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가볍게 살기

by 한글문화연대 2014. 6. 13.

[우리 나라 좋은 나라-36] 김영명 공동대표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유행한 적이 있다.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살자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 집착과 욕망에 있다고 한다. 물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유에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이와 비슷하나 좀 다른 말로 나는 ‘가볍게 살기’를 제안한다. 사람들 중에는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뭔가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안 부족한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런 사람들은 유독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몸에 힘을 준다.

 

운동을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잘 안 된다.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툴다는 뜻이다.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 운동이 제대로 되고 모양도 예쁘다. 그런데 그런 경지에 이르기가 쉽지는 않다.

 

수련이다. 몸의 힘을 빼기 위해 수련이 필요하다면 마음의 힘을 빼기 위해서는 마음 수양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고뇌를 다 짊어진 듯 마음에 힘을 잔뜩 주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의 고뇌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만 괴롭힌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모든 생각들을 초월하여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생각의 찌꺼기들을 털어버리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덩달아 몸도 가벼워진다.

 

가볍게 살려면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온갖 일들을 벌여놓고 온갖 사람들과 뒤섞여 살다보면 가볍게 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정에 따라 온갖 일들을 해야 하고 온갖 사람들과 뒤섞여야 하는 경우도 있으리라. 그럴 경우에도 마음을 최대한 비우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남도 편하여 일도 편하게 잘 된다.

 

가볍게 살기 위해 실행해야 할 좋은 문구가 있다. “어제를 생각하지 말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부처님 말씀이다. 근데 난 이 문구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육체적인 고통으로 괴로워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떠나간 애인 때문에 괴롭다면? 이 고통에 충실하라고?

 

그래도 피하려 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면 지금의 그 고통이 줄어든다고 한다.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그럴 듯한 말이다.

 

가볍게 살자. 너와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나도 참 말은 잘 늘어놓는다. 실행하지도 못하면서...

 

'사랑방 > 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교수인데...  (0) 2014.06.26
나는 4.19와 4.26을 이렇게 지냈다.  (0) 2014.06.19
사악과 야만  (0) 2014.06.05
사랑의 정치  (0) 2014.05.29
환상에서 벗어나기  (0) 2014.05.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