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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86

by 한글문화연대 2014. 8. 28.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86
2014년 8월 28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한글문화연대 바로가기

  ◆ [아리아리 내리비치]

   ◆ [누리방송] 이건범의 그러니까 말이야 9회-안전하지 않은 재난용어
   
◆ [우리말 이야기] 알갱이와 알맹이-성기지 학술위원
   
◆ [우리나라 좋은나라]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김영명 공동대표
   
◆ [우리말글] 과자도 사기 어려운 세상 오려나?-이건범 상임대표
   ◆ [알림] 안녕! 우리말 운동을 함께해주세요.

* '내리비치'는 한글문화연대가 '차례'를 갈음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 [누리방송] 이건범의 그러니까 말이야  9회-안전하지 않은 재난용어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글을 주제로 여러가지 지식과 정보 등을 나누는 누리방송(팟캐스트) "그러니까 말이야"를 하고 있습니다.

■ 방송을 듣는 방법
- 인터넷: 팟빵 누리집에서 '그러니까 말이야'를 검색하세요.
- 전화기: 팟빵 앱 설치한 뒤 '그러니까 말이야'를 검색하세요.
* 팟빵 바로가기 http://www.podbbang.com/ch/7823


팟캐스트를 우리말로 바꾸면 ?

팟캐스트(podcast)라는 외국어를 인터넷녹음방송이라고 표현하다가 누리방송 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 [우리말 이야기] 알갱이와 알맹이-성기지 학술위원

‘알갱이’와 ‘알맹이’란 서로 다른 두 낱말이 있는데, 그 각각의 쓰임을 잘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갱이’는 “곡식의 낟알이나, 열매의 낱개”를 가리키는 말이다. “쌀이나 보리, 밀 알갱이는 잘고, 도토리나 밤 알갱이는 굵다.”처럼 쓰인다. 반면에 ‘알맹이’는 “물건을 싸고 있는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땅콩을 까서 알맹이를 모아 놓은 것보다 남은 껍데기가 더 수북하다.”처럼 쓰인다. ‘알갱이’는 셈을 헤아리는 단위로도 쓰여서 “한 알갱이, 두 알갱이, 세 알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알맹이’는 그렇게는 쓰이지 않는다.

모처럼 하늘이 높고 햇살이 눈부신 나날이다. 이런 날씨가 보름만 지속되어도 올 가을 수확이 풍성해질 것이다. 벼베기를 한 뒤에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것을 ‘바심’이라고도 하고 한자말로 ‘타작’이라고도 한다. 이때 이삭의 낟알은 ‘알갱이’이고, 이 알갱이들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찧는 것을 ‘도정’이나 ‘정미’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도정 공정을 거친 것이 ‘알맹이’이다. 이 알맹이가 쌀이다.

타작이란 말의 우리말이 ‘바심’인데, 벼가 아니라 ‘조의 이삭을 떨어내서 좁쌀을 만드는 것’을 ‘조바심’이라고 한다. 이 조는 잎이 어긋나 좁고 길게 생겼고, 귀가 질겨서 떨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조를 바심할 때에는 (곧 타작할 때는) 그 과정이 조심스럽고, 마음먹은 대로 쉽게 떨어지지도 않아, 조급해지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는 것”을 ‘조바심치다, 조바심하다’라고 하게 되었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 역사의 진정한 위인은 누구일까?-김영명 공동대표

우리 역사에서 정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불국사?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고려의 금속 활자? 이순신? 이율곡? 이퇴계? 원효? 을지문덕

이순신과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서 얘기했다. 대단한 위인이지만 약한 나라를 구한 위인이지 세계로 뻗어나간 위인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사정상 그랬다. 강한 나라에 둘러싸인 약한 우리에게는 국제 정치나 경제, 생활 수준 등등에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자랑 삼아야 할 유산은 문화 유산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것들이 그런 문화 유산일까? 위에서 거론한 것들이다. 우리는 힘은 약했어도 최소한 문화적으로 야만족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위의 것들은 우리가 독창적으로 창조한 문화 유산이라고 볼 수 없다. 모두 중국 문화를 받아와서 우리 나름대로 가공한 것들이다. 잘 가공했기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도 인정받았고, 지금 우리가 세계에 내세우는 문화 유산이 되었지만, 사실 외국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들이 잘 모르는 까닭이 우리 국력이 약해서 우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데도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그것들이 우리의 독창적 창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예컨대 전기나 자동차처럼 지금 우리 삶에 밀착된 필요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려 청자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송 나라 청자에서 배워 온 것이요, 원효가 한국 불교를 정립하였다고 하지만 세상은 원효를 모르고, 이율곡이나 이퇴계는 중국 주자학계 안에서 활동한 학자들이다.

말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의 예술가나 학자들이 훌륭하여 서양 미술이나 서양 학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몇몇이 존재하는 것과 같다. 더 쉽게 보자면 박찬호나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그들의 업적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 야구의 산물이다.

마찬가지로 위 분들은 독자적인 조선 학계가 아니라 중국 학계의 조선 지부 같은 데서 활약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들을 세상에 자랑할 만한 우리 사상가들로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역사상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불교계는 더 한심하다. 그 안에서는 자기들끼리 위인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 불교계를 알아주는 나라는 없다. 세계 불교 사상의 발전에 한국 불교가 기여한 것은 없다고 말해도 좋다.

