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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존망이 위태롭다

by 한글문화연대 2020. 1. 30.

[아, 그 말이 그렇구나-320] 성기지 운영위원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다.”는 문장에서 ‘존망이 위태롭다’는 표현은 문제가 없을까? ‘존망’이라는 말은 ‘존속과 멸망’ 또는 ‘생존과 사망’을 뜻하고 있다. 상대되는 두 개념이 한 낱말에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반면 서술어는 ‘위태롭다’ 하나뿐이다. 그러니까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다.”는 말은 ‘국가의 존속도 위태롭고 멸망도 위태롭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 뜻이 된다. 따라서 이 말은 “국가의 존속이 위태롭다.”는 정도로 고쳐 쓰거나, 그냥 “국가가 위태롭다.”로 간단히 표현하면 올바른 뜻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 가운데 “생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문장도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생사’는 ‘삶과 죽음’인데, ‘생사 위기’라 하면 ‘삶도 위기이고 죽음도 위기’라는 말이 되는 셈이다. ‘삶’과 ‘죽음’ 중에 한 가지만을 택해서 “삶이 위기에 처했다.”라고 하든지, “죽을 위기에 처했다.”로 고쳐 써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 잔 술로 애환을 달랬다.”는 말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환’은 국어사전에 “슬픔과 기쁨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쁨까지 한 잔 술로 달랠 필요가 있는 것인지? 기뻐서 마시는 술은 ‘누리는’ 것이지 ‘달래는’ 것이 될 수 없다. 이 말은 “한 잔 술로 슬픔을 달랬다.”나 “한 잔 술로 시름을 달랬다.”로 고쳐 써야 한다. ‘애환’은 “한 잔 술에는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처럼 써야 지닌 뜻을 올바로 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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