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22] 성기지 운영위원


“반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동거렸다.”에서 볼 수 있듯이, 힘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쓴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바동거리다’, ‘바동대다’이다. 이 ‘바동거리다/바동대다’의 큰말은 ‘버둥거리다/버둥대다’이다. 그러나 실제 말글살이에서는 “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둥거렸다.”처럼 많은 사람들이 ‘바둥거리다/바둥대다’로 쓰고 있다. 본디 말과는 어긋난 표현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이처럼 쓰고 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둥거리다/바둥대다’를 표준말로 올려놓았다.


“으리으리한 저택 주인 앞에서는 왠지 굽신거리게 된다.”에서 ‘굽신거리다’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도 본디 ‘굽실거리다’로만 쓰이던 것이다. 고개나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모양을 ‘굽실거리다’라고 하며, 이 말의 작은 말이 ‘곱실거리다’이다. 주로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 말이 언젠가부터 ‘굽신거리다’로 잘못 쓰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굽실거리다’와 함께 복수 표준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앞의 ‘바동거리다’와 비슷한 말 가운데 ‘아등바등’이 있다. 무엇을 이루려고 애를 쓰거나 우겨대는 모양을 표현하는 말이다. 수험생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부모님들은 자식이 공부를 게을리 해서 속이 상하면 “너 하나 잘 되라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하고 꾸짖기도 한다. 이 말 또한 나날살이에서는 ‘아둥바둥’으로 흔히 쓰이고 있다. ‘등’이 ‘둥’으로 원순모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직 표준말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바둥거리다’, ‘굽신거리다’의 사례에 비추어, 머지않아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아둥바둥’을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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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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