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우리말’, ‘우리글’은 피어났다 (1) 역사 편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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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되새기는 일제 탄압 속 언어 수호의 기록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1945년 8월 15일, 한국의 독립을 알리는 소리가 한반도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 함성이 “대한 독립 만세”가 아닌 “かんこく どくりつ ばんざい(칸코쿠 도쿠리츠 반자이)”로 불릴 뻔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실제로 일제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뿌리 뽑아 식민 통치를 극대화하고자, 일제강점기 내내 조선어와 한글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요했다. 이러한 언어 억압은 이른바 ‘민족 말살 통치’가 단행된 1930~40년대에 극에 달했는데 조선어 수업 폐지와 일본어 필수 과목 지정,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한글 신문 강제 폐간,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씨개명 강요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일제의 가혹한 탄압 정책 속에서 우리 선조들은 민족 정체성을 수호하겠다는 이념 아래 ‘우리말’, ‘우리글’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1900년대 애국계몽운동에서 시작된 ‘국권 회복’ 정신은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실력양성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었다. 1920년대에는 한국어 교육과 한글 보급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우리 손으로 우리 대학을 세우자"는 구호 아래 민립대학 설립 운동이 전개되었다. 비록 일제의 방해로 결실을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글’과 ‘우리말’을 교육하고자 하는 열망은 그대로 이어져 1930년대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으로 번져나갔다. 동아일보의 주도하에 학생들은 방학마다 전국 농촌으로 내려가 한글 교재를 나누어 주며 밤마다 야학을 열었다. 브나로드 운동은 단순한 문맹 퇴치를 넘어 일제의 언어 탄압에 맞선 하나의 독립운동이었다.

선조들의 투쟁은 교육에 그치지 않았다. 한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록’하는 일 역시 일제의 감시 속에서 추진되었다. 그 기틀을 놓은 이가 바로 국어학의 선구자 주시경 선생이며, 그의 제자들은 ‘조선어연구회’를 결성해 1926년 오늘날 한글날의 시초인 ‘가갸날’을 제정하고 한글 잡지를 편찬하는 등 노력을 이어갔다. 이 정신을 계승한 ‘조선어학회’는 본격적인 국어사전 편찬을 시작했다.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외래어 표기법’을 연속해 제정하며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바른 한글 표기의 기틀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운동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말모이(말을 모아 만든다) 작전’이다. 전국 각지의 이름 없는 민중들이 사투리와 옛말을 적어 보냈고, 이렇게 수집된 단어 카드는 무려 13만 장에 달했다.
이후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민중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은 단어들을 가지고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전 완성을 앞둔 1942년,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민족주의 단체로 몰아 학자들을 대거 체포하고 13만 장의 원고를 압수했다. 이렇게 조선어학회는 사실상 해체되는 듯했으나 광복 이후 ‘한글학회’로 되살아났다. 이는 영영 유실된 줄 알았던 원고들이 서울역 창고 구석에서 극적으로 발견되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조선말 큰사전>은 1947년 10월 9일 한글날, 마침내 제1권이 발간되었다. 이후 1957년 총 6권으로 완간되었으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국어사전>의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쓰는 한글맞춤법 역시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한국어’와 ‘한글’은 사실 선조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으로 지켜낸 값진 유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가는 듯하다. 영어가 더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매장 간판과 노래 가사, 브랜드명 등에서 우리말을 스스로 지워가고 있다. 이에 더해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는 않겠다)’,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와 같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과도한 줄임말과 ‘뷁’, ‘외 안되’처럼 맞춤법을 완전히 파괴한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광복절이 있는 8월만이라도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우리 말’과 ‘우리 글’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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