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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키예프’ 말고 ‘키이우’로 불러주세요 - 김규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4. 11.

키예프말고 키이우로 불러주세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규리 기자

kyu0814ri@naver.com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31일 누리소통망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이 러시아식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사관 말에 따르자면, 수도 명칭을 키예프가 아니라 크이우, ‘크림반도가 아니라 크름반도로 표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표기를 바로잡은 것은 전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세계적으로 전쟁 발발의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224, 러시아가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의 정당성 없는 공격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에 러시아식 표기를 지양하고 우크라이나 지명은 우크라이나식 발음에 따라 표기해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대사관 측에서는 침략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에게 큰 상처와 아픔이라고 덧붙였다.

 

위의 사진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공유한 우크라이나식 표기법이다. ‘옳은 표현은 우크라이나어 표기를, ‘틀린 표현은 러시아어 표기를 가리킨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 줄 것을 간청드린다라며 직접 단어 예시를 제시했고, 한국에서는 많은 시민이 공감을 표했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과 정부 기관 등에서는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식 발음으로 표기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지명은 우크라이나어 발음으로 정정해 표기하자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한국 방송사 케이비에스(KBS)’1일 뉴스에서 이제부터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를 기준으로 전한다고 밝혔다. 당일 보도부터 하리코프는 하리키우’, 리비프는 리비우로 표기하면서 외래어는 그 나라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해야 한다는 국립국어원과 KBS 한국어연구부의 자문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2일 우크라이나 지명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발음으로 표기하거나 러시아어 발음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식으로 표기하자는 마음은 국민이 공유하고 있으나,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한 표기가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달라 혼선이 빚어진 모양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 표기상 크이우가 아니라 키이우가 올바른 표현이다. 대사관에서 요청한 크름반도표기 또한 우크라이나 외래어 표기 지침을 고려하면 크림반도가 맞다. 표기가 달라진 이유는 우리나라와 우크라이나 간 음소 체계 차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어의 и는 우크라이나에서 사이로 발음되는데, 그 두 음소가 한국인에게는 구분이 안 되는 음소라서 이를 고려해 만든 우크라이나식 표기 지침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제시한 표기는 정부와 언론 외래어 심의 위원회(이하 외심위’)에서 확정하기 이전의 것으로, 외심위의 결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본래 외국인명·지명표기 등은 외심위 공동위원회를 통해 공개하는데, 시의성이 급할 경우 외심위 전에 표기 지침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심의를 거친 뒤 세세한 표기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후 우크라이나어 한글 표기 관련 자료를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역의 피난민들. (사진 출처: 뉴시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2021년에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거치며 외국 선수의 인명을 표기하는 것과 관련해 외래어 표기법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외국어는 한국어와 발음상 차이가 있기에 해당 국가의 발음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외국 인명이나 지명을 표기할 때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작년과 올해를 계기로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 표기에 대해 총체적으로 기준을 정리해 제공하면 시민들의 혼선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키예프로 표기하는가 키이우로 표기하는가의 문제는 우리에게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나 우크라이나인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고자 하는 논의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우크라이나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작게나마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명이나 인명을 표기할 때도 의식하지 못한 채 강한 국가의 기준을 따르는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식 표기를 우크라이나식으로 고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러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우리도 누군가의 독도를 무의식적으로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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