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를 잃어버린 한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이원희

ngwh0610@naver.com


 길거리를 걷다 보면 영어로 쓰인 간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글로만 표기된 편의시설과 식당은 보기 드물지만, 로마자로 표기된 카페, 영화관, 아파트 등은 흔히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거리에서 우리말은 사라지고 영어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현상은 보는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혼란을 주며 심한 경우, 찾는 건물이 눈앞에 있음에도 찾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간판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첫째, 영어로 된 글씨가 고급스러워 보인다. 둘째, 세계화 시대와 어울린다는 인식 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글로만 표기된 간판은 사라지고 로마자로 표기된 건물만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다.


1. 영어 가득한 대한민국의 길거리


▲성신여자대학교 근처 로데오거리 영어간판들


 거리에는 Rolling pasta, minigold, mixo, spao 등 영어로 된 간판 이 가득하며 우리말로 된 간판은 드물다. 한글이 표기된 간판이 있긴 하나 로마자 표기가 한글보다 크다. 영어로 된 간판이 대부분인 이 거리는 한국의 대학가가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흑당밀크티를 판매하는 카페인 Tiger Sugar의 간판이 ‘타이거슈가’로 표기된다면 더욱 찾기 쉬울 것이며 영어를 아예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다. 


   ▲영어로 표기된 스터디 카페 간판                     ▲영어로 표기된 버스 내 하차벨


 이뿐만이 아니다. 길거리의 간판뿐만 아니라 편의시설 또한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가득 차 있다. 공부를 하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이른바 ‘스터디 카페’를 한 번쯤은 이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인 랭스터디카페, 하우 스터디 등도 공부가 아닌 ‘스터디’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에 경로당은 ‘시니어스 클럽(Seniors club)’으로 바뀌고 있으며 주차장의 입구와 출구는 ‘인(in)’과 ‘아웃’(out)으로만 표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카페의 계산대는 오더(Order)로 버스터미널의 매표소는 티켓(ticket)으로만 표기되어 있다. 또한 버스의 하차 벨은 ‘STOP’으로만, 대형마트의 계산대에는 ‘cashier’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것들이 영어로 범벅되어 있는 것을 보며 이렇게 가다간 한글의 자리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영어 간판을 한글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영어간판 홍수 속 한글의 고유성을 지키는 곳

 

▲ 인사동 거리 속 스타벅스, 이니스프리 등의 한글 간판 (출처:네이버 블로그)


 여기 한글로 된 간판이 가득한 곳이 있다. 인사동은 전통음식점, 전통찻집 등 한국의 멋이 가득한 곳이다. 여느 거리와 다를 것 없이 카페, 화장품 가게 등이 길거리를 메우고 있다. 하지만 영어가 아닌 한글로 된 간판이 눈에 띈다. 한글 간판에 관한 생각을 듣기 위해 학생 한 명을 만나 이야기해 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김민주(23) 씨는 인사동에 종종 오는데 한글로 된 간판을 볼 때 별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인한테 가장 익숙한 한글이 반갑다고 한다. 특히나 노인들에게는 한글 간판이 더욱 익숙하고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한글 간판을 찾기 힘든 만큼 이런 간판들이 새로운 유행이나 흐름이 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알릴 기회가 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딕체로 쓰인 한글 간판이 무심해 보여 다양한 글씨체로 표기하면 더 이목을 끌 거 같다”라는 말도 남겼다.


 우리 일상 속 한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글 대신 영어만 찾는다면 한글은 영영 설 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 2항에서는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되어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併記)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으로 제정되어 있지만 지키는 이는 사실 소수에 불과하다. 한글 간판이 촌스럽다는 편견을 버리고 한글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냥 지나친 단어 하나가 새로운 간판이 될지도 모른다. 한글이 반가운 길거리가 아닌 한글이 당연한 길거리가 되길 바란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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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다 2020.09.03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