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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외국어 꼼짝 마!”,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만나다 - 곽태훈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0. 9. 1.

“외국어 꼼짝 마!”,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만나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곽태훈 기자

globalist0101@naver.com



며칠째 쏟아지던 빗줄기가 잠시 멈춘 8월 6일 목요일 오후 5시, 한글문화연대 회의실 ‘활짝’에 특별한 사람들이 모였다.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6월 10일부터 7월 20일까지 진행한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 행사의 수상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는 공공기관이 보도 자료와 누리집, 알림글 등에 쓴 어려운 외국어를 찾아 신고하는 행사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였음에도 어려운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고자 알리는 신청 글은 모두 3,426건이나 올라왔다. 그야말로 공공언어에서 쓴 외국어를 샅샅이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시상식은 한글문화연대 김명진 부대표의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 사업 소개를 시작으로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한 마디, 상장과 상품 수여, 행사 참여 소감 나누기, 단체 사진 촬영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시상식에는 으뜸 수사관 1명, 버금 수사관 2명, 보람 수사관 3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수상자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전체적인 표정을 알기는 어려웠지만 눈빛에서 뿌듯함과 기대를 느낄 수 있었다. 



외국어 수사대, 그들의 이야기 – 시작은 재미로, 찾다보니 심각하다고 느껴…


시상식이 끝난 뒤, 공공기관이 쓴 외국어 찾기에 앞장선 외국어 수사대분들 중 버금 수사관으로 선정된 유수빈 씨와 한규미 씨, 으뜸 수사관으로 선정된 송나리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외국어 수사대의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었던 그 현장을 공개한다.


▲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 으뜸 수사관 송나리 씨

▲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 버금 수사관 한규미 씨

▲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 버금 수사관 유수빈 씨



시작은 ‘재미’에서 비롯됐다. 대외활동 누리집이나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에서 우연히 이 행사를 접한 뒤, 재미있을 것 같아 남용된 외국어를 찾기 시작했다는 수사관들. 처음에 이들은 ‘과연 외국어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을까?’ 긴가민가한 상태로 공공기관 누리집과 기사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명확했다. 외국어 남용 사례를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박에 “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에서 외국어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차곡차곡 외국어가 쌓이는 걸 보며 점점 찾는 재미를 넘어 심각함을 깨닫게 된 그들. 지나친 외국어 사용에 놀라고 화도 내며 이 세 명의 수사관들이 찾은 외국어는 무려 2,102건. 약 40일이라는 행사 기간을 생각하면 이들은 하루 평균 52.5건의 외국어를 찾아낸 셈이다. 그중에서도 1,000건의 외국어를 제보해준 송나리 씨는 “공공기관에서는 매일 새로운 글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에 꼭 하나쯤은 외국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제보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언제는 하루에 100개를 찾은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엔 ‘도대체 이런 단어까지 외국어로 적어야 하는 거야?’ 하며 혼자 화를 낸 기억도 있다”라는 말을 전했다. 



외국어 수사대, 그들의 이야기 – 이런 단어까지 외국어로 적는다고?


외국어

쉬운 우리말 

매스투어

수학여행

검색 히스토리

내가 찾은 검색어 

웹툰

전자 만화

▲ 외국어 수사대가 뽑은 기억에 남는 외국어(왼쪽)와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쓴 단어(오른쪽)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들이 찾은 단어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에 “제보한 단어 중에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수사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생각나는 게 없어서가 아니라 많은 단어 중에 뭘 말할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말할 만한 단어를 찾았는지 한규미 씨가 입을 열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의 ‘검색 히스토리’가 기억에 남는다. 검색 내역을 보여주는 단어였는데, ‘히스토리’라는 단어가 어르신들이 보기엔 생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고 건의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실제로 의견이 반영돼 ‘내가 찾은 검색어’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보자 뿌듯했고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이 앞으로도 활발히 운영돼 우리말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규미 씨에 이어 송나리 씨도 말을 덧붙였다.

“어떤 누리집에서 ‘수학여행’을 ‘매스 투어’라고 쓴 걸 보며 ‘굳이 저렇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약간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정말 수학 공부를 하러 여행을 떠난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것 같았는데 그래도 굳이 우리말을 놔두고 매스 투어라고 써야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유수빈 씨는 본인의 일상 속에서 찾은 단어를 꼽았다. 

