘막이’의 합성어인 ‘간막이’가 ‘칸막이’로 변한 경우가 모두 그런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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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