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1일, <옐로카펫 우리말 이름 공모전>이 끝나고 약 6개월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글에 언급했던 공모전에 응모된 작품은 총 7,182개였다. 언어, 아동, 인권이라는 세 가지 핵심어가 딱딱 맞아 떨어지자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결과가 나왔다. 직접 옐로카펫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 맞게 13세 이하 아동 청소년의 공모작 수는 5,090개에 달했다. 공모작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외국어를 적었거나 오탈자, 중복 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작품은 제외한 수치니 얼마나 많은 분이 참여해주었는지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최종 대상 수상작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노란 꿈땅>이 선정됐다. 특이하게도 형제가 함께 응모한 작품이었는데 뜻이 기똥차다. 노란색은 안전지대를 뜻하고, ‘꿈이 자라는 땅’을 줄여 ‘꿈땅’으로 만들어 ‘노란꿈땅’이 됐다. 최우수상은 <살피노랑>, <아이랑노랑> 두 작품이 선정됐다. 각각 ‘노랑’이라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중의적 표현이 드러나는데 아동이 부르기 쉬운 이름에 뜻을 넣어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중 ‘살피노랑’은 ‘살피’라는 단어와 ‘노랑’이라는 단어를 합친 말이었는데, 수상자가 동생들과 옐로카펫을 지날 때마다 노란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동생들의 모습을 보고 떠올렸다고 한다. <아이랑노랑>은 아동이 안전하게 있는 장소와 노란색이 같은 뜻으로 이해됐으면 좋을 것 같아 지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들과 본선에 진출했으나 아쉽게 상을 받지 못한 작품들까지 말 그대로 쟁쟁한 후보들이 즐비했다. 어렵지 않은 말로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들어둔 옐로카펫의 새로운 이름을 고르는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쉬운 우리말 이름을 고르기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쯤에서 한글문화연대에서 하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사업 이야기로 잠깐 빠져보자. 한글문화연대에서는 매일 중앙행정기관(부·처·청·위원회)과 광역지자체의 보도자료를 살피고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써 달라는 공문을 보낸다.(매우 친절하게 우리말로 바꾼 다듬은 말까지 붙여서) 그런데 간혹 “이건 공모로 정해져 바꾸기 어렵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있다. 흔히 말하는 명분을 붙여 책임 소재를 애매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도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없기에 똑같이 대국민 공모로 명분을 만들었다. 행정안전부에 우리말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하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고서 드디어 빛을 보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세상을 꽃밭으로 착각했던 사회 초년생의 착각에 불과했다.
현재 옐로카펫의 설치 등 관련 업무를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전담하진 않는다. 공모전을 같이 치르게 된 건 ‘옐로카펫’이라는 이름 저작권이 국제아동인권센터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행정안전부에서 ‘옐로카펫 지침서(가이드라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행안부에서 어떤 회의가 오갔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해가 바뀌도록 옐로카펫을 우리말 이름으로 바꿔 달라는 요청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2022년의 한글문화연대는 우리의 일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아무리 ‘언어는 인권’이라고 주장해도 찻잔 속의 태풍은 세상을 바꾸기 어렵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준 옐로카펫 우리말 이름 공모전처럼 국민과 함께 우리말을 쓰자는 앞으로의 한글문화연대의 활동을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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