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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대중을 위하지 않는 대중교통 - 김규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4. 11.

대중을 위하지 않는 대중교통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한국은 명실상부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나라다. 지하철과 버스 연결망이 촘촘히 구축되어 있어 시민들이 자가용 없이도 이동하기 편리하다. 정류장마다 이름과 노선도를 큼직하게 안내하고 실시간으로 도착 버스의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갖추었다. 버스에 타면 도착하기 전에 해당 정류장뿐만 아니라 다음 정류장까지도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해준다. 시민들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기능이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기술에 비해서 비교적 간단한 언어 문제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 먼저 노선의 이름이 외국어, 외래어로 되어있어 불편을 겪는 경우를 소개하려고 한다.

버스 정류장의 이름을 정할 때는 근처의 유명한 건물이나 지명을 주로 활용한다. 정류장 이름을 놓고 지자체에서 유상 판매를 하기도 하여 최근 울산광역시에서 정류장 명칭이 대폭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가장 친숙하고 알아듣기 쉬운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대중교통 정류장 명칭에 외래어, 외국어를 사용하여 시민들이 곤란을 겪기도 한다.

대치2동주민센터, 우래옥대치2동주민센터, 래미안하이스턴으로 변경되었다. 그래도 해당 정류장은 대치2동주민센터가 병기되어 있기에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역삼럭키아파트.역삼월드메르디앙아파트’, ‘래미안아파트.파이낸셜뉴스’, ‘한남동하이페리온’, ‘한국폴리텍1대학등 한글로 표기되어 있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정류장이 많다. 전국 버스정류장에서 심심찮게 보였던 스마트 쉘터도 무슨 의미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스마트 쉘터는 정보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미래형 버스 정류장으로, 휴대폰 무선충전,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자동정차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서울시는 스마트 쉘터를 홍대입구역, 합정역, 건대입구역 등 10곳에 시범 설치하였지만 외국어 용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그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는 시민들이 많다.

 

(서울시가 미래형 버스정류장 스마트 쉘터를 시범 운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 출처: 더팩트)

 

 

시민 모두에게 직관적이어야 할 대중교통 안내에 이렇게 어려운 언어가 쓰이게 된 것은 우리 사회에 외국어, 외래어가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이다. 건물과 시설 이름, 심지어는 안내문에도 외국어, 외래어를 사용하는 일이 만연해지며 정류장 이름이 이를 자연스레 반영하게 된 것이다.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자주 듣는 표현이다. ‘스크린도어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에게 익숙할지 모르나 대다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외국어이다. ‘이나 안전문이라는 우리말로 순화해 안내한다면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대중교통 이용에 더욱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기 위해 점자 노선도를 만들었다. 서울시 전체 정류장 6254곳 중 2285곳에 점자 노선도를 설치했으나 5년간 노선 변경을 반영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 2015년 이후 추가로 설치하지 않았으며 마을버스, 광역버스 정보가 빠졌다. 이마저도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 대다수는 점자 노선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스 정류장 한 귀퉁이에 점자 노선도가 붙어 있지만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서울시는 민간 위탁 사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마을버스는 관할 자치구에서, 경기버스와 광역버스는 해당 운수회사가 직접 점자로 버스 번호를 표기해야 한다. 서울시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서 불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 지하철 따위의 교통. 또는 그러한 교통수단을 의미한다. 사전에 실린 대로, 대중교통은 대중’, 말 그대로 다수의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대중교통 시설과 서비스가 갖추어져 있더라도 언어의 문제로 이를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더 많은 사람들이 국민으로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시민들이 호소하는 불편에 귀를 기울여 대중교통 언어 문제를 개선하고 우리나라 대중교통을 더 많은 국민들이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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