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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복수 표준어의 확대로 언어 현실 반영해야-이소영 대학생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5. 6. 2.

복수 표준어의 확대로 언어 현실 반영해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2기 이소영 기자
(lovely3137@daum.net)

 

복수 표준어 인정, 대중들의 환호를 받다

 

2011년 8월 마지막 날, ‘짜장면’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는 거사가 있었다. 한동안 누리꾼들은 ‘짜장면’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고,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서도 ‘짜장면’의 검색 순위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자장면’이라고 어색하게 발음해야 했던 불편한 상황이 줄어들어 다행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 후 2014년에 또 다시 ‘삐지다(삐치다)’ 외 12개 항목이 복수 표준어로 추가 인정되었고, 이때에도 대중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새로 인정된 표준어들은 많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이미 표준어만큼이나 혹은 표준어보다 더 익숙해진 단어들이 사전에는 비표준어로 등재되어 있었고, 대중들은 이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했던 시점에 복수 표준어 인정은 대중들의 환영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달라지면 언어도 변한다. 그로 인해 기존의 표준어 규정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사이에 괴리가 생겨났고, 대중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던 중 국립국어원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비표준어를 복수 표준어로 두 차례 추가 인정하면서 표준어 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새로 추가된 표준어 항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선정 과정은 어떠한지, 그리고 복수 표준어 추가 시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2011년 인정된 복수표준어 39개2011년 인정된 복수표준어 39개2014년 인정된 복수표준어 13개2014년 인정된 복수표준어 13개

 

복수 표준어 선정 과정

 

대응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들도 있었지만, 기존 표준어 규정에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는 것은 그리 쉽고 빠르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문 규범 원칙과 실제 사용 사례들을 오랜 기간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준어 규정에 변화가 생기면 각종 출판물이나 방송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복수 표준어 선정 절차복수 표준어 선정 절차

 

복수 표준어로 선정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보면 이렇다. 우선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비표준어로 처리되어 있는 단어들에 대해 국립국어원이 ‘어휘 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사전은 물론 표준어 관련 실용서적들을 검토하고 성인남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시행한다. 이후 국어심의회에서 복수 표준어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한 끝에야 비로소 비표준어가 표준어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표준어로 추가 인정된 단어들은 국립국어원 누리집과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하지만 복수 표준어의 무조건적인 확대는 자칫하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단순히 그 양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기보다 단어 선정 시 대중들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더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들이 오히려 어휘 선택에 혼란을 겪는 상황이 일어나 복수 표준어를 정하는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립국어원과 심의회는 복수 표준어 결정을 매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문법적 혼란은 줄여야

 

최근 대중들의 의견에 따르면, 2011년과 2014년에 더해진 표준어 외에도 ‘주꾸미-쭈꾸미’, ‘인마-임마’, ‘예쁘다-이쁘다’, ‘바라-바래’ 등과 같은 단어들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어휘라고 해서 무작정 표준어로 인정했다가는 문법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바라다’의 활용형인 ‘바라’보다 ‘바래’가 더 입에 달라붙는다는 이유로, ‘바래’를 불규칙활용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있다. 그렇지만 ‘바래’를 인정하면 ‘자라다’의 활용형인 ‘자라’와 함께 ‘자래’도 추가로 인정해야 하는 등 문법상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복수 표준어 안건에 올린다면 심의회는 어떻게 다룰지 궁금한 사안이다.

 

대중이 사용하는 말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를 적극 반영하여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표준어 규정에 새로운 변화를 준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대중들도 그 노력을 알기 때문에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되던 날 그렇게 기뻐한 것이 아니었을까. 기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대중의 언어 현실을 규범에 최대한 반영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는 복수 표준어 인정 제도를 좀 더 확대해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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