뭐 어쩔 수 없다. 지리적으로 군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변두리 나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심권 문화 안에서 박찬호나 박지성이, 아니 차범근이 많이 나와 준다면 그것으로 뿌듯하게 여겨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얘기는 이게 다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정말로 세상에 내놓을 만한 독창적인 문화 유산이 있다. 바로 한글이다.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것이, 어떻게 세종대왕은, 한 개인이 이렇게 뛰어난 글자를 만들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아니 그 전에 어떻게 그럴 생각조차 할 수 있었을까?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소 문자일 뿐 아니라, 창제자가 분명한 유일한 글자이다. 그 이전에 존재하던 여러 문자를 본 땄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고, 일본 사람들은 조선의 창살 모양을 보고 글자를 만들었다는 둥 하기도 하였지만, 다 부질 없는 소리들이다. 이전의 문자와 비슷한 모양들이 있다고 해도 하나도 비판 받을 일이 아니다. 한글의 글자 모양은 혀와 목젖 등 발성기관이 소리를 내는 모양을 본 따서 만든 것이다. 당시의 음운학 수준으로 볼 때 놀라운 일이다.

한글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하게 순정으로 독창적인 문화 유산이다. 500년 동안 이를 오랑캐 짓이라고 부끄럽게 여기면서 한자만 숭상한 조상들이 오히려 부끄럽다. 하긴 그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로 봐서는 그런 일이 자연스럽기도 했다. 중국 문화를 배반하는 오랑캐 짓으로밖에 안 보였을테니까.

세종대왕은 다른 여러 업적들도 남겼지만 훈민정음 창제 하나만으로도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일 뿐 아니라 세상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위인이다.

휴, 다행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조상이 있었다니....

  ◆ [우리말글] 과자도 사기 어려운 세상 오려나?-이건범 상임대표

다들 한두 번은 겪지 않았을까 싶다. 외국어로 길게 지어진 아파트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 헤매는 일 말이다. 부모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느라 그런다는 우스갯소리가 참 씁쓸하다. 외국어로 이름을 지어야 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고, 공급자나 소비자가 서로 그런 생각을 부추긴다.

과자나 라면 등 식품의 이름을 포장지에 적을 때는 외국 문자나 한자가 한글보다 커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한 식품의 표시 기준이다. 이게 불필요한 규제라고 없애달라는 산업계의 민원을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단다. 로마자나 한자로 포장지를 도배하든 말든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먼저, 이들은 세계화 추세에 따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영문 머리글자나 영문 제품명을 마구 사용하는데 식품산업은 표시 제한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출 경쟁력 문제나 업계 안의 불공정 문제가 아니라 자기네 일하기 불편하다는 불만이다. 혹시 식품산업에 대한 차별일까? 아니다. 난 이 규정이 식품산업이기에 필요하다고 본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이다. 한글과 같은 크기로 상품 이름에 외국 문자를 적을 수 있는데도, 이 규정을 없애자는 목적은 외국 문자를 크게 적고 한글은 보일 듯 말 듯 적어 외국 제품처럼 보이겠다는 것이리라. 앞서 말한 외국어 이름 아파트를 외국인 아파트로 오인할 일이야 없지만 과자나 사탕, 라면 등에서 이런 오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종류가 많고 신제품도 쏟아지며 제조 단가도 싸기 때문이다.

우리 소비자기본법에서는 “국가는 소비자가 사업자와의 거래에 있어서 표시나 포장 등으로 인하여 물품 등을 잘못 선택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하도록” 상품명부터 여러 가지 정보의 표시 기준을 정하게 했다. 이런 마당에 정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비겁한 위장술을 마케팅이라고 우기니 기업이 욕을 먹는 거다. 어린 시절 홀짝 내기로 껌종이 따먹기 할 때 외국 글자만 쓰여 있는 외국 껌은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서 늘 환산 가치가 높았다. 아마도 이들은 로마자로 적은 상품을 내면서 가격을 더 올릴지도 모른다.

둘째로, 이들은 국가경쟁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활자 크기 제한은 경쟁력을 낮춰 식품 기업의 영업 활동에 규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영업이익을 국가경쟁력과 동일시하는 이 오만함도 어처구니없고, 국내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낮춘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나에겐 식품 대기업이 외국 상품처럼 꾸며서 마구 광고 때리고 돈을 퍼부어 자기네 시장 점유율 높이고 싶은데, 그걸 막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난 그들이 애국기업이라서 자기네 이윤을 희생해왔다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고 있다면 그만큼 영업이익을 겨냥한 가격을 매겨 놓았을 게 뻔하다.

이들 식품 기업과 규개위는 식품 대기업의 이윤이 한글의 가치보다도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몇몇 기업 배 불리자고 우리의 미래를 희생해야 하는가? 과자와 라면 등의 식품을 가장 많이 접하는 층은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눈에 한글보다 로마자가 더 멋지고 돈 되고 우수한 글자라고, 우리 글자는 과자 이름 하나도 표기할 값어치가 없는 것이라고 가르치자니. 굳이 경쟁력을 따진다면 정신의 힘을 버려야 할 까닭이 없다.

이 문제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큼과 동시에 영어 능력을 잣대로 삼아 영어에 취약한 세대를 차별할 위험도 갖고 있다. 영어유치원 다니는 손자 앞에서 할머니가 과자를 찾지 못해 자신의 짧은 배움을 한탄해야 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국민의 보건과 안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 권리가 연결된 문제에서는 더 이상 천박해지지 말자.
* 이 글은 경향신문에 실린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의 글입니다.(2014.08.25.)

  ◆ [알림] 안녕! 우리말 운동을 함께해주세요.

안녕! 우리말"^-^
대한민국 구성원이 쉬운 말을 사용하며 원활하게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품격있는 언어문화를 꽃피우기 위하여 많은 단체가 뜻을 모아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을 만들었습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의 사무국을 맡아 언어문화개선 운동에 앞장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누리망을 통해 언어문화개선 운동을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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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우리말-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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