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출판'으로 바라보는 인공지능 출판의 미래, “배제? 혹은 공생?”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정우리별
woori31kju@gmail.com
국회 ‘도서관법 개정안’ 통과
인공지능 출판의 현재부터 미래까지

인공지능 시대라는 환경 변화에 따라, 출판 보상금을 노리는 허점으로 작용했던 도서관법의 납본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5월 7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이학영과 국민의 힘 조은희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도서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도서관법 개정안은 악용되는 기존 납본 제도를 막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인공지능이 저자인 출판물을 납본받지 않거나 부수를 조정할 수 있고, 또 인공지능 출판물임을 속이고 납본 보상금을 받을 경우 추후 보상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의무 납본 제도의 악용, 한 해 9000권 ‘딸깍’ 출판
도서관법 개정안의 발단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일명 '인공지능(AI) 딸깍 출판'에 있었다. '인공지능 딸깍 출판'이란, 클릭 한 번이면 완성되는 인공지능 도서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은 용어다. 단순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판받는 본질적인 이유는 의무 납본 제도의 악용에 있다. 납본 제도란,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 도서관이 국내에 출판된 장서를 의무적으로 영구 소장하고 출판사에 책값을 보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출판사는 출간 후 30일 이내 도서 2권을 제출해야 하며, 도서관은 해당 출판사에 1권의 값을 지급한다.
하지만 '딸깍 출판’ 도서들이 이러한 보상금 제도를 악용해 돈을 벌고 있다. 인공지능 딸깍 출판은 인간 저자가 저술한 도서와 달리 제작 비용과 시간이 훨씬 적게 든다. 심지어 저자가 불분명한 출판물임에도 보상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납본 제도의 허점을 공략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4년부터 2025년 한 해 동안 약 9000권의 책을 펴내며 논란이 된 루미너리북스가 있다. 이는 대형 출판사가 1년에 대략 200여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중앙도서관, 인공지능(AI) 출판물 첫 납본 거부
이와 같이 인공지능 도서들이 급증하자 앞선 2월 4일, 국립중앙도서관은 특정 인공지능 출판사의 책을 납본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처음으로 인공지능 출판물 납본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납본 보상금으로 역대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전자책 납본을 받기 시작한 2016년에는 보상금으로 1,213만 원을 썼는데, 2022년엔 1억 7,431만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2억 6,276만 원을 지출했다. 약 10년 사이 20배나 증가한 액수였다. 만약 연간 9000여 권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I) 딸깍 출판사’가 앞으로도 범람하게 된다면, 악용되는 보상금 제도가 하나의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이를 초단에 잡기 위해서 납본 거부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월 7일, 도서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도서관의 납본 거부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뒷받침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인간 저술 출판물' 보증제, 효력이 있을까?

한편 ‘도서관법 개정안’이 보상금 제도의 악용을 막는 대안이라면, 출판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출판 도서에 대한 대응으로 ‘인간 저술 출판물 보증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인공지능 출판 도서로 인해 책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위협받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양 고전 번역본에서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알빠노(네 사정은 알 바가 아니다)’ 등 책의 성격과 맞지 않는 표현들이 등장하며 논란이 되었다. 이에 인공지능 도서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일부 독자들은 인공지능 출판사를 나열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지식의 보고'로 책을 기대하던 독자들에게 딸깍 출판 도서가 기피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 인간 저자가 집필한 도서임에도 인공지능 도서인 줄 오해하는 현상까지 벌어지자,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4월 초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인간 저술 출판물 (HAP·Human Authored Publication)’ 보증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간 저술 출판물 보증 마크는 독자에게 인공지능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는 장치다. 인공지능 출판을 금기시하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인간이 저술한 것임을 증명하는 체계로서 작용할 방침이다. 배제가 아닌 공생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마크는 출판사가 마련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부착된다. ‘에이아이(AI)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원고에 사용하는 등의 표절 행위를 하지 않는다’, ‘에이아이(AI) 활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독자를 오인하게 하는 방식으로 저작물을 작성하지 않는다’ 등이 기준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작정하고 숨기면 밝힐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을 판독해 낼 수 있는 기술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출판업계에선 무엇보다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므로, 앞으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율 규제에서 더 나아가 법과 제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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