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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사무국 우당탕탕

옐로카펫 이야기

by 한글문화연대 2021. 6. 22.

옐로카펫 우리말 이름 공모전 공식 포스터

‘옐로카펫? 레드카펫 친구?’

 

 옐로카펫을 우리말로 바꾼다는 말을 듣자 처음 들었던 생각이다. 큰 관심이 없다면 알기 어려운 외국어 중 하나다. 우리말가꿈이 19기 가나다 모둠은 아동과 청소년 주위에 어떤 외국어가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봤다. 그러다 발견한 게 ‘옐로카펫’이었다.

 

옐로카펫이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닥 또는 벽면을 노랗게 표시하는 것

이라는 게 초록창의 설명이다.

 

 좀 더 알아보니 2016년, 한글문화연대에서 이 단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창 옐로카펫을 설치하고 있었을 때 보냈지만 답변은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4년 뒤에 우리말가꿈이에서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옐로카펫 이름 바꾸기 작전’이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외국어든 외래어든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붙는 순간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힘을 잃기 마련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인식은 어떤지 가나다 모둠에서 설문조사로 여론을 살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활동 대신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245명이 참여했다.

이 중 옐로카펫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은 35명(14%)에 불과했고, 210명 중 195명은 모른다(80%)고 답했다. 옐로카펫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는 212명(86.5%)이 찬성했다.

답변 중엔 ‘노랑지킴이’, ‘안전노랑이’, ‘노랑안전지대’ 등 새롭고 재밌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2019년 서울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에서도 옐로카펫을 ‘노랑고깔’로 쓰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가꿈이, 발로 뛰어라!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지만,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만 가지고 우리말로 바꿔 달라고 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가나다 모둠은 직접 초등학교 앞으로 나가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만나서 옐로카펫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한 초등학생은 “옐로카펫이란 단어에 안전이라는 뜻이 들어 있지 않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자도 영화제의 레드카펫, 포토존 등에서 파생된 단어인가 생각했는데, 초등학생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학부모 중 한 명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전용어는 쉬운말로 써야 한다는 한글문화연대의 주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시작이 반이다
 명분이 생겼으니 국제아동인권센터에 옐로카펫을 우리말 이름으로 바꿔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며칠 뒤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답변이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글문화연대 대표, 우리말가꿈이 지도위원, 가나다 모둠원들과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이 모였다. 그곳에서 학교 주변 안전 용어들의 재정립 필요성(스쿨존, 그린푸드존 등)에 대해 토의했다. 그러다 문득 옐로카펫이란 이름을 두 단체에서만 정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의견을 구하는 공모전을 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협의가 끝나고 한 달 뒤, 실무자들이 모여 두 기관이 함께하는 공모전의 틀을 잡기 시작했다. 이미 여러 차례 공모전을 진행해 본 한글문화연대의 경험을 살려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두 기관이 함께 하는 공모전은 달랐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딱 절반 수준에서 멈춰 더 나아가기가 힘들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한글문화연대와 국제아동인권센터는 공모전을 공동주최하기로 협의하고, 함께할 기관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제안을 받아들인 곳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었다. 옐로카펫 설치 사업을 행정안전부와 함께했던 경험이 있었고, 옐로카펫의 이름을 아동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 공감했다. 더불어 행정안전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교육청과 경찰청 등도 참여 의사를 내비추며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모전이 진행될 것만 같았다.

 5월 15일 세종나신 날에 맞춰 발표하려 했던 공모전은 여러 기관과의 협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자연스레 밀리게 되었지만, 규모가 커지고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야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모종의 이유로 빠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정부 기관들과의 협업이 무산되었다. 그런데 공모전 개최 일주일 전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마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불참 의사를 밝히자 한글문화연대와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실무자들은 발등이 아닌 배꼽 정도까지 불이 떨어져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차라리 처음 함께하기로 했던 우리 두 기관이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도움의 손길이 모여서

 한글문화연대와 국제아동인권센터는 각각 국어운동과 아동 인권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작은 거인'이다. 두 기관 모두 규모는 작지만 알찬 구성원이 모여 늘 큰일을 해낸다. 하지만 공모전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예산이 늘 문제고, 결국 규모가 작다는 게 걸린다. 또한 공모전에는 응당 시상이 있어야 한다. 단지 상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말과 아동 인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참가한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이 두 문제를 해결해 준 곳이 국립국어원과 산돌구름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힘쓰는 청소년들에게 국립국어원장상을 지원해주었다. 우리말글 문화에 관심이 떨어져 가는 지금, 청소년의 관점에서 공공언어를 바꾸는 데 힘쓰는 것을 좋게 보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흔쾌히 지원을 결정해주었다.

 산돌구름에서는 자그마치 1년 동안 글꼴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산돌구름 산돌 이용권을 제공해주기로 약속했다. 비록 입상은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데에 힘써준 아동과 청소년들이 다양한 글꼴을 사용하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나와 감사했다.

 

공모전을 열고 한 달 하고도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지금까지의 참가 인원을 밝히기엔 자칫 참여해준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아직은 비밀에 부친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숫자다. 행사가 마무리되면 또 후일담으로 돌아와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리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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