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도 자격시험이 된다, 한국어 자격증 네 가지 톺아보기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3기 이수빈 기자
bingsu@dankook.ac.kr
한국방송(KBS)한국어능력시험부터 토픽까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말글의 뼈대를 바로잡다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이라는 인정 역량을 쌓기 위해 분주한 시기로 기억된다. 외국어와 컴퓨터 자격증은 취업의 필수 공식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한국어 관련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도 눈에 띄게 보인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환경의 확산으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우리말을 능숙하게 다루는 일은 기본기를 넘어 개인의 가치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① 우리말 문화 전반에 교양을 담다, 한국방송(KBS)한국어능력시험
한국방송(KBS)한국어능력시험(이하 한국어능력시험)은 국가 공인의 검정시험으로, 언론사나 공공기관 등에서 채용 시 우대 가산점으로 활용되며 잘 알려져 있다. 이 시험은 단순한 암기력을 넘어 언어의 4대 기능인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과 더불어 정확하고 풍부한 언어 사용을 위해 창안, 국어문화 영역으로 구성된다.

시험을 자세히 보면 120분 동안 총 100개의 객관식 문항을 풀게 된다. 대입 수능 국어 영역 시험이 긴 지문을 읽어내는 독해력 중심이라면 한국어능력시험은 바른 우리말 사용을 위한 문법(어휘·어법)의 비중이 훨씬 높다. 어휘·어법 영역에서는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이해 능력을 측정한다. 또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범교과적 제재를 활용해 읽기 능력을 평가하고, 실제 뉴스와 강연 등을 활용한 듣기 평가도 진행된다. 나아가 속담과 고사성어, 수사법을 묻는 표현 영역과 국어학과 국문학 지식까지 국어 문화 영역으로 폭넓게 다룬다.
방대한 영역을 평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외국어 시험이 주로 의사소통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국어 시험은 이를 넘어 우리 언어 문화 전반의 교양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 시험을 치러 본 수험생은 빽빽하게 등장하는 낯선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암기 벽’에 부딪히곤 한다. 막막함 속에서도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심코 지나친 우리말의 다채로움을 새롭게 마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② 공공언어 바로잡아 명확히 소통하려면, 한국실용글쓰기검정
한국실용글쓰기검정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인하고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가 발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 시험이다. ‘국어사용을 촉진하고 국어 발전을 위한 기본을 마련한다’라는 국어기본법의 취지에 발맞춰, 경찰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채용과 승진 가산점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이 시험은 일상과 일터에서 마주하는 실무 글쓰기에 집중한다. 총 39문항으로 구성된 시험은 크게 4가지 영역을 아우른다. 글의 구상부터 고쳐쓰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글쓰기 원리’, 기안서·품의서·보고서·기획서·보도문 작성 등 직무 능력을 평가하는 ‘글쓰기 실제’, 직업기초 문해력을 묻는 사고력, 그리고 저작권과 인용 예절을 다루는 글쓰기 윤리까지 실무에 필요한 내용들로 채워진다.
박귀수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 이사장은 누리집을 통해 “올바른 국어사용이 더 큰 가치와 문화를 창조한다는 신념으로 사회, 경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실용글쓰기 검정은 복잡한 공공언어를 바르게 다듬고 일터에서 명확한 소통의 가치를 세워나가는 실질적 언어 훈련의 장이 돼 준다.
③ 평생교육으로 모국어의 뼈대를 단단히, 국어능력인증시험(ToKL)
국어능력인증시험(ToKL)은 변화하는 언어 환경에 발맞춰 국민의 국어 능력을 신장시키고 학교 교육을 넘어선 평생 학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개발된 국가공인 민간자격 시험이다. 출제 기관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은 올바른 국어규범 확립과 창조적인 국어문화 창출을 목표로 2001년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기관이다.
이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줄 아는 총체적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데 있다. 이해와 표현의 모든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심화함으로써 개인적 창의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주니어토클(J-ToKL)을 함께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국어 능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낸다. 말하기·읽기·듣기·쓰기의 통합적인 의사소통 역량을 평가하며, 매체 자료와 다양한 보기 자료를 활용해 초중등 학습자의 종합적 문해력과 사고력을 입체적으로 측정한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은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독서를 바탕으로 한 평생교육적 사고를 지향하는 만큼 실제 학습과 진학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일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올라가는 성과로 활용되며, 논술과 서술형 평가 대비의 지침이 된다. 또한 학점은행제와 독학사를 통해 실질적인 학점 획득까지 가능하다. 공사와 공기업, 정부기관 채용과 승진, 언론사 입사 등에서 가산점 혜택으로도 널리 활용되는 국어능력인증시험은 우리에게 모국어를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닌 깊이 있는 사고와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는 도구로 바라보게 만드는 가치 있는 지침이 된다.
④ 세계 속 우리말글 열풍을 비추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의 약자로 앞선 시험들과는 결이 다르다. 교육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국립국제교육원이 시행하는 이 시험은, 주로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다. 1997년부터 시작해 작년 5월 100회 시행을 맞이했으며, 각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토픽은 전 세계적인 한국어 학습 열기에 발맞춰 응시자의 편의를 높이고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필 방식인 종이 시험(PBT) 외에도 올해 기준 17개국에서 컴퓨터 기반의 인터넷 시험(IBT)이 적극 도입·확대됐으며, 실제 소통 능력을 정교하게 검증하는 말하기 평가까지 체계가 확장됐다. 교육부의 ‘2026년 한국어능력시험 시행계획 발표’에 따르면 토픽 지원자는 2022년 35만 7,395명에서 2025년 9월 55만 3,237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며 세계 각국의 한국어 학습 열기를 증명하고 있다. 2025년 9월 말 기준 지필과 온라인 방식을 모두 포함한 한국어능력시험은 89개 국가의 총 368개 지역(국외 도시와 국내 시험장 기준)에서 치러질 만큼 세계적인 시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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