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담아드릴까요?
-모호한 단어, 봉투와 봉지의 차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신예지 기자
ssyj1125@naver.com


 

△종이봉투와 비닐봉지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담아드릴까요?”

 

 이 질문에 따라 몇 가지 답을 하게 된다. 비닐과 종이 혹은 그 이외의 것 중 어디에 담을지, 아예 담지 않고 그냥 가져갈지를 말이다. 대개는 비닐과 종이에 물건을 담는다. 만약 비닐을 선택했다면 비닐‘봉투’에 담아야 할까? 비닐‘봉지’에 담아야 할까?

 

 언뜻 보면 두 단어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비닐봉지라고 말하든 비닐봉투라고 말하든 비닐로 된 주머니를 일컫는 말임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이 두 단어가 구분 없이 사용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만약 비닐이 아닌 종이를 선택했을 때는 “종이봉투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종이에 봉투 대신 봉지를 붙이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두 단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봉투는 편지나 서류 따위를 넣기 위하여 종이로 만든 주머니를 말하고, 봉지는 종이나 비닐 따위로 물건을 넣을 수 있게 만든 주머니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닐봉투라는 말은 재질이 비닐이기 때문에 봉투가 가진 단어 뜻으로 볼 때 적합하지 않은 말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비닐봉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종량제 규격 봉투! 그렇다. 쓰레기봉투는 재질이 비닐임에도 봉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쓰레기봉투는 틀린 말일까?

 

  정답을 먼저 밝히자면, 쓰레기봉투는 맞는 말이다. 재질은 비닐이지만, 쓰레기봉투라는 표현은 올바르다. 그 이유는 봉투라는 단어 속에 담긴 뜻에 있다. 봉투는 한자어다. 封(봉할 봉)과 套(씌울 투)를 합한 단어로, 봉하고 씌울 수 있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싸서 막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봉지의 경우 덮개가 없어도 비닐이든 종이든 주머니의 형태면 붙일 수 있는 단어다. 쓰레기봉투는 단순한 주머니가 아니라, 싸서 막을 수 있는 일종의 덮개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쓰레기봉투는 봉할 수 있도록 기다란 끈과 같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일종의 덮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담기 위한 용도를 떠나 내용물을 ‘싸서 묶어’ 버리기 위해 사용하는 쓰레기봉투는 봉지보다 봉투라는 단어와 함께할 때 그 역할을 더 잘 나타낸다. 그래서 쓰레기봉투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쓰레기봉투에 봉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쓰레기 한 봉지라는 표현이다. 봉지는 주머니를 일컫는 말임과 동시에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기재된 봉지의 또 다른 뜻은 ‘작은 물건이나 가루 따위를 주머니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이다. 그래서 쓰레기봉투를 셀 때는 봉지라는 단어 사용이 가능하다.

 

 앞선 내용을 정리하면, 쓰레기봉투에는 끈이 있기 때문에 봉투란 표현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비닐에 묶을 수 있는 끈이 존재한다면 다 봉투라고 할 수 있을까? 비닐에 손잡이가 달린 경우, 손잡이를 묶어 봉할 수 있으므로, 봉지가 아닌 봉투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비닐에 손잡이가 없어도 묶는 것은 가능하다. 물기나 흙이 묻어있는 것을 담을 때 쓰는 속비닐 역시 묶을 끈이 없어도 하나로 매듭을 지어 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모든 비닐로 된 주머니는 봉투라고 불릴 여지가 충분해진다.


 하지만, 봉투와 봉지의 차이는 단순히 묶을 수 있을만한 끈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그 끈의 용도가 ‘봉하기 위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닐 끝에 달린 손잡이는 묶기 위한 용도로 달린 것이 아니라, 물건을 담아 들기 편하도록 손으로 잡고 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쓰레기봉투처럼 봉하기 위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봉투가 아닌 봉지라고 표현해야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비닐봉투라는 말이 너무도 흔하게 사용되어왔다. 단어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비슷한 점이 있고, 규격화된 봉투의 사용으로 표현이 모호해져 헷갈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혼란의 가장 큰 요인은 ‘봉지든 봉투든 의미만 전달되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분명히 모든 단어에는 정해진 뜻이 있고, 그 차이 역시 존재한다. 그래서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말 속에 담겨진 의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들,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 어떤 단어를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보다 정확한 소통에 신경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