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70] 성기지 운영위원

 

‘백세 시대’라는 유행어는 무병장수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전화나 편지로 전하는 안부에는 언제나 ‘건강’이 최고의 인사말이다. 날씨가 영하로만 내려가도 오리털 가득 채운 방한복에 싸인 에스키모들이 넘쳐나고, 먼지가 많다 싶으면 빠짐없이 입마개들을 하고 거리에 나선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흔히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서, 칠순을 ‘고희’라고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팔순이나 구순에도 비슷한 별칭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에서 80살은 그대로 ‘팔순’이며, 90살은 ‘구순’이라고 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팔순을 ‘산수(傘壽)’라 하고, 구순을 ‘졸수(卒壽)’라고도 쓰는데, 이것은 모두 일본식 한자 쓰기에서 전해진 말이지 우리의 전통은 아니다. 또, 77살을 ‘희수(喜壽)’, 88살을 ‘미수(米壽)’라고 하여 성대한 생신 잔치를 치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77살이나 88살을 기리는 전통이 없었다. 유별나게 장수에 관심이 많은 일본 사람들의 풍속을 우리가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이 말들도 모두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 갈 때 마련하는 부조금 봉투에는, 굳이 ‘희수’나 ‘산수’, ‘미수’라는 별칭을 일일이 쓸 필요는 없고, “축 수연”이라고 쓰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60살까지 살면 장수한 것이라 여겼던 시절에는 ‘수연’이라 하면 대개 환갑잔치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수명이 많이 늘어난 요즘에는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 공통적으로 ‘수연’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물론 어려운 한자말 대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오.”라고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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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