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은 맞는데, 왜 이렇게 어색하지? 생성형 인공지능 보고서 속 낯선 우리말
한글문화연대 13기 대학생기자단 이수빈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 한 번쯤 본 듯한 문장이다. 문법적으로 틀린 곳은 없고 내용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문장이 이어질수록 어딘가 딱딱하고 획일적으로 느껴진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자주 발견되는 문장들이다.
지피티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보고서와 자기소개서, 발표문 등 다양한 글을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작성하게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 안에 문장을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준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한국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표현과는 미묘하게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디에서 가장 티가 날까?
생성형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에서는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각각의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슷한 표현이 여러 문장에서 반복된다는 데 있다.
특히 보고서처럼 격식을 갖춘 글을 요청할수록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인공지능은 요구에 맞춰서 논리적이고 정돈된 문장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글 속에서 선택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썼을 때 나타나는 개성이나 자연스러움을 주는 약간의 굴곡이 있는 문장들이 없다. 결국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읽는 사람에게는 ‘인공지능이 쓴 것 같은’ 문장이 만들어진다.
인공지능의 한국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반복되는 표현에만 있지 않다.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 듯한 ‘번역체’도 한몫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라고 해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 굳이 ‘~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덧붙이지 않아도 된다.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와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다. 물론 필요한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문맥과 관계없이 반복되면 문장이 길어지고 딱딱해진다.
AI가 만들어내는 문장에는 이처럼 의미를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표현이 덧붙는 경우가 있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은 아니지만, 실제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써왔던 문장과는 거리가 생긴다.
문장 구조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장 역시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핵심인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문장 뒤쪽에 놓이면서 문장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새로운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주어와 서술어를 가깝게 두고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면 문장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피동 표현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문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문장 구조와 다른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식 관용표현이나 문법을 직역한 듯한 문장이 섞이면서 ‘한국어로 썼지만 한국어답지 않은’ 문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우리말을 지켜야 할까.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더 읽으며 자신의 언어로 다듬는 것이다. “이 표현이 꼭 필요한가?”, “내가 평소 이렇게 말하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말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의 언어까지 맡길 필요는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문장을 만들더라도 마지막 표현을 선택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말을 지키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문장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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