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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매일경제, "여기는 한국이라고!"를 읽고-조은솔 대학생기자단2기

by 한글문화연대 2015. 4. 23.

①기사제목: 여기는 한국이라고!
②언론사: 매일경제
③날짜: 2015.03.02
④기자 이름: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200095

 

평소 커피를 혹은 카페에서 음료를 즐겨 마시는 이라면 주문대 앞에서 한 번쯤 주문처럼 외워보았을 유명 커피 전문점의 음료 주문법이다. 세 문장 정도의 주문 내용 안에는 그린티부터 업그레이드, 사이즈, 커스텀과 같은 영어가 가득 들어있다. 카페 문화 자체가 서양에서 들어왔기에 그 안에서 다양한 외래어가 사용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우리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영어를 너무나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영어를 모르는 이에겐 저 주문은 대체 무엇을 주문하고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외계어로 들릴 터이다.

 

2~3년 전부터 인터넷에서는 ‘보그병신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에 비하를 뜻하는 비속어 ‘병신’을 결합한 말로, 한글 대신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쓴 뒤 조사만 가져다 붙인 괴상한 문체를 일컫는 말이다. <보그>를 비롯하여 다른 유명한 라이센스 패션잡지의 한국어판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글쓰기는 우리의 언어사용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영어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남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언어의 기본적인 역할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스프링 시즌의 릴렉스한 위크앤드 블루톤이 가미된 쉬크하고 큐트한 원피스는 로맨스를 꿈꾸는 당신의 머스트 해브…’ 앞서서 이야기 했던 ‘보그병신체’의 실제 문장이다. 패션에 많은 관심을 가진 독자라고 하더라도 잡지에 쓰인 이 문장이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패션을 전공하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저 문장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은 북경에서의 첫 날, 너무나 뜨거운 대륙의 7월 뙤약볕을 참을 수 없던 나와 친구들은 얼음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어가 평소처럼 즐겨마시던 음료를 주문하려고 했다. ‘녹차 맛 프라푸치노’를 주문하던 내게 점원은 자신들은 ‘프라푸치노’라는 음료를 팔지 않는다는 대답을 했고 몇 번의 대화 끝에 음료 차림표에서 사진을 손으로 짚어 보여주고 나서야 원하던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음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날에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면서 ‘케첩’을 조금 넉넉하게 달라고 이야기 했더니 점원은 도리어 ‘케첩’이 무엇이냐며 내게 물어왔다.

 

지나친 영어의 사용이 씁쓸하게 느껴질 때면 나는 중국에서의 저 특별한 경험이 불현 듯 떠오른다. 여행기간 내내 어쩌면 중국의 수도에서 그것도 외국계 기업의 프렌차이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자신이 파는 음식의 이름조차 모르냐고 투덜거린 기억은 몇 년 뒤 중국인 친구가 해주었던 답변을 듣고 나서야 부끄러운 감정으로 바뀌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들을 지칭하는 외래어 대신 적당한 새로운 중국어 단어를 만들어 생활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케첩’이 아닌 ‘토마토장’(된장이나 춘장과 같이 토마토로 만든 장이라는 뜻)이라 주문해야 우리가 아는 ‘케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의 방법이 무조건 옳고 외래어가 다 나쁜 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런 중국 정부의 결정아래 만들어진 중국인들의 언어생활 속에서는 그 어떤 이들도 ‘캐첩’이 ‘토마토로 만들어진 장’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고 쓰는 것이 당연해지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한글문화연대의 대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우리말 우리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3월의 첫 기사소감문을 쓰기 위해 찾아보았던 수많은 기사들은 지금 우리의 땅에서 우리의 말과 글이 얼마나 홀대받는지 알게 되면서 망치로 머리를 ‘쾅’하고 얻어맞은 듯 했다. ‘여기는 한국이라고!’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나타나듯 우리는 한국이 아닌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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