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말'과 '정확한 말' 사이… 기자는 어떤 단어를 선택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정현지 기자
sue9342@naver.com
용어 순화 원칙부터 고착된 외래어 수용까지… 매체별 다른 접근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하는 언어”… 독자 눈높이 맞추는 언론의 역할

매일 쏟아지는 기사를 읽다 보면 전문 기술 용어나 영문 약어, 낯선 법률·경제 용어 때문에 막히는 순간이 적지 않다. 최근 보도된 정보기술(IT)·산업 기사들을 살펴보면 '아키텍처 고도화', '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문 용어가 별도의 설명 없이 빽빽하게 이어지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신문과 방송은 국민 모두에게 정보와 알 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매체다. 그렇다면 기사에는 왜 여전히 일반 독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와 외래어가 지속적으로 쓰이는 걸까? 기자는 기사를 쓸 때 '정확성'과 '이해하기 쉬움'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단어를 선택할까. 현직 신문·방송 기자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 속 언어에 담긴 현실적인 고민과 언론의 역할을 짚어봤다.
정확성 대 순화… "쉬운 표현 원칙" vs "정확한 용어 우선"

전문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는 쉬운 우리말 표현을 몰라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용어를 임의로 바꾸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의미 왜곡이나 법적·학술적 오해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체의 특성과 기자의 시각에 따라 용어 선택의 우선순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와이티엔(YTN) 김주영 기자는 "기사를 쓸 때 원칙은 바꿔 쓸 수 있는 단어라면 되도록 쉽게 풀어쓰는 것"이라며 독자의 알 권리와 전달력을 강조했다. 다만 김 기자는 "법조 용어처럼 전문적인 영역의 단어는 바꾸기 어렵고, 임의로 순화하려다 뜻 자체가 달라질 위험이 있다"며 쉬운 표현을 쓰려고 하지만, 의미 전달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반면 한겨레 김경욱 기자는 용어 자체의 정확성을 우선에 둔다. 김 기자는 "경제나 법률 등 전문 분야는 용어를 개인 주관으로 바꿀 경우 더 큰 혼선을 줄 수 있다"며 "대신 ‘칩플레이션(반도체를 뜻하는 칩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처럼 용어를 그대로 쓰되 뒤이어 괄호나 문장으로 쉬운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경욱 기자 역시 '집행정지 신청 일부 인용'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로, '기소했다'를 '재판에 넘겼다'로 바꾸는 것처럼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용어는 적극적으로 순화한다고 밝혔다.
외래어 오남용 지양… 고착된 용어는 수용하되 우리말 사용 노력 이어져야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음에도 외국어가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현장의 시각은 다양하다. 방송 매체인 와이티엔(YTN)의 김주영 기자는 "매체 차원에서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고집하거나 선호하는 경향은 없다"면서도 "기술이나 산업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 용어는 현실적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신문 매체로서 한글 사용에 오랜 역사를 가진 한겨레의 김경욱 기자는 외래어 수용 기준에 대해 "과거 '프리킥'을 '자유차기'로 바꿔 쓰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이미 고착된 외래어를 억지로 한글로 풀어 쓰면 오히려 독자에게 더 어색하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처럼 이미 대중화되거나 업계 표준이 된 외래어는 표기를 유지하되 그 의미를 명확히 풀어주는 것이 독자의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길이라는 뜻이다.
'중2도 이해하는 언어'… 독자 눈높이에 맞춘 언론의 역할
그렇다면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기사의 언어'는 무엇일까. 김경욱 기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쓰는 것이 언론의 본래 역할이며 좋은 기사의 언어는 중학교 2학년 학생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가 외면하는 기사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전문성을 보존하기 위해 정확한 용어를 지키는 노력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우리말로 바투 다가서려는 노력은 언론이 동시에 가져가야 할 과제다. 친절한 부연 설명과 직관적인 표현을 고민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정확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좋은 기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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