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47] 성기지 운영위원


실현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가운데 층수 제한 완화가 끼여 있다. 35층까지로 규제해 오던 서울시 아파트 층수를 50층까지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한강을 따라 늘어설 50층짜리 주택들을 상상해 보았다. 그 큰 덩치에 또다시 가로막힐 팍팍한 서민들의 삶이 그려졌다. 서울을 높은 곳과 낮은 곳으로 나누게 될 고층 아파트들! 그 어간재비는 또 얼마만 한 그늘을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공간을 나누기 위해 칸막이로 놓아둔 물건을 ‘어간재비’라고 한다. 집안 거실을 높은 책장으로 구분해 놓으면 그 책장이 어간재비이고, 사무실 책상들 사이를 칸막이로 막아 놓으면 그 칸막이가 어간재비이다. 때로는 특정 이념이나 종교가 사회 구성원을 나누는 어간재비가 될 수도 있고, 도시의 마천루가 시민의 등급(?)을 나누는 어간재비 구실을 할 수도 있다.


어간재비는 키가 크고 몸집이 큰 사람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도 널리 쓰여 왔다.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칸막이가 될 정도로 몸집이 크다는 뜻이다. 비록 덩치 큰 사람을 놀리느라 그리 불렀겠지만, 어간재비라 불려도 그리 언짢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어간재비보다 더 큰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말도 있다. 바로 ‘천왕지팡이’라는 말이다. ‘천왕’이 하늘의 왕이니까, 저 높은 하늘에 있는 왕이 땅을 짚는 지팡이라는 뜻이 된다. 보통 허풍이 아니지만, 상상 외로 몸집이 큰 사람을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담긴,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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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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