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2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 ‘후출하다’가 있다. 요즘 말글살이에서는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다. 매우 배가 고픈 상태를 나타내는 말인데, 이 말의 쓰임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말밭을 헤쳐 나가다 보면 맨 끝에서 ‘촐촐하다’를 만날 수 있다. 끼니 때가 다가오면서 ‘배가 조금 고픈 느낌’이 있을 때 ‘촐촐하다’고 한다. “점심 때가 다가오니 촐촐하네.”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시간이 지나 ‘배가 고픈 느낌’(‘조금’이 빠졌다.)이 들면 ‘출출하다’고 한다. “점심을 거르니 출출하네.”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출출하다’가 배가 고픈 느낌을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출출하다 못해 허기가 지기 시작할 때에 이르러서 ‘허줄하다’라는 우리말이 쓰인다. “점심밥을 거르고 아직 저녁밥도 못 먹었더니 허줄하네요,”처럼 말할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돼서 ‘허줄하다’보다 더 거센 표현을 하고 싶을 때에는 ‘허출하다’고 말하면 된다. “지금 너무 허출해서 방송하기가 힘들어요.”라고 하면, 지금 너무 허기가 지고 출출해서 방송하기가 힘들다는 뜻이 된다. 온 종일 굶어 기운이 빠진 상태를 나타내고자 ‘허출하다’보다도 더 센 말을 찾을 때 비로소 ‘후출하다’를 만나게 된다. ‘후출하다’는 ‘배 속이 비어서 매우 허기지다’는 뜻으로 부려 쓸 수 있다. 우리 말밭에는 생각보다 많은 말들이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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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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