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애인을 향한 언어폭력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곽태훈 기자

globalist0101@naver.com


언어 장애인에게 폭력적인 속담

“너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

 위 문장을 보고 아무렇지 않거나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면 언어습관을 되돌아봐야 한다.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꿀 먹은 벙어리’는 예로부터 전해오던 속담이지만 계속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벙어리’가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두산동아에서 발간한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언어폭력을 ‘말로써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욕설, 협박 따위를 하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자아 개념을 손상시키는 모욕적인 말’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벙어리는 다른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는 낱말이라서 언어폭력에 해당한다. 따라서 청각 기관이나 발음 기관에 탈이 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는 벙어리 말고 ‘언어 장애인’ 혹은 ‘농아’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 또한, ‘꿀 먹은 벙어리’라는 표현은 ‘말문이 막힌’, ‘말을 못 하는’ 등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


장애가 웃긴가요?

 지난해 5월, 기안84 작가의 네이버 웹툰 <복학왕 - 248화 세미나1>에 청각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장면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기안84는 사과문을 내고 해당 장면을 수정했다. 그로부터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지난달 17일,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마인드시(C) 작가의 네이버 웹툰 <윌유메리미 – 시즌2 379화 엠비티아이(MBTI) 사랑 특집 4/4>에서 수화를 희화화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수화도 엄연한 언어인데 ‘산’을 뜻하는 수화가 손가락 욕설과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해 우스꽝스럽게 만든 것이다. 이에 농아 단체 ‘세상을 바꾸는 농인들(이하 바농)’이 문제를 제기했다.


▲ 네이버 웹툰 <윌유메리미>에서 논란이 된 장면에 대한 바농의 문제제기(출처/ 바농 누리소통망(SNS) 계정)


 심지어 이는 잘못된 정보다. 국립국어원 한국수어 사전 누리집에 따르면 산을 뜻하는 수어는 중지만 펴는 것이 아닌, 나머지 손가락을 반 정도 접는 것으로 손가락 욕설과 차이가 있다. 바농은 누리소통망(SNS) 계정에 해당 장면을 게재하고 “비속어 쓰실 거면, 당당하게 비속어를 쓰세요”라며 마인드시(C) 작가를 포함한 비장애인들에게 경고했다. 이에 마인드시(C) 작가는 해당 장면에 대해 사과하고 다른 그림으로 교체했다.


▲ 수정된 장면 (출처/ 네이버 웹툰 <윌유메리미>)


언론에서도 반복되는 언어폭력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도로 언론계 현업단체가 모여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발표했다. 일곱 갈래로 이뤄진 선언문 중에는 “사회적 소수자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편견을 확산시키거나 …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혐오표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뉴스 검색창에 벙어리를 검색한 결과 언론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하는 기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심지어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을 제목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벙어리’를 사용한 기사 제목(출처/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지난달 26일에는 비비씨 뉴스 코리아(BBC News Korea) 공식 누리소통망(SNS) 계정에 올라온 ‘교실에서 쫓겨난 성교육’ 영상이 논란을 일으켰다. 영상에 등장한 한 전문의가 “말을 많이 한다고 벙어리가 되나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비씨 뉴스 코리아 관계자는 “충분히 사려 깊지 못했다”며 곧바로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 논란이 된 ‘교실에서 쫓겨난 성교육’ 게시물(출처/ 비비씨 뉴스 코리아(BBC News Korea) 누리소통망(SNS) 계정)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최근 불거진 논란들은 공통적으로 이미 반성했던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되풀이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누군가는 관습적으로 써왔거나 재미있으니 문제 될 게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되묻고 싶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유발하는 웃음이 건강한 웃음이 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또한, 누군가를 비하하는 단어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 사람 자체를 비하해도 된다고 인식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미연 교수는 『비의도적 언어폭력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 논문에서 “언어는 대상을 표시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해 안다는 것은 인식능력 즉 정신활동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앎의 내용보다 앎을 알아가는 인식론적 과정이 중요하다”[각주:1]고 밝혔다. 

 위에 따르면 언어는 뭔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민감해야 한다. 관습적으로 굳어졌기에, 혹은 그저 유행이거나 재미있어서 폭력적인 언어에 둔감해지면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폭력적인 말들은 남아있다. 당장 속담만 봐도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벙어리 냉가슴 앓듯’ 등 바꿔 써야 할 말들이 존재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장애인을 낮잡아보거나 차별하는 속담이 257개나 있다고 한다. 당장 257개를 다 바꾸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이러한 말들을 더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써왔던 언어들을 한번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1. 김미연. (2017). 비의도적 언어폭력성에 대한 이론적 고찰. 독일언어문학, 78, 115-113. [본문으로]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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