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병기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주신 글을 페이스북에서 발견했습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동의를 받고 페이스북에 있는 안재영님의 글을 옮깁니다.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안재영/5월 2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하자는 방안이 놀랍게도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네요. 이미 국내 일간지를 포함한 사회전반이 폐기한 한자 병기를 정부가 나서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부활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논리에 오도된 역사적 실책이 될 것입니다.
한 국가와 민족의 문자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가장 적합하게 설계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으며, 더우기 우리는 세계가 인정한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문자체계, 정보화 사회에 가장 효율적인 진보된 문자 체계인 "한글" 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구시대의 문자인 한자를 병기하려 한다니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자 어휘는 이미 국어에 동화되었으며, 한글로 표현하고 사용하여도 큰 불편함이 없도록 관습화 되었습니다. 이들의 원형은 "고전"이나 "한문"등의 과목을 통해 그 어휘의 유래와 고전 문학, 또 국어화 과정을 공부하도록 하는 심화학습의 영역에 두는 것이 맞지, 세계 최고의 자질표음문자인 한글의 진보성을 배우고 교착어의 장점을 극대화한 아름다운 우리말을 습득하여 한국어를 세계로 미래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초등학생들에게 국어의 일부로 한자를 강요하면 안됩니다.
한자는 비능률적인 표의문자이며, 쓰고 읽기 어렵고, 동음이의어를 양산하고, 시각적으로 언어적으로 한글과 다른 문자체계입니다. 상이한 문자체계를 같은 문장에 섞어 쓰는 것은 개인들 간에는 취향일 수 있으나, 국가가 공식적으로 시행한다면 문제가 다르며, 공식적으로 자국의 문자체계가 미비함을 선언하는 것과 같습니다.
발음 정보가 없는 한자를 한글로 읽으며 복잡한 한자로 다시 써서 두번씩 기입하는 비효율을 감수하지 말고, 차라리 좋은 우리말 어휘를 발전시켜 어려운 한자어휘나 동음이의어를 대체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민족과 세계의 미래를 위하는 길입니다.
정보화 사회에 최고의 능률을 자랑하는 한글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굳이 크게 불편하지도 않은 한자 어휘 사용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정보화 능률 최하위인 한자를 같이 쓰자고 주장한다니, 세종대왕께서 가지셨던 선견지명을 다시 되돌이켜 볼 일입니다.
5월 3일
고립어인 중국어에 적합하게 발전한 한자 단어를 국어와 섞어 쓰면 교착어인 한국어에 필요한 어미 부분을 한자 어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진보성을 학습하고.." 식으로 쓰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점점 한글 부분은 조사로 전락하고 어간에 쓰는 한자의 개념조립 활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고립어의 수단을 빌어오게 되는 것이지요. 과거 어느시대, 우리말과 안맞는 남의 글씨를 빌어쓰던 때에 그렇게 썼더랬지요. 그러다 결국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정도의 문장을 쓰게 되면, 어렵게 되찾은 민족의 문화유산, 세계 최고의 문자 체계와 그속에 담긴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는 다시 오래전, 식민 사대주의 시대의 홀대받는 처지로 되돌아 가는 것입니다.
5월 4일
모든 국민에게 시민으로써의 기본자질에 대해 의무교육을 시켰으면, 모든 시민이 읽고 쓰는데 불편함이 없는 사회공통의 언어와 문자가 교육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그러나 한자를 교육시키면 반드시 "누구는 잘쓰고 누구는 잘 못쓴다"는 차등이 발생합니다. 한글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기본적인 사회소통의 보편적 도구가 완벽하게 보급되는 것입니다.
한자는 중세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보급된 이후 철학, 문학, 종교등 삶의 개념을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국어 어휘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치 영어와 라틴어의 관계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어휘들은 국어에 편입되면서 주로 "어려운 어휘" 나 "조어력" 같은 영역에 기여했고, 아직도 우리말을 고도화 시키고 잘 사용하려면 한자가 필요하다는 기대감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개념의 어휘" 는 배경이 되는 고전 원문의 이해를 통해 배우는 것이 크지 한자의 자형을 통해 배우는 것은 미미합니다. 그리고 "조어력" 이라는 것은 한글화된 한자 어휘를 잘 사용하여도 대부분 가능하며, 굳이 사자성어를 새로 만든다던지하는 일부의 취향은 일종의 전문성으로 치부해도 무방할 정도로 일반 시민에게는 보편적이지 않은 일입니다.
또 근대 이후 중국 주도의 문화와 언어가 주는 신개념은 미미하여, 영어와 정보통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중국문자의 조어력을 의지하겠다 함은 결국 "우주시대의 말 달리기" 같은 취미생활이지, 기술과 사회의 주력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서구에서 유래한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사회발전을 따라잡고 있으며, 나아가 선두 그룹으로 나선 상태인데, 이 과정 중 한글의 효율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는 중입니다.
영어는 굴절어 출신, 중국어는 고립어, 한국어는 교착어. 모두 완전히 다른 언어들입니다. 전 세계 15대 경제 대국 중 고립어 사용국은 중국 하나. 굴절어 출신은 12 개국(인도는 혼성). 교착어는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이 중 일본은 한자와 영어 어휘를 보편적으로 사용 하므로 이젠 교착어라고 하기도 민망한 혼합된 언어생활이 만연합니다.
결국 전세계 교착어 중 우리 한국어가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 남아 발전하고 있으며, 전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과 함께 언어 문화 강국/종주국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는 중 입니다. 교착어의 장점과 아름다움도 역시 세계 최선단으로 창달되고 있다고 봐야지요. 차제에 나 자신 부터, 우리 고유의 언어를 잘 사용하도록 노력했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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