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글자를 넘어 예술로


한글문화연대 7기 대학생 기자단 백승연

neon32510@naver.com


 우리는 말을 글자로 기록하고, 이를 읽어 그 안의 내용을 이해한다. 하지만 요즘은 글자가  어떤 내용을 이해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무늬를 위한 재료로도 사용된다. 내용을 전달하는 기능적 글자에서 읽기 좋게, 나아가 보기 좋게 하는 의도까지 넣어 글자를 쓰고 이용하는 예술을 ‘타이포그래피’라고 불린다. 타이포그래피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궁서체, 굴림체, 바탕체 등의 서체도 포함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한글이 새로운 디자인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한글의 특징과 타이포그래피

 한글은 글자의 크기가 일정하다는 특징이 있다. 어린이 글씨연습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글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큰 정사각형 안에 글자를 채워 넣는 형식이다. 로마자는 소문자와 대문자의 글자 크기가 서로 다르고, 한국어의 반모음에 해당하는 일본어의 ‘요음’은 다른 글자들보다 크기가 조금 작다. 이와 같이 글자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히라가나나 로마자와 구별되는 한글의 특징을 이용해 한 글자나 무늬를 여러 번 사용해 새로운 무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한글은 발성 기관의 본을 따 기하학적인 도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하학적이고도 단순한 모양 때문에 외국인들은 한글을 종종 그림 같다고 생각한다고도 한다. 예를 들면, 한 스위스인은 ‘스위스’라는 단어의 모양이 ‘산 사이에 창을 들고 서 있는 용병의 모습 같다’고 표현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한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재료로 이용되었다. 



생활 속의 타이포그래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초대 회장인 이상봉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품에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해외에서 유명해지면서 레이디 가가나 줄리엣 비노시, 김연아 선수의 의상에 한글 디자인을 활용하는 등 ‘한글 전도사’다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중에는 먹으로 글씨를 옷감에 직접 쓴 듯한 디자인, 글자를 굵고 크게 또렷이 사용한 디자인 등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한글이 널리 알려질 수 있는 하나의 통로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사진 출처: 엘르 코리아

 한글은 기하학적인 특성 때문에 로고로 사용되기도 한다. 서초구는 ‘ㅊ’모양을 별모양으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하고, 평창 올림픽 로고도 ‘ㅍ’과 ‘ㅊ’을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송파구 역시 초성 ‘ㅅ’과 ‘ㅍ’을 사용하였다. 행정구역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이 학교 로고에 한글을 이용한다. 가장 유명한 예시는 한양대학교 사자 마크로, 한글 ‘한양’으로 학교를 상징하는 동물인 사자를 그려내어 누리꾼들에게 칭찬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디자인들은 한글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해지는 장점이 있으며, 글자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진 출처: 국제 올림픽 위원회, 서초구청, 한양대학교 누리집


예술의 재료, 한글 타이포그래피

 또한 한글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한글의 기하학적 특성과 단어의 뜻을 살린 예술 작품들을 그 예시로 들 수 있다. 2015년에는 국내외 44인의 작가들이 한글 타이포그래피 전시회를 개최한 적이 있으며, 2019년에는 문화역 서울 284에서 <2019 타이포잔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통해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의 만남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냈다. 또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는 개인 작가들도 있다. 아래의 사진들은 김범진 작가(@beomginie)가 단어 ‘숭례문’, ‘서울시청’ 등의 한글을 대상에 맞게 변형하고 채색해 그린 그림들이다. 이러한 그림들은 언뜻 보면 일반적인 그림 같지만, 자세히 보았을 때 한글의 의미와 모양을 결합시킨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느끼는 새로운 재미가 바로 타이포그래피의 매력이다.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언뜻 들어보면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와 같이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이나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글자들이 그 의미와 내용을 한데 섞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은 한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케이팝(K-pop)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만큼, 한글 타이포그래피도 해외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으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어나 한글을 언어나 글자로서만이 아닌 새로운 각도로 바라본다면 우리 문화를 더 다채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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