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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외래어인 듯, 순우리말인 듯 헷갈리는 단어들 - 변한석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1. 9. 1.

외래어인 듯, 순우리말인 듯 헷갈리는 단어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변한석 기자
akxhfks1@naver.com

 

2012년 한글날, 가수 나르샤는 트위터에 자신이 순우리말 예명을 쓰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게시글을 남겨 화제가 되었다. 여러 뉴스에서 나르샤의 글을 기사로 옮겼으며, 대중들은 나르샤가 순우리말이 아닌 외래어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르샤뿐만 아니라 가수 ‘미르’의 이름 ‘미르’ 역시 외국어인 줄 알았던 한국어 이름으로 뽑혔다.

‘나르샤’, ‘미르’ 같은 이름들이 외국어나 외래어 같다고 뽑힌 이유는, 외래어 사용이 많아지면서 특정 발음이 외국어에서만 쓰는 발음이라 혼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르’ 같은 혀 굴리는 발음, ‘샤’ 같이 한국어에서 잘 쓰지 않지만 일본어나 영어에서 자주 쓰는 발음이 혼동을 준 것이다. 

한국어는 순우리말인 고유어, 영어 등에서 유래한 외래어, 그리고 한자어 모두 사용한다. ‘나르샤’, ‘미르’는 예로부터 사용한 순우리말, ‘컴퓨터’, ‘할로윈’은 외래어, ‘내일(來日)’, ‘태양(太陽)’은 한자어다. 이렇듯 우리는 순우리말뿐만 아니라 여러 외래어를 종합적으로 사용하는데, 여러 외래어의 사용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외래어라고 오해하는 단어 중 대표적으론 멜빵이 있다. ‘멜’은 영어 발음 같고, ‘빵’은 식품을 가리키는 명사가 연상되어 외래어라고 오해하지만 멜빵은 순우리말이다. 흥미롭게도 멜빵과는 반대로 ‘빵’은 순우리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포르투갈 출신 외래어다.

헹가래는 사람을 번쩍 들어 던져 올렸다 받았다 하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로 역시 순우리말이다. 물건값을 본래 값보다 올리거나 깎는 것을 의미하는 에누리는 일본어가 어원이라는 추측이 있지만 엄연한 순우리말이다.

한국어는 특히 한자어의 비율이 높아 순우리말 단어를 한자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고지식하다!”의 고지식을 고대 고(古)에 지식(知識)을 합친 합성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융통성 없는’이라는 단어의 뜻, 사람들의 성급한 추측과 평소의 한자 상식이 합쳐져 오해를 만든 것이다.

‘만만하다’, ‘생각’, ‘근심’ 역시 한자어로 오해하는 순우리말들인데, 모두 똑같은 발음을 가진 한자어가 있어 사람들의 오해를 샀다.

 

짜증 마감
모습 녹초
벼락 구두쇠
서랍
유난 주검

▲한자어로 오해받는 순우리말 단어들.

 

반대로 순우리말이라고 잘못 알려진 외래어도 종종 있다.

앞서 설명한 포르투갈어 ‘Pao’에서 유래한 ‘빵’처럼, 영어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온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공공자금을 모으기 위해 여는 시장을 뜻하는 바자회는 페르시아어 ‘바자(bazar)’에 한자어 ‘회’가 합쳐진 외래어다.
특히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어가 혼동을 일으키기 쉬운데, 쓰시마섬의 방언에서 나온 고구마는 순우리말이 아닌 일본산 외래어, 구두 역시 일본어에서 변형된 외래어다. 
또 비록 다른 나라 말이지만 일본을 거쳐서 한국에서 정착한 외래어도 있다. 고무는 네덜란드어 ‘Gom’이 일본식 단어 ‘Gomu(ゴム)’로 변형되어 전해진 단어다. 추운 겨울 사람들이 입는 ‘조끼’ 역시 순우리말이 아니다. 일본에서 포르투갈어인 ‘jaque’를 ‘춋키(チョッキ)’라 부르게 됐고, 또 한국에 넘어와 조끼로 쓰게 됐다.

개화기 이래로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서양의 문물을 급격히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외래어의 사용도 많아졌다. 현대로 넘어와선 이런 외래어가 불필요하게 많아지면서 기존에 있던 단어의 뜻도 헷갈리는 경우도 생겼는데, 한자어 이지(理智)를 영어 easy로 알아듣고 기분 나빠하거나 심지어 고지식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등의 단어의 뜻과 어원을 모르는 지경까지 왔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쓸 때 그 단어가 외국어인지 우리나라 말인지도 모르면 소통은커녕 이해조차 못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어를 쓸 때 그 단어가 출처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언어 습관을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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