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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73

by 한글문화연대 2014. 5. 21.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73
2014년 5월 21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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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아리 내리비치]

   ◆  [알림] 우리말 사랑 동아리 모집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다이어트-성기지 학술위원
   ◆  [우리나라 좋은 나라] 환상에서 벗어나기-김영명 공동대표

* '내리비치'는 한글문화연대가 '차례'를 갈음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 [알림] 우리말 사랑 동아리 모집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고객응대 27.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가끔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서 “전화번호가 몇번이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 또한 ‘-시-’를 남용한 표현이다.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는“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로 바로잡아 써야 바르고 정중한 표현이 된다.

다만, 상대와 관련된 사물이 주어가 된 경우에는 일부 사물에도 주체 높임법을 사용해서 높일 수 있다. 가령,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라든가, “마음이 무척 넓으시군요.”라는 말은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각각 ‘얼굴’과 ‘마음’을 높이고 있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다이어트_성기지 학술위원

오월의 신록이 아직 한창인데 한낮에는 벌써 초여름 무더위의 향기가 난다. 이 싱그러운 계절을 좀 더 누리고 난 뒤에 더위를 만났으면 싶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노출의 계절을 맞이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더 군살을 빼고 싶다.

우리는 살을 빼는 모든 행위를 ‘다이어트’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어트(diet)는 ‘살찌지 않는 음식’이나 또는 ‘식이요법’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영어이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살 빼는 운동’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가령 “다이어트하기 위해 수영장에 다닌다.”라든지, “에어로빅은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은 잘못이다. 음식을 조절하여 살을 빼려는 이들은 “다이어트로 살을 빼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운동으로 살을 빼려는 이들은 다른 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운동을 통한 살빼기’를 굳이 영어로 표현하려는 사람들은 ‘웨이트 컨트롤’이라고 하거나 또는 ‘체중 줄이기’라는 뜻의 ‘슬리밍 다운’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살을 빼는 데조차 영어를 써야 할 만큼 우리말 어휘가 가난한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와 ‘슬리밍 다운’은 모두 ‘살을 뺀다’는 공통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 ‘살빼기’라는 용어를 만들어 쓰면 된다. 식이요법이든, 운동을 통해서이든 모두 ‘살빼기’라는 우리말을 쓴다면, 어떤 표현이 정확한지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환상에서 벗어나기_김영명 공동대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자주 듣는 말이다. 틀린 말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되는 일보다 더 많다. 간절히 원하면 얻는다는 말도 듣는다. 간절히 원해도 얻어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노력해서 되는 일은 될 만한 일을 노력하기 때문이고, 간절히 원해서 얻는 것은 얻을 만한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라는 교훈이라면 백 번이라도 옳지만, 때로 그것은 우리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우리의 환상 중에 대표적인 것이 무엇이겠는가? 노력하면 누구나 큰 돈을 벌수 있고 노력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노력하면 누구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 아니겠는가? 그래서 청소년은 연예인이 되기를 꿈꾸고, 철없는 어른은 일확천금을 꿈꾼다.

이건희나 타이거 우즈나 김연아나 아인슈타인은, 아니 뭐 그렇게까지 갈 것도 없이 김수현이나 전지현은 타고난 자질과 운과 노력이 어우러져 탄생하는 매우 희귀한 성공 사례일 뿐이다. 이런 희귀한 성공 사례를 가지고 마치 모든 사람이 노력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듯한 환상을 심고 있다. 누가? 매스컴과 일부 “성공”한 사람들, 이른바 멘토들, 강연자들, 글쟁이들...

그러나 이런 선전에 넘어가면 안 된다. 되지도 않을 일에 매달려 인생을 허비하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지만, 이런 환상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사회 전체가 엄청난 낭비를 겪게 된다.

“젊은이여, 꿈을 가져라!”라고 말 꽤나 하는 사람들은 다 말한다. 그러나 어떤 꿈을? 무슨 꿈을 가지라는 말인가? 이건희가 될 꿈? 김수현이 될 꿈? 노벨상의 꿈? 하다못해 추성훈이 될 꿈? 수많은 사람들 중에 몇 퍼센트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환상에 젖지 말라. 이런 충고 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 그럼 어쩌란 말인가? 꿈을 가지지 말란 말인가? 아니다. 꿈을 가지되 이룰 만한 꿈을 가지란 말이다. 네 얼굴로는 아무리 뜯어고쳐도 전지현이 될 수 없다. 네 실력으로는 죽어도 마이클 조던이 될 수 없다. 아니 허재도 될 수 없다.

그저 성실하게 살아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라. 남 속이지 말고 남의 것 훔치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열심히 살아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이나 달아주면서 잘 살아라.

남의 말만 듣는 바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기본에 충실한 다음에 꿈을 꾸든지 말든지 네 맘대로 해라.

왜 이런 환상팔이가 우리 사회에 횡행할까? 잘 모르지만 한 가지 까닭은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마이클 조던의 현란한 몸동작을 흉내 내게 해야 농구계가 돈을 벌고, 소녀시대를 꿈꾸게 해야 연예계가 돈을 번다. 이런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관련 업계는 부자가 된다. 그런 사람들 얘기로 책을 만들고 영화를 만들면 떼돈이 된다. 성공의 환상이 자본주의 정신의 일부인 셈이다.

불타는 사랑 얘기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사랑 얘기가 팔리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랑 얘기가 팔리겠는가? 가족과 인습을 모두 뿌리치는 테스 얘기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못 이룬 사랑으로 동반 자살하는 로미오, 줄리엣 얘기라야 팔린다. 맞선 봐서 아들딸 낳고 그저 정으로 사는 우리 부모님네들 얘기가 팔리겠는가?

그러나 이 또한 환상이다. 불타는 사랑,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그것만이 진정한 사랑인양 얘기하는 소설가, 시인, 그러고 뭇 보통사람들... 사랑의 환상이다. 요란하지 않고 유난 떨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깊숙한 속정이 진정한 사랑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환상에서 벗어나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환상에 매달린다. 환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랴, 그것이 인생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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