“평소 ‘웹툰’을 즐겨본다. 그래서 ‘웹툰’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것을 대체할 만할 우리말로는 뭐가 좋을지 생각해봤다.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전자 만화’로 바꾸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어색하고 입에 잘 붙지 않지만 계속 쓰면서 이 말이 점차 정착했으면 좋겠다.”

직접 무분별하게 사용된 외국어를 찾고 이를 우리말로 바꿔보기까지 하는 노력 덕분인지 수사관들 모두 본인이 찾고 우리말로 바꾼 단어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말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인 끝에 얻은 결과들. 그리고 이를 통해 뿌듯해하는 수사관들의 얼굴을 보니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외국어 수사대, 그들의 이야기 – 우리말에 기울인 관심, 변화된 일상


이들은 공통적으로 평소 우리말 사용에 애정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편지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심지어는 누리소통망(SNS)에 글을 올리기 전에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이용한다는 송나리 씨는 오히려 외국어를 공부하며 우리말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외국어를 배우며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지, 또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 그래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우리말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한 송나리 씨는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참, ‘나리’라는 이름도 순우리말이다.”

유수빈 씨도 마찬가지로 우리말 사용에 애정을 품고 있었다. 평소 우리말 사용에 애정이 있었던 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고 대답한 유수빈 씨는 “우리말에는 아름답고 예쁜 표현들이 많아서 정이 간다. 이번 외국어 수사대 활동을 하게 된 건 이렇게 아름답고 예쁜 우리말의 우수성과 정체성이 지나친 외국어 남용으로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그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우리말을 아끼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규미 씨는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장래 희망과도 연결된다. 아나운서라는 꿈. 그 꿈을 위해 한규미 씨는 현재 한글문화연대 우리말 가꿈이 18기로 활동 중이다. 한규미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꿔오다 보니 평소에도 우리말에 관심이 많았고 애정도 컸다. 아나운서로서 먼저 우리말을 올바르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우리말 가꿈이 18기 활동과 외국어 수사대 활동을 하면서 우리말을 더 잘 알게 됐고 더 사랑하게 됐다”라며 우리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평소에도 우리말에 애정이 있었다면 이번 외국어 수사대 활동을 하면서 달라진 점도 있지 않았을까?

“외국어를 찾고 이걸 우리말로 바꿔야 하는데 외국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여 굳어진 탓에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고백한 유수빈 씨는 이번 활동을 하며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말로 바꾸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걸 보고 외국어가 우리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 그래서 외국어 수사대 같은 활동이 우리말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공공기관이나 언론사에서 무분별하게 쓴 외국어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게 있다”라고 운을 띄운 한규미 씨는 “그건 바로 어려운 외국어보다는 쉬운 우리말을 써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 외국어 수사대 활동을 계기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는데,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쉬운 우리말을 써야겠다는 것이다. 이 마음가짐으로 개인 누리소통망(SNS)에 글을 쓰거나 평소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되도록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게 된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송나리 씨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변화된 자신을 느낀다고 했다. 송나리 씨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의 말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습관적으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어로 말하다가도 아차 싶어 우리말로 되풀이해 말하거나, 문자를 적다 수정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라며 변화된 일상을 얘기했다.

 

외국어 수사대, 그들의 이야기 – 끝이 아닌 시작


외국어 수사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모두 ‘쉬운 우리말을 쓰자!’라는 이번 행사 취지에 한 명도 빠짐없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공공기관은 시민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우리말을 쓰려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공간인 만큼 우리말 쓰기에 앞장서면 자연스레 사람들도 우리말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송나리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느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기도 했고, 의미를 모르는 단어가 많아 좌절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정책과 정보를 쉽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부터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공공기관의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요청했다. 

또한, 수사관들은 사람들에게 당부도 전했다. 한규미 씨는 “이런 기회가 있을 때 한번 참여해보면 얼마나 외국어가 우리 생활에 만연하게 퍼져 있고 심각한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했고, 유수빈 씨는 “이번 행사가 단순히 외국어를 찾기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말들을 직접 생각해보게 되니까 그 말들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렵지 않은 활동이니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번 행사의 장점을 알렸다.

이들의 말처럼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알게 됐을 때 숨겨졌던 보물을 찾은 것 같다는 송나리 씨, 아나운서를 꿈꾸며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앞장서고자 하는 한규미 씨, 아름답고 예쁜 표현이 많아 우리말에 더 정이 간다는 유수빈 씨처럼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을 지키는 외국어 수사대를 찾습니다!> 행사를 앞으로 한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더 많은 외국어 수사대들이 나오는 그날까지 우리말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아리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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