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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기획) 노랫말ᄊᆞ미 1부 ― 노랫말의 힘 - 백승연, 곽태훈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0. 12. 10.

노랫말ᄊᆞ미 1부 ― 노랫말의 힘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백승연 기자

neon32510@naver.com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곽태훈 기자

globalist0101@naver.com


 노래는 대중과 함께 자라왔다. 특히 노래를 이루는 구성 요소 중 노랫말은 대중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고 대중의 의견을 대변하기도 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노랫말의 역사가 곧 우리 민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노랫말을 톺아보기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이 준비한 <노랫말 – 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를 다녀오고 대중음악 관련자들을 만나봤다.[각주:1]


▲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준비한 <노랫말 – 선율에 삶을 싣다> 전시


노랫말과 사회 

 우리나라 근대사는 급하게 변동해왔다. 그만큼 노랫말들도 시대에 따라 변동이 컸다. 우리 민족에게 수난을 겪게 한 일제강점기 시대 노래는 조선을 살리기 위한 열망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표적으로 임배세의 <금주가>가 있는데 가사는 다음과 같다.


금슈강산 내동포여 술을 입에 대지마라

건강지력 손샹하니 천치될가 늘 두렵다

패가망신 될독쥬는 빗도내서 마시면서

자녀교육 위하야는 일젼ᄒᆞᆫ푼 안쓰려네

젼국술값 다합ᄒᆞ야 곳곳마다 학교세워

자녀수양 늘식히면 동셔문명 잘빗내리

텬부주신 네재능과 부모님께 밧은귀톄

술의독긔 밧지말고 국가위해 일할지라

            (후렴)           

아 마시지마라그술 아 보지도마라그술

죠션샤회 복밧기는 금쥬ᄒᆞᆷ 잇느니라

임배세, 금주가 


 위의 노랫말은 단순히 금주를 북돋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1920년대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술·담배·아편 등을 금하자고 했던 민족운동의 성격을 담고 있다. 금주가 곧 조선을 살리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제는 금주운동을 막았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는 노랫말을 검열했는데 그만큼 음악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대중 의식에 강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검열이 심해지자 원래 의도를 숨기고 발음만 비슷한 다른 표현으로 노랫말을 만들기도 했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그러하다. ‘삼백년 원한 품은’이라는 노랫말을 ‘삼백년 원안풍’으로 바꾸고 의도를 숨겨 검열을 피하기도 했다.  


 6·25전쟁 시기에는 분단으로 겪게 된 우리 민족의 슬픔 또한 노랫말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글박물관의 전시에서도 언급되었던 이해연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가족의 이별을 다루고 있다. 작사가 또한 한국전쟁으로 어린 딸을 잃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사에서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외에도 <울고 넘는 박달재>, <꿈에 본 내 고향> 역시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고향과 이별하는 상황에 대한 슬픔을 담아낸다.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

여한 많은 미아리 고개

이해연, 단장의 미아리 고개 


 노랫말은 감정뿐만 아니라 사회 분위기를 담아내기도 한다. 1960년대에는 3.15부정선거와 4.19혁명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강해졌다. 이는 쟈니 리의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노래의 첫 가사인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때도 오겠지”와 같은 가사로 표현되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노래들은 금지곡으로 선정되며 탄압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이 시기는 베트남 전쟁이 진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파병군인을 다룬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와 같은 곡 또한 발매됐다. 


 하지만 노랫말이 대중의 감성만 담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래와 노랫말을 이용해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마을운동 노래는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근면한 생활을 국민들에게 주입했다. 하지만 이때도 <임을 위한 행진곡>, <고래 사냥> 등 각종 민중가요가 계속 만들어졌다. 또한 이때에는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반영되었는데,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이후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우리나라 노래와 가사에 큰 전환점이 됐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은 노래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개성이 사라진 학생 사회를 꼬집는 <교실이데아>가 대표적이다. 서태지는 음반 심의 절차를 바꾸기도 했는데, <시대유감>이라는 곡의 노랫말을 모두 지워버린 채 발매해 공연윤리위원회에 반발하는 뜻을 비쳤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음악은 음반사전심의제도에 따라 심의를 거친 후 공개됐는데, <시대유감>을 발매한 후, 1995년 12월 음반사전심의제도는 사후심의제도로 바뀌었다.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후 노랫말은 점점 사회 현상을 반영하기보다는 밝고 특색 있는 사랑이란 주제를 중심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노래도 남아있다. 악성댓글 문제를 다룬 노래나 예전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현상에 맞춰 <다시 여기 바닷가>가 과거의 음악적 특징과 우리말로 된 노랫말을 담은 것처럼 말이다.


노랫말 속에는…

 노랫말엔 어떤 힘이 있기에 이렇게 사회를 반영하고, 사회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걸까? 이에 대해 대중음악평론지 이즘(IZM)의 김도헌 편집장과 얘기를 나눠봤다. 


- 대중음악에서 노랫말이 갖는 의의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구분하는 제일의 요소가 가사입니다. 물론 가사가 없는 대중음악도 있습니다만 긴 세월을 버티며 오래 대중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곡들은 반드시 인상적인 가사를 포함해야 합니다. 명곡을 완성하는 것은 노랫말이고, 새로운 감성을 통해 시대에 질문을 던집니다. 작사가 이주엽의 저서 『이 한 줄의 가사』 속 문장을 가져오자면 ‘가사는 지면이 아니라 허공에서 명멸한다’, ‘써서 읽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노랫말은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나요?

: 가사는 당대 대중의 관심사와 사회상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언어학적으로는 당대의 문법을 확인하는 척도가 될 수 있고 방언, 은어 등을 유추해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직유 또는 은유의 방법으로 시대상을 반영하고 또는 그에 투영된 가치 판단을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 해 또는 달, 연, 길게는 10년 단위로 영향을 끼칩니다.

 

- 우리나라 노래 중에 특정 시대나 대중의 심리를 잘 반영한 노래를 꼽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처음으로 고래를 노랫말로 은유한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1980년대 오랜 군사 통치에 지친 사회에 개인의 해방과 젊음의 에너지, 엄숙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는 자유로운 외침을 담은 들국화의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 앞으로 노랫말은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요?

: 과거처럼 음악을 ‘단순히 듣는’ 시대가 아니라 보고, 듣고, 영상 콘텐츠로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기에 음악은 음악 자체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회에 숨 쉬듯 존재하는 것처럼 형태가 없는 콘텐츠이고 이것을 어떻게 재가공하고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사회입니다. 따라서 가사의 중요성은 대개 무시되곤 하나, 역으로 그렇기에 사회를 꿰뚫는 노랫말과 내용이 더욱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간결함으로는 한없이 간결해지겠지만, 엄숙하고 진지한 내용은 얼마든지 더욱 엄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노랫말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대중의 요구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노랫말 속에는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랫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그저 보통의 말이 노랫말로 변하는 과정을 2부에서 살펴보자. 



  1.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전에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진행했음을 알립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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