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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尹 대통령이 누구예요? - 김연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6. 29.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9기 김연우

yourkyw@naver.com

 

‘尹’, 처음 봤는데 자기소개도 없다니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 후 언론에서 자주 못 보던 한자가 등장했다. 바로 ‘성씨 윤(尹)’ 자이다. 언론에 새롭게 등장한 이 한자는 볼 때마다 자기소개도 없이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언론에서는 관용적으로 대통령 이름을 한자 성씨 한 글자로 축약해 표기하고 있다. ‘문(文)’, ‘박(朴)’, ‘이(李)’, ‘노(盧)’ 등이 그러하다. 때에 따라서는 알파벳의 앞글자를 따서 ‘MB(이명박)’와 ‘DJ(김대중)’, ‘YS(김영삼)’로 표기하기도 한다. 기사 제목에 매번 이름 석 자를 적으면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하기 어렵고, 신문의 지면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성씨 한 글자만 한자로 적거나, 이름을 로마자로 축약해 적는 것이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다.
문제는 젊은 층에서 한자 ‘尹’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는 ‘노(盧)’자와 ‘윤(尹)’자는 2급 한자에 해당하며 교육용 한자도 아니다. 그만큼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인 셈이다. 만 20살 대학생 박모 씨는 “뉴스를 읽다가 한자 ‘尹’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맥락을 보고 유추했다”라고 말했다. 단지 대통령 이름만이 문제일까.

한자 모르면 신문 읽기 불편한 세상
언론에서는 중국과 미국 등 국가 이름을 약칭으로 쓸 때도 한글을 두고 한자를 적는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中(가운데 중)’과 ‘美(아름다울 미)’로 쓰인다. ‘中’과 ‘美’는 초등학교 교육과정 중에 있기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적으나, 그 외의 국가들의 이름은 ‘泰(태국)’와 ‘濠(호주)’와 같이 낯설고 어려운 한자 약칭을 사용한다. 
신문의 정치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여야를 가리킬 때도 ‘與野’로 적는다. 여당과 야당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한자를 해석하지 못하면 그 뜻을 영영 알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30년간은 대통령의 성씨가 다 달라 표기에 혼동을 빚진 않았지만, 연이어 같은 성씨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이와 같은 식의 한자 표기법은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이름도 한글로 적으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6월 5일 구굴 뉴스의 화면. 한자를 읽지 못하면 기사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언론도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야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신문을 읽을 때 기사 내용은 보지 않고, 기사 제목만 빠르게 훑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헤드라인 소비자(기사 제목 위주로 살펴보는 독자)’라는 말이 생겼다. 제목을 중심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독자들은 제목에 낯선 한자가 등장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터넷 매체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세대는 이전 다른 세대보다 영상 매체나 구어체에 더 익숙하다. 젊은 세대는 활자 매체에서 사용되는 한문을 낯설어하거나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전북 전주의 중학교 한문 교사는 "학교에서도 한문 수업 시수가 줄면서 학생들이 한문을 접할 기회가 줄고 있다"며 "한자 자격증 취득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자를 모르면 무식하다는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한자 교육의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마당에 한자 표기를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언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한자를 쓸 때는 괄호 안에
한자어는 한국어 어휘 갈래 중 하나로 실제로 우리말 낱말의 상당수가 한자에 기원을 두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단어 약 51만 개 중 한자어가 58.5%다. 그렇기에 한문을 공부하면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름 체계는 한자 차용 표기법을 따르고 있다. 한문을 교육과정 중에 배우기도 하기에 대통령의 성씨 한 자 정도는 한글 대신에 한자로 표기해도 무방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생긴 것이다.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모르면 독자가 직접 찾아봐야 한다는 식의 불친절한 언론인들의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언론은 특정 세대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모든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과 우리글로 적어야 한다.
물론, 언론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일부 단어 아래에 작게 한국어 뜻을 적어 함께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한글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때에 따라 한자나 외국문자를 괄호 안에 넣어 병기 표시하면 국민을 차별하지 않는 친절한 언론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신문에서 ‘尹’ 대통령이 아닌 ‘윤(尹)’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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