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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3기] 학교 앞은 영어 간판 천국일까? 숙명여대 주변 상권 언어 실태를 살펴보다 - 13기 조민하

by 한글문화연대 2026. 8. 25.

학교 앞은 영어 간판 천국일까? 숙명여대 주변 상권 언어 실태를 살펴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13기 조민하
chloe0211@naver.com

 


학교를 오가며 가장 자주 마주하는 것은 건물도, 버스도 아닌 간판이다.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간판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언어 사용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대학가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돼 있어 새로운 언어 사용이 빠르게 나타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에 숙명여대 정문과 후문 일대 상권을 직접 걸으며 간판에 어떤 표기 문자(한글, 로마자)와 어휘(한국어, 외국어)가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이번 조사는 음식점, 카페, 빵집, 병원, 미용실, 편의시설 등 총 61개의 간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한글로만 표기한 간판은 36개(59%), 로마자(영어)로만 표기한 간판은 24개(39%), 한글과 로마자를 함께 사용한 간판은 1개(2%)로 나타났다. 숫자만 보면 한글 표기 간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간판의 어휘를 자세히 살펴보니 문자 표기 결과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마자(영어, 외국어)만 사용하는 간판은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LUDA BREAD', 'MILKYPRESSO', 'BE MEAL BAKERY', 'NO MORE PIZZA', 'BAKEAT', 'PRINT IT', 'BARBIE RIBBON', 'MONDAY PICNIC' 등은 상호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었다. 또 ‘STARBUCKS’, 'A TWOSOME PLACE', 'MEGA COFFEE', 'BASKIN ROBBINS', 'MOM'S TOUCH'처럼 전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시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카페나 빵집 업종에서 영어 상호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행복은간장밥', '면식당', '김밥천국', '봉선화, 물들이다', '골목식당', '대한민국의원', '말죽거리 꽈배기', ‘청파치과’처럼 한글을 중심으로 한 간판도 적지 않았다. 이름만 봐도 어떤 음식을 판매하는지, 어떤 업종인지 쉽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지역 이름이나 우리말 표현을 활용한 간판에서는 친근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상호 자체가 하나의 안내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관적인 정보 전달을 돕는 한글 간판의 강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글 간판이라고 해서 모두 고유어나 한자어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한글 표기 간판 속에도 외래어나 외국어가 생각보다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버스컵떡볶이'의 '버스(bus)'와 '컵(cup)', '청파동커피'의 '커피(coffee)', '숙명카피사'의 '카피(copy)', '레드고구마붕어빵'의 '레드(red)', '킹스컵밥'의 '킹(king)'과 '컵(cup)'처럼 영어 어휘를 한글로 소리나는 대로 적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미스터카츠', '민중의파스타', '에그맛있다', '번쩍피자', '젤루야플라워'와 같이 우리말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한 경우도 제법 눈에 띄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자로서 ‘한글’을 사용한 간판이지만, 실제 언어(어휘)는 외국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글이라는 표기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우리말보다 외래어 및 외국어를 선호하는 상호 작명 방식이 이미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어 등 외국어 상호가 늘어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외국어 상호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쉽고,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도 효과적이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나 온라인 검색에서도 눈에 잘 띄고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숙명여대 주변에서도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 빵집에서는 영어 상호를 로마자로 표기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DEAR FINE', 'ATYPICAL', 'COTTON'처럼 로마자 표기의 영어로만 적힌 간판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나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가게인지 쉽게 알기 어려웠다. 음식점인지, 카페인지, 의류 매장인지 상호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물론 외국어 상호나 로마자 표기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대학가는 외국인 학생과 관광객의 방문도 많은 공간이며,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다. 다만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 표기를 함께 병기하거나 업종을 설명하는 한국어 문구를 덧붙인다면 정보 전달과 브랜드 이미지를 모두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숙명여대 주변 상권은 학생뿐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자가 공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 환경 역시 중요하다. 매일 지나치는 간판 하나에도 언어문화와 문자 사용의 변화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이번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말과 외국어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정보 전달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간판 문화가 앞으로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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