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 더 소중한 그대, 한식 이름 번역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김성아 기자

ryuk67@naver.com


 ‘식’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이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약속을 잡을 때도, 여행을 떠날 때도. 우리는 ‘무엇을 먹을지’ 항상 고민한다. 따라서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라는 고민이 몇백 년, 몇천 년 동안 쌓여 생긴 특징이다.

  역설적으로 각 나라의 음식 문화가 발달할수록 ‘음식명 번역’은 어려워진다. 번역은 ‘다른 언어 형식’과 ‘같은 내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음식 문화에는 같은 내용이 없다. 같은 ‘면’이라도 스파게티를 국수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듯, 1대1로 바꿔 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조금이라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식명 번역이 더욱 필요하다. 완성될 수 없을지라도.


새롭게 제정한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올해 7월 15일 「공공 용어의 영어 번역 및 표기 지침(문체부 훈령 제279호, 2015. 12. 29. 제정)」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으로 새로 제정했다. 기존의 영어에 더하여 중국어와 일본어를 번역 대상 언어에 포함했으며, 훈령 적용 범위에 ‘음식명 분야’를 추가했다.

  추가된 훈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음식명 분야의 영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이다.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살려 한식 이름을 번역하자는 ‘음역파’와, 용어의 의미를 살려 번역하자는 ‘의미역파’ 사이에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기업 모두 이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음식명 분야, 그 중에서도 영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의 원칙, 예시, 문제점을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하자.


대표적인 표기 원칙과 예시

다음은 훈령에 추가된 음식명 분야 중 영어에 대한 조항과 예시이다.

1. 음식명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영어권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는 그대로 인정한다.

2. 음식명은 재료명, 맛, 조리법, 형태 중 특징적인 요소를 드러내어 간결하게 번역한다.

 단, 특별히 강조되는 요소가 있는 경우는 그 표현을 강조하여 번역할 수 있다.

▲ 대표 조항


 음식명

 번역어

 음식명

 번역어

 오징어볶음 

 Stir-fried Squid

 생선구이 

 Grilled Fish 

 오징어덮밥

 Spicy Stir-fried Squid with Rice

 생선전

 Pan-fried Battered Fish Fillet

 쫄면

 Spicy Chewy Noodles

 백설기 

 Snow White Rice Cake

 돼지국밥

 Pork and Rice Soup

 감자탕

 Pork Backbone Stew

▲예시 - [별표 4] 음식명 영어 세부 번역 지침 참고


음식명 번역 및 표기법의 특징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제10조에 해당하는 ‘음식명’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음역을 쓰는 경우와 의미역을 쓰는 경우가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5조에 따르면, ‘자연 지명’은 국문 명칭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후부 요소의 의미역을 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강’은 ‘Hangang River’, ‘한라산’은 ‘Hallasan Mountain’으로 표기한다. 또한 ‘인공 지명’에 대한 조항인 제6조를 살펴보면 전부 요소는 로마자로 표기하고, 후부 요소는 의미역으로 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따라서 ‘광장시장’은 ‘Gwangjang Market’, ‘보라매초등학교’는 ‘Boramae Elementary School’이 된다.

  하지만 음식명은 전부 요소와 후부 요소를 나누지도 않았을뿐더러, 음역과 의미역 사용의 기준을 두지 않았다. 이는 ‘로마자 표기’와 ‘음식의 특징을 살린 번역’을 모두 적는 것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래떡’은 지침 1항에 따른 ‘garaetteok’과 지침 2항에 따른 ‘Rice Cake Stick’을 함께 써야 한다. 이는 음역파와 의미역파의 갈등을 없앨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음식명 영어 번역 및 표기법의 문제점 1) 누구는 Bulgogi, 누구는 Rice cake?

  하지만 찝찝한 점이 있다. 불고기는 항상 ‘Bulgogi’다. 세계적으로 알려졌기에 ‘Barbequed Beef’, ‘Barbequed Pork’ 등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을 살려 번역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떡의 표기는 ‘Rice Cake’이다. 불고기와 떡 둘 다 잘 알려진 우리 고유의 음식인데 전자는 음역으로만 쓰고 후자는 굳이 없는 단어를 만들어서 쓰는 것이다.

  억지 번역이 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떡을 ‘Rice Cake’으로 번역한다고 외국인들이 떡의 이미지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을까? 이는 스파게티를 비빔 국수라고 불러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오히려 왜곡된 이미지를 빚어내 혼란만 더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차라리 본래의 음가를 살리는 게 낫다. 떡은 쌀 케이크가 아니라, 떡 그 자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음식명 영어 번역 및 표기법의 문제점 2) Stew or Soup?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의미에 맞지 않는 번역’이 있다. 훈령에서는 찌개와 걸쭉한 탕은 재료명 뒤에 스튜(stew)를, 국과 걸쭉한 정도가 덜한 탕은 수프(soup)를 붙여 번역한다. 이들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스튜는 ‘고기와 야채 덩어리가 큼직하게 들어 있는 음식’, 수프는 ‘고기나 야채 따위를 삶아서 낸 즙에 소금, 후추 따위로 맛을 더한 요리’이다. 스튜는 수프에 비해 액체가 적고 재료가 큼직하게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찌개’는 ‘국’에 비해 국물이 적고 재료 위주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위 번역은 적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를 떠나 실제 음식을 보면, 스튜와 수프에서 각각 ‘찌개’와 ‘국’을 연상하긴 어렵다. 스튜는 찌개나 걸쭉한 탕보다는 양념이 자작한 찜류를 연상시킨다. 다음은 미국의 대표적인 스튜인 쇠고기 스튜의 사진이다.


▲ 쇠고기 스튜 ( 출처: Image by kalhh from Pixabay )


  수프는 사전에는 국물류로 묘사되어 있지만, 실제는 훨씬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양송이, 콘, 브로콜리 수프가 대표적인 '수프'이다. 고기 등의 재료로 육수를 낸 것은 수프(soup)보다는 브로스(broth)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국은 ‘물’에 가깝지만 수프는 되직하여 완전히 다른 음식인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통합 지원 시스템 누리집에서 음식명을 비롯한 공공용어 번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훈령을 적용해 번역 감수도 지원한다. 그러나 누리꾼들이 훈령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자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보다 번역 표준화 사업을 이른 시일에 진척시키는 데에 집중한 듯하다. Six Times(육회)나 Chicken Asshole House(닭똥집)와 같이 무분별한 ‘번역기표 번역’을 막기 위해 원칙과 표준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침 자체에 문제점이 없는지, 지침에 따른 단어들이 ‘널리’, ‘표준적으로’ 쓰일 만한지 시민들과 고민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번역은 완성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지속되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료>

- 최신시사상식 206집(2020년 8월~10월), 박문각

-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https://publang.korean.go.kr/bbs/bbsView.do?bbsSeq=765

- 수프를 의미하는 영어 표현들-soup, broth, chowder, stockhttps://m.blog.naver.com/justeng/221495613503

- 쇠고기 스튜 사진 Pixabay

- 네이버 영어사전(stew와 soup의 뜻)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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