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점검, 조사, 검토 / 정보 수집, 점검, 감시, 검색
평화로운 아침, 적막을 깨는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다. 중앙행정기관 중 한 곳(ㅂ)에서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바꿔 써달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말을 꺼냈다. 한글문화연대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의 보도자료를 매일 검수하며 외국어 대신 우리말을 써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스럽게 전화를 한 공무원에게 국어기본법에 따라 보도자료를 살펴보았다는 답변을 하려던 찰나, 먼저 한 마디를 건네왔다.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는 보내주신 단어와 뜻이 안 맞습니다."
사실 이 말도 자주 듣다 보니 그러려니 싶었다. 그런데 뒷말이 소위 가관이었다.
"원뜻도 모른 채로 무작위로 뜻 아무거나 막 주시는 건 한글을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순식간에 한글문화연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사람이 돼버렸다. 또한 한글문화연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한글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를 하고 있던 사람이 됐다.
모니터링이라는 단어는 문맥에 따라 우리말로 바꿔 쓸만한 게 너무나도 많다. 우리 연대에서 보내는 공문은 보도자료에서 쓰인 외국어를 먼저 찾고, 그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제안해서 보낸다. 단, 제안어 외에 더 적합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써달라는 문구도 있다. 아무리 보도자료를 잘 살펴본들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분은 '관찰'이라는 아주 좋은 우리말 단어를 직접 말씀도 하셨다. 그런데 뜬금없게 이런 비난을 위한 비판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말씀하신 대로 관찰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써달라고 말을 꺼냈지만 이미 수화기 너머 공무원의 귀는 닫혀있었다. 다른 부처가 그렇듯 한껏 쏟아내신 뒤에는 좋은 일을 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앞으로 공문을 보낼 때 좀 더 신경 써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좋은 뜻은 알겠으나’ 마성의 사족이다. 뜻은 알겠으나 실천은 못하겠다는 면죄부로 자주 쓰인다. 좋은 뜻으로 하는 것을 알겠다면 국어기본법에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왜 좋은 뜻으로만 남겨두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말은 사용할수록 입에 붙는다. 특히 건강과 안전에 관한 용어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한다. 외국어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한국의 문맹률이 낮다’는 통계 결과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때깔만 좋은 개살구를 만들기 위해 외국어를 앞장서서 쓰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 정부 부처 중 하나인 사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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