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없는 공공언어 사용 필요해
- 한국공공언어학회 김미형 회장 인터뷰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안나리 기자
뉴스에 자주 나오거나 다들 아는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는 단어를 간혹 만난다. 그런 때는 모른다는 사실이 왠지 부끄러워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단어를 모르는 것이 나의 잘못일까? 누구나 공적으로 사용되는 말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음을 말하며 공공언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공공언어학회의 김미형 회장’을 만나보았다.
▲한국공공언어학회 김미형 대표
‘공공언어’가 무엇이며, 왜 쉬워야 하는가?
‘공공언어’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 및 공공 기관에서 사회의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사용하는 공공성을 띤 언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법령, 표지판, 민원 사무 업무 처리를 위한 각종 문서 등에 사용한 언어를 말한다. 그러나 넓게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가게의 간판, 계약서, 약관 등에 쓴 언어도 모두 공공언어라 할 수 있다. 좁게는 공무원의 언어, 넓게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인 것이다.
이처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쉽고 바르게 표현돼야 한다. 일반 광고처럼 자극적 언어, 유희적인 언어, 단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쓰는 외국어 등의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누군가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고 받아야 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 또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데에도 쉬운 공공언어 사용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피부에 와닿게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건 우리 어머니를 통해서다. 어머니는 로마자를 몰라 KBS나 MBC와 같은 방송사 이름을 읽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영어 단어를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싱크대’를 ‘실크대’로 헷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 혼자 로마자 알파벳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지 눈물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익숙한 로마자나 전문용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침묵한 사이 우리 사회는 별일 없다는 듯이 지나간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뉴스에서 나오는 말이나 거리의 간판, 광고물의 표현을 어려워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공공언어가 우리 사회 구성원의 권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빼앗고 있다.
학회는 언제 만들어졌고, 학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공공언어학회는 2017년 7월에 출범했다. 전국국어문화원 활동을 통해 공공언어가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깨닫고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의 기준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충분히 연구하고 논의하려고 만든 것이 바로 한국공공언어학회다. 우리나라의 쉬운 말 쓰기는 세종대왕의 정신을 기리는 국어학자들이 이론적인 체계를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연구와 논의가 부족하다. 이에 한국공공언어학회는 전문학자만이 아니라 언론인과 공무원, 교사 등 다양한 계층과 함께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의 방향성을 찾아내고자 한다. 사회 전반에서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현재 우리는 올 2월에 창간호를 출간하고 5월에 제1회 전국학술대회를 열었다. 앞으로 연 2회에 걸쳐 학술대회를 열고 학술지를 간행할 것이다. 이 밖에도 영국의 크리스털 마크와 같은 형태를 참고해 쉬운 한국어 인증제를 도입하거나 국어책임관과 국어전문관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공공언어학의 학술 연구가 우리 사회에서 빛을 발하고 사회 화합과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기를 바란다. ‘국어 좀 잘못 쓰면 어떤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소통의 열쇠는 국어에 있다. 이런 국어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학술적인 노력을 뒷받침하는 일에 매진하겠다.
마지막 한마디 덧붙인다면….
누구든 내가 먼저 실천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아름답고 풍성한 국어 문화를 꽃피우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에는 올바른 국어 문화의 정착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게 많아 국어의 중요성이 외면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어기본법에서 제시하는 기본은 지켜야 한다. 기업인이나 공인의 막말은 법의 심판을 받기도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정치인의 막말은 박수를 받는 것 같다.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규정하는 도구다. 언어가 유희나 폭력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인이라면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그래도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말 가꿈이’나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다. 어른들보다 솔직하고 평등한 인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 시대의 언어는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 젊은 층이 어떤 씨앗을 뿌리는가에 따라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가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반짝이는 창의성과 합리적인 사고로 우리나라 언어문화를 아름답게 가꿔주길 기대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눈에 띄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말을 찾아 쓰는 데에 심취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전문지식을 모르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전문지식을 아는 사람만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 생각이 옳은 것일까. 한국공공언어학회의 행보에 관심이 생겼다면 한국공공언어학회의 누리집(www.plainkor.kr)이나 사무국(041-550-5391)을 통해 소식을 접하거나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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