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26] 성기지 운영위원


춘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산과 들이 기지개를 켜고, 얼었던 논밭에도 새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산자락에 매달린 밭에서는 벌써 호미를 들고 밭이랑을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랑’이란 말은 밭농사를 짓는 분들에겐 무척 친숙한 낱말이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서도 이랑과 고랑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랑은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이고, 고랑은 그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이다. 이랑에선 모종이 자라고 고랑으론 빗물이 흘러든다.


밭농사는 반드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흙을 깊이 갈아엎어서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고른 다음, 고랑에서 파 올린 흙으로 이랑을 만들어 씨앗을 넣거나 모종을 옮겨서 가꾼다. 이 두두룩한 부분을 두둑이라 부르고 사전에도 그렇게 되어 있지만, 본디는 이랑이라고 했다. 이랑은 높아서 물기가 차이지 않아 채소나 곡식을 키우는 터전이 되는 곳이고, 고랑은 제 흙을 이랑에 넘겨주고 스스로 낮아진 곳이다. 그래서 세상 이치를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랑된다.”고 빗댄 속담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일은 어느 때가 되면 뒤집혀서 공평해지기 마련이라는 뜻인데, 이 속담은 새길수록 신묘하다. 요즘 창궐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을 이용하여 돈벌이에 골몰하는 분들, 국민의 안전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며 포교나 전도에 골몰하는 분들, 그밖에 부와 권력의 중심에 있는 많은 분들이 요즘 되새겨 보아야 할 속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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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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