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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새로운 표준어, 규범과 실제의 사이 - 이희승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0. 8. 5.

새로운 표준어, 규범과 실제의 사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7기 이희승 기자

h29mays@naver.com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조어 또한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신조어란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서 번지는 유행어만 뜻하지는 않는다. 편하게 발음하기 위해 단어의 자음이나 모음을 바꿔 말하거나, 글이나 말의 느낌을 좀 더 살리려고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내는 등 사전에 없는 말이지만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자주 써온 말들도 포함된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데, 과연 교양있는 사람들이란 누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두루 써야 표준어로 인정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말

일상 대화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글을 쓸 때는 맞춤법뿐만 아니라 단어의 쓰임이 적절한지 사전을 찾아보며 점검하게 된다. 이때 쓰고 싶은 단어가 비표준어라면 다른 말을 찾아 바꿔 적을 수밖에 없다. 하나 예를 들자면, ‘열정 페이’는 2014년 즈음 유행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언론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열정 페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외국어를 포함하므로 ‘열정 보수’, ‘열정 임금’으로 순화하여 쓰려고 해도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누리집에서 찾을 수 없으며 이미 ‘열정 페이’가 오래 쓰여 독자가 열정 보수나 열정 임금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청년 실습사원의 열정을 빌미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처럼 문장으로 풀어쓴다면 글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언론에서도 오래 써온 말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되지 않아 다른 말로 바꿔쓰는 바람에 전하고자 하는 글의 힘이 줄어들거나 단어의 말맛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 종종 생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어 추가

▲ (왼쪽부터) 표준국어대사전 분기별 수정내용 공지, 표준어 추가 목록 보도자료 


물론 국립국어원에서는 대중의 언어 사용 변화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려 노력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을 꾸준히 수정하거나 개정하여 2014년부터는 바꾸거나 추가한 표제어, 뜻풀이, 발음 등을 정리해 표준국어대사전 누리집에 공지하고 있다. 또한, 2011, 2014, 2015, 2016년 네 차례에 걸쳐 「표준어 추가 목록(표준어 추가 사정안)」을 발표하여 기존 표준어와 같은 뜻을 가진 ‘복수 표준어’, 기존 표준어와 어감이나 뜻이 다른 ‘별도 표준어’, 그리고 기존의 표준 활용형과 용법이 같은 ‘복수 표준형’을 제공했다. 그러나 아래 머리말에 나타나 있듯, 표준국어대사전은 규범 사전 역할을 하므로 아무리 널리 오래 쓰인 신조어라도 사전에 등록하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즉, 두루 쓰이는 비표준어를 모두 사전에 등록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결국 쓰고 싶은 말을 쓸 수 없는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전을 편찬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표제어·뜻풀이·용례 등 모든 부분에서 어문규정을 정확히 적용하는 것이었다. 1986년에 개정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여 1988년에 개정된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을 충실히 반영하여 일반 원칙만을 정하고 있는 현행 어문규정을 구체화함으로써 국민의 국어 생활의 표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이 사전을 편찬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표제어·뜻풀이·용례 등 모든 부분에서 어문규정을 정확히 적용하는 것이었다. 1986년에 개정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여 1988년에 개정된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을 충실히 반영하여 일반 원칙만을 정하고 있는 현행 어문규정을 구체화함으로써 국민의 국어 생활의 표준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 《표준국어대사전》 머리말


우리말 사용자들의 바람, 우리말샘

▲ 우리말샘(https://opendict.korean.go.kr/) 검색창


우리말 사용자들은 조금 더 많은 비표준어가 표준어로 인정되기를 바라는데, 이러한 바람은 우리말샘에서 엿볼 수 있다. 온라인 사전인 우리말샘은 국립국어원에서 2016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국민 참여형 국어사전이다. 표준어가 아니지만 등록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단어와 뜻풀이를 제안하면 사전 담당자가 적절한지 검토한 후 전문가 감수까지 마치면 우리말샘에 등록된다. 사용자가 우리말샘 편찬에 참여하는 유형은 ‘새 어휘 직접 집필하기’, ‘집필 요청하기’, ‘기존 정보 편집하기’ 세 가지다. 이 중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새 어휘 직접 집필하기와 기존 정보 편집하기의 참여 수를 비교했을 때 전자의 참여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비표준어가 사전에 등록되는 것에 관한 대중의 욕구가 작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 어휘 직접 집필하기

 기존 정보 편집하기

 10,568건

 552건

▲ 우리말샘 누적 사용자 참여 수 비교(2018년 기준)


그렇다면 우리말샘에 등록된 어휘들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온라인 가나다>를 통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답변

 우리말샘에만 올라 있는 신조어들은 현실적으로 쓰이고 있는 말로 이 단어들이 많이 쓰이게 된다면 표준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조어 중에서 오랜 기간 쓰임이 굳어져 표준어로 인정할 만한 수준이 되었을 때 표준어로 선정합니다만 자체 검토 결과, 실태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선정하는 것이므로 그 시기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 답변


답변에서 보면 우리말샘에 등록된 표제어들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될 가능성은 있지만, 우리말샘에 등록된 말이라 해도 새로운 표준어를 추가할 때 특별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전과 현실의 차이

「표준어 추가 목록」과 관련한 국립국어원의 보도자료와 우리말샘 표제어 등록 기준에 따르면, 공통으로 중요한 기준은 ‘실제로 널리 사용하는 말인가’이다.


사전

내용 

 표준국어대사전

언어 사용 실태조사 및 여론 조사를 통하여 국민의 언어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규범에 반영함으로써 국민들이 국어를 사용할 때에 더욱 만족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 2016년 보도자료 중에서


국립국어원은 1999년에 국민 언어생활의 길잡이가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발간한 이후 언어생활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단어들을 검토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 2014년 보도자료 중에서

 우리말샘

<표제어 등록 기준>

① 기존 정보와 중복되는가

② 단순 구 구성이 아닌가

③ 외국어가 아닌가

④ 언중들 사이에서 통용되는가

▲ 국립국어원 「표준어 추가 목록」 보도자료 내용과 우리말샘 표제어 등록 기준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이 표준어가 되면 일반 대중이 더욱 풍부한 언어생활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언론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새로 인정된 것보다 기존의 표준어와 표준발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우리말샘은 공식 국어사전이 아니므로 공문서와 뉴스 기사를 비롯한 각종 글을 쓸 때 우리말샘에 등록된 표제어를 활용하기는 어렵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해서는 일정한 규범과 제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말 사용자들은 오랫동안 써온 비표준어들이 표준어로 인정되기를 원하며, 일반 대중 및 언론인의 언어 현실과 국어사전의 변화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말을 지나치게 파괴하지 않고, 어문규정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언어 현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한다면 국민 언어생활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사전과 실제 언어생활의 차이로 생기는 불편함을 줄이고 우리말샘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은 무엇일지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


※ 참고문헌

김동언, 「국어사전의 성격과 활용 문제」, 『성경원문연구』(13), 대한성서공회, 2003, 55-74.

위진, 「사용자 참여형 국어사전 우리말샘의 이용양상 분석」, 『한국사전학』(31), 한국사전학회, 2018,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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