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투리를 쓰면 안 되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우리는 글을 쓸 때에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고등학교의 교과용 도서 편찬과 공문서 작성 시 표준어 사용을 준수하도록 한다는 규정에 따라 공문서에도, 교과서에도 사투리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언어유희를 위해 광고 등에서 사투리를 사용한 경우, 문학 작품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지역색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사투리를 강조해 표현하는 경우 등 일부를 제외하면 수도권 지역에 사는 사람은 방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언젠가부터 우리 국민들은 주변에서 사투리가 사라지고 표준어가 주로 사용되는 것에 익숙해졌다. 국가적으로 표준어를 더욱 장려하며 공적인 일에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방언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는데도 이에 의문을 제기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여기, 표준어의 절대적인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한 집단이 있다. 2006523, 지역 사투리 연구모임인 탯말두레가 국가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표준어규정을 문제 삼은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었기에 탯말두레의 입장이 자연스레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사투리를 제외한 서울말만 표준어로 규정한 현행 국어기본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공표했다. 이 기사에서는 탯말두레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취지를 통해 표준어만 절대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돌아보았다. 이에 앞서, 표준어의 정의부터 알아보았다.

 

 

사투리를 사용하면 교양이 없다’?

 

1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표준어의 정의는 한 차례 수정 후 확립된 것이다. 조선어학회가 1933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정한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를 위와 같이 수정한 것이다. ‘중류 사회는 기준이 모호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경향을 감안해 교양 있는 사람들로 바꿨는데 이는 표준어를 못하면 교양 없는 사람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표준어가 국민 누구나 공통적으로 쓸 수 있게 마련된 공용어이므로, 공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 표준어를 익혀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교양이며 이러한 점에서 표준어는 국민이 갖춰야 할 의무 요건이라고 해설하였다.

1970년대, 산업화를 통한 급속한 근대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언어 근대화 작업의 하나로 고운말·바른말 쓰기 운동이 벌어졌다. 이 운동의 결과, ‘서울·표준어=근대, 시골·사투리=전근대라는 편견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표준어는 바른말, 전통 방언은 바르지 않은 말로 인식되었다. 1980년대를 거치며 방송 및 교육의 영역에서 사투리에 대한 심의와 제재가 점차 강화되었다. 이른바 사투리 박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후 표준어는 우리말의 기준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였다.

 

 

표준어가 왜 필요할까?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포스터)

 

 표준어 정립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것은 조선어학회였다. 조선어학회는 1921년 조직된 일제 강점기 한글 연구 단체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전 조선말 큰사전을 발행하였는데 그 기초 작업으로 우리나라의 어휘 중 표준어를 골라내는 작업을 하여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시초가 되어 우리 정부는 이후 표준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왔다. 표준어의 필요성을 일찍부터 자각한 결과, 오히려 우리 국민들이 표준어 사용을 당연시하며 의문을 제기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도 이와 같은 표준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뒤늦게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국가적으로 더욱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며 한족과 소수민족에게 중국어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실시한 표준어 확대 정책은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약화하고 한족으로 동화시키기 위함이기 때문에 소수민족들의 저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적 효율성의 차원에서는 통일된 하나의 언어를 바탕으로 교육한다면 편리하겠지만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민족성을 말살시킨다.

 물론 한국어는 민족 단위보다는 지역 단위로 사투리가 발생했기에 중국의 정책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표준어 정책 또한 서울을 기준으로 삼아 지방민을 차별하는 정책이자 지역성 고유의 특색인 사투리를 말살시키는 정책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표준어에 대한 헌법소원이 기각되다

 

 표준어에 대한 도전은 2006년 현행 표준어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며 정점을 찍었다. 탯말두레는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한 표준어규정 그리고 표준어로 교과서나 공문서를 작성하도록 한 국어기본법을 문제 삼았다. 이와 같은 규정이 지역어 사용을 제한하고 지역어 사용자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멸시하고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지역에 대한 차별 대우라 주장했다. 또 지역 학생들은 표준어에 맞는 교육을 받으며 자신들의 방언을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위 규정은 국민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및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소원이 제기된 지 3년 뒤(20095)에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표준어규정 및 국어기본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청구인들이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표준어에 관한 위헌 시비는 이로써 일단락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표준어의 절대적인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먼저 심판 과정에서 표준어규정의 성격 및 작용 영역이 축소되었다. 재판부는 교양 있는 사람을 단순히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석하도록 덧붙임으로써 해석을 축소했다. 또 표준어규정의 적용 범위를 교과서와 공문서만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것으로 규정했고 표준어규정이 법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헌법소원을 계기로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에 지역어의 보전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를 명시한 법 조항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이후, 전북 군산 및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여러 지방 의회에서 지역어 진흥 관련 조례들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헌법소원은 결과적으로 기각되었지만 이전까지는 당연시되었던 표준어 중심의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효율성과 다양성, 두 마리의 토끼

 

 표준어의 정립은 국민 모두가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공통된 언어생활의 기준을 마련해주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표준어에 속하지 않는 사투리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효율성을 위해 획일화된 기준을 강조하다 보면 다양성을 해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 애비를 찾으면 뭐라고 나오는지 아십니까? ‘아비의 잘못’, 딱 이렇게만 나옵니다. ‘애비의 뜻은 없고, 그냥 잘못이래요. 실상은 애비가 더 많이 쓰이는데도 말이죠. 미국에선 ‘papa’ ‘pa’ ‘dad’ ‘daddy’ ‘pop’ ‘poppa’ 모두를 사전에 넣어 같은 뜻으로 규정하고 동등하게 인정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오직 아빠아비만 인정합니다.”라는 탯말두레 간사 박원석 씨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표준어의 절대적인 사용은 국내 공적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다양한 사투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표준어의 가치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투리 또한 제대로 교육하고 보존할 수 있는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