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하려다 ‘신고식’ 당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윤재 기자
대학가 ‘부동산’은 방학을 맞이해 학기 동안 사용한 방을 처분하려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그렇게 부동산 사무실을 방문하는 이들은 방을 내놓거나 원하는 방을 새로 구하거나 목적이 다르다. 하지만, 이들이 꼭 거쳐야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동사무소의 ‘전입신고’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새로운 거주지에 전입한 날에서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전입신고를 기간 내에 하지 못할 시,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5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며,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 「주민등록법」 제37조 및 제40조 ) 처할 만큼 엄격하다.
최근 학교에 복학하여, 동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전입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림 <개정 2017. 11. 28.> 전입신고서 1면 중
다음은 ‘전입신고서’의 1면 중 절반의 내용이다. 분명 검은 것을 글씨요, 흰 것은 종이지만, 뜻을 이해해, 양식을 작성하기란 쉽지 않았다. 신고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세대’이다. 많이 접해 본 단어로, 분명히 어려운 단어는 아니지만, 신고서에서 만나니 사뭇 당황스럽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세대의 한자는 ‘世代’로서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고서에서의 세대는 ‘世帶’로서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하는 법률용어다. 이처럼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와 문서상 언어의 차이로 문서 작성하기가 어렵다. ‘세대’라는 단어만으로도 부담인데, ‘세대’에서 파생되는 ‘세대 구성’, ‘세대 합가’는 부담을 넘어 어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어려운 한자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법률용어 사용이 많은 만큼 심심찮게 한자어가 등장하는 것이 원인이다.
그림 <개정 2017. 11. 28.> 전입신고서 1면 중
그림 2의 ‘가’는 ‘세대 구성’ ‘다른 세대로 편입’ ‘세대 합가’가 차례로 적혀 있다. ‘구성’ ‘편입’ ‘합가’는 비록 한자어지만 이 세 단어가 함께 있어 문맥상 유추가 가능한 것에 비해, ‘나’는 어려운 한자어가 홀로, 설명 없이 등장해 쉽게 기재하기 어렵다.
‘다가구 주택’ 옆에 있는 ‘동’ ‘층’ ‘호’를 참고하고서야 비로소 ‘다가구 주택’이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건물이라는 것을 유추하였다. ‘구분 등기’는 더욱 어려운데, ‘한 동의 건물을 독립된 각각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때, 해당 부분을 양도하거나 임대하기 위하여 여러 개의 건물로 등기하는 일’을 의미하며, 따로 검색하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다.
결국, 10여 분간 사전을 검색하여 서류를 겨우 작성하였지만, 틀린 부분이 있어 직원의 설명을 듣고 다시 작성해야만 했다.
일상어와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든지 전문적인 용어로 주로 한자어를 사용하여 이해하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지, 누리집 ‘정부 24’의 ‘자주 묻는 말’ 게시판에는 따로 전입신고에 대한 절차를 설명하는 게시글이 있을 정도다. 조회 수가 5만 2천 번에 달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전공하는 글쓴이에게도, 전입신고는 쉽지 않은 절차였다. 전입신고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좀 더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국민에게 다가와야 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전입신고 문서는 부담스러움을 넘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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