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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규장각에서 만나는 한글 - 김규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1. 12. 8.

규장각에서 만나는 한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규장각은 조선 19대 왕, 숙종이 지어 정조가 성장시킨 기관이다. 정조는 규장각을 조선 시대 왕실 비서 기구이자 도서관으로 사용했고, 젊고 영특한 관리 중에서 '초계문신'이라는 장학생을 직접 뽑아 규장각에서 공부하도록 하였다. 학술과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었던 규장각이 서울대학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일제가 경성제국대학을 세우면서 귀중한 고문서가 대학 도서관에 보관되었고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규장각을 지어 소장하면서 규장각이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서울대학교에서 규장각은 연구 기관이자 서고이며 전시실 또한 운영하는데, 심사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직접 해설자가 되어 안내를 맡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았던 전시실은 현재 '정조와 규장각, 그리고 남은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새단장하여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다만, 안전을 위해 전시는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언해본 도서는 총 4가지이다. '언해본'이란 당시 공식 문서를 작성할 때 주로 사용했던 한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 문자인 한글로 쓴 문서를 말하는데, 이번 기사 소개할 것은 '윤음언해', '자휼전칙', '속명의록', '언해태산집요'이다. 이 기사는 전시실의 문헌 해설을 참조하여 작성했다. 정조의 꿈이 담긴 규장각에서 옛 한글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백성을 널리 가르치리, 윤음언해

 

'윤음언해'는 정조가 1781(정조 5)에서 1784(정조 8) 사이에 내린 각종 윤음 언해본 12편을 모아 편집해둔 책이다. '윤음'은 왕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윤음을 반포할 때는 한문본과 언해본을 각각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국왕의 명령이 사대부층만이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널리 전달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그렇게 제작되었다. 윤음의 언해본만을 모아 엮은 본서 역시 궁중 여성이나 일반 백성에게 읽히기 위해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수록된 윤음들은 해당 윤음이 내려진 지역의 백성들을 위로하고, 지역에서 기근과 같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조의 어진 마음, 자휼전칙

 

이 책은 흉년 때문에 굶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와 3세 이하의 버려진 아이를 구휼할 대책을 수록하고 있다. 구성을 살펴보면 정조가 대책 마련을 지시한 '윤음'과 구휼 방안을 정리한 '사목'으로 나누어져 있고, 뒷부분에 한글 언해가 붙어 있다. '사목'은 총 9개 조목으로, 아이들과 아이에게 젖 먹이는 사람에게 지급할 쌀, 간장, 미역의 수량, 담당 관청, 재정 조달 및 감찰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1783년에 정조의 명에 따라 편찬되었고 규장각에는 당시 활자의 한 종류였던 '정유자'로 편찬한 책이 전시되어 있다.

 

윤음언해 ( 왼쪽 ) 와 자휼전칙 ( 오른쪽 ).

 

역모 사건의 전말을 기록하다, 속명의록

 

1777(정조 1)에 일어난 홍상범, 홍계능 역모 사건을 기록한 책으로, 1778년에 간행된 언해본이다. 이 사건은 홍상범 등이 홍인한, 홍상간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17777월과 8월에 자객을 궁궐에 잠입시켰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본서에는 이 사건의 전말과 홍상범 등을 조사한 내용이 날짜순으로 기록되어 있다. 책 말미에는 정조의 명을 받아 본서를 엮은 김치인, 김상철 등 12명의 이름이 실려 있다. 책에 수록된 사건은 '명의록'에 기술된 역모 사건과 긴밀하게 연관되며, 정조의 대리청정 및 주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왕실, 외척 간 권력 투쟁의 실상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된다. 홍인한 등은 정조가 세손일 당시 대리청정하는 것에 반대하였는데 정조가 즉위년에 이들을 처벌한 내용이 '명의록'에 자세히 담겨있다.

 

 

허준이 편찬한 언해태산집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허준(1539~1615)'동의보감' 옆에는 그의 또 다른 대표 의서인 '언해태산집요'가 자리하고 있다. 한자로 쓴 '동의보감'이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된 의서였다면 '언해태산집요'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한글로 쓴 책이다. 이 책은 당시 어의였던 허준이 선조의 명을 받고 1608년에 간행한 부인과 계통 의서이다. 잉태에서부터 해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여러 처방과 치료법을 43개 항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규장각에 소장된 '언해두장집요'와 함께 근대국어 자료 중 가장 이른 시기의 문헌이다. 후대 중세국어의 특징도 보여주어 17세기 국어 표기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이다.

 

속명의록 ( 왼쪽 ) 과 언해태산집요 ( 오른쪽 ).

 

규장각, 정조의 꿈이 담긴 곳

 

지금까지 계몽 군주 정조의 꿈이 담긴 규장각의 다양한 언해 도서를 살펴보았다. 한글로 작성된 고문서는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용상으로도 아주 중요한 자료이지만, 동시에 우리글의 사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법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는 기사에 소개된 언해본 자료들뿐만 아니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 정조의 일기인 일성록, 조선통신사기록물, 의궤 등 귀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자리이다. 다양한 고문서를 통해 옛 성현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는 규장각 전시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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