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언어학 - 김하수 지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7기 백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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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살아있다. 사람들은 사전에 등록된 언어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어나 표현을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은 사멸한다. 이처럼 ‘살아있는’ 언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반영하고, 변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진 직업을 지칭하는 단어는 더이상 쓰지 않는다. 또한 ‘오글거리다’라는 말이 나온 이후부터 감성적이거나 진지한 말들을 공유하는 경향이 줄어들었고, ‘썸’이라는 단어가 생긴 이후로 남녀관계의 양상이 바뀐 것은 언어가 사회를 변화시킨 예시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서 언어는 의식을 반영하며, 우리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1) 한국과 한국어
‘발명된 문자’라는 점에서 한국어는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발명되었기 때문에, 맞춤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있었다. 이미 체계화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기존에 쓰던 말을 그대로 글에 옮기고, 문법적인 부분은 체계를 만들어서 제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을 글로 옮겨 체계를 만든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맞춤법 제정에 여러 갈등이 따랐다. 주시경과 제자들이 이끌던 이상주의자들은 한글이 고전과 전문지식까지 담아낼 수 있는 이상적인 수단이 되기를 원했고, 현실주의자 안확 등은 더욱 일반 백성의 언어 의식 수준에 맞는 한글이 되기를 원했다. 이와 같은 여러 의견 차이는 점점 말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분단 이후에는 표준어와 문화어로 나뉘기까지 하였다.

한글과 한국어는 이러한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적 요인으로도 변화를 맞았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세계 여러 곳의 언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어의 영향이 더욱 커졌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 이후에는 영어가 우리말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과거 우리나라는 일본어를 사용하면 더 고차원적이고 지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영어가 그렇다. 광복 이후 일본어 사용이 급격히 줄고 기피되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고, 영어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러한 외국어의 홍수에 맞서 모든 것을 한국어로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하지만 세계가 하나의 망처럼 변해가는 시기에 우리 것만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배타적일 수 있다. 반대로 세계화 시대이니 외국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세계 속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이러한 두 의견에 대해 작가는 "국어를 국어의 자리에, 영어(외국어)를 외국어 자리에 분명히 두기만 한다면 그리 걱정할 것 없다. 우리가 우리의 길을 간다면 외래적인 것은 결국 토착화가 된다"라고 말한다. 이 구절과 같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관대하지 않게 세계와 어울리며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한글과 한국어는 계속 쓰일 수 있을 것이다.


2) 언어에서 드러나는 사회
언어에는 다양한 특징이 나타난다. 서구의 언어들은 명사나 관사에도 성이 나뉘어 있고, 이누이트 족 언어에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40가지가 넘는 것처럼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면서 이러한 언어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단생활이 지배적이던 우리 사회에서는 호칭어가 굉장히 발달한 편인데, 이로 인한 문제들이 생기기도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책에서는 '미망인', '손자와 손주', '노동과 징용', '인종', 나이 표기 등을 언급하며 단어에 깃든 사회적 시선을 다룬다. 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미망인’이라는 단어와 '노동과 징용'이다.

미망인이란 남편과 사별한 부인을 일컫는 말로, 원래는 남편을 여읜 여성이 자신을 칭하는 말이었으나 주로 2인칭이나 3인칭으로 널리 쓰였다. 미망인이 과부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게 들리기 때문에 미망인이라는 표현을 더 사용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이어서, 중국의 영향이 강했던 과거 우리나라 역사로 인해 한자어는 세련됐다는 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라는 낱말 뜻을 살펴볼 때, 이것이 과연 불리는 사람에게 좋은 표현일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미망인'은 언어에 대한 선입견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다행히도 요즘은 미망인과 같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단어도 언어의 변화와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부부간의 위계나 배우자의 사망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이 언어의 사용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노동과 징용'은 반대로 의도를 가지고 언어를 바꿔 부르는 경우이다. 분명 징용과 노동은 단어가 주는 느낌과 그 역사가 사뭇 다르다. 징용은 뼈아픈 우리 역사를 나타내지만, 노동은 일제의 만행을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우리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느낌까지 든다. 물론 두 단어 모두 타국에서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테러와 군사 공격’ 또한 이와 유사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의도대로 일을 축소하거나 확대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언어를 선택해서 사용하는 일이 있는 반면, 불편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만들 수 있는 단어를 돌려 말하는 완곡어법처럼 좋은 의도로 언어를 선택하는 때도 있다. 이러한 선택적 언어 사용은 언어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교류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언어가 사회를 반영하거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장려할 만하다. 특히 언어가 활발히 사용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더 많이 소통하고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살펴보았듯이 언어가 차별을 포함하거나, 구시대적인 개념을 포함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은 사용자들을 통해 해결되고 있으며, 더 개선될 수 있다. 승무원을 성별에 따라 나눠 부르던 스튜어드(Steward)와 스튜어디스(Stewardess)를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로 통합하여 바꾼 영어단어처럼 언어의 변화를 통해 사회 문제를 점차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에 따라 명사나 관사가 달라지는 외국과 달리 포괄적인 언어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어를 더욱 더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사용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언어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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