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말 파괴, 다른 반응 - 김현규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6.

우리말 파괴, 다른 반응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현규 기자

kim00294@naver.com

                

최근 사람들 사이에 유행했던 말.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이 말은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를 발음 나는 대로 글자로 표기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을 연예인, 아기, 성인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인증영상을 통해 보여주었다. 반응은 ‘너무나 귀엽다.’, ‘나도 써야겠다.’ 언론 매체에서도 이런 반응을 받아 적기 바빴다. 누가 이 말을 따라 했고 그것을 들은 사람의 반응은 어땠다가 전부다. 반응이 긍정적이자 너도나도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글자를 비슷한 글자로 대체하여 쓰는 신조어도 있다. ‘멍멍이’는 ‘댕댕이’ ‘귀여워’는 ‘커여워’가 대표적인데 디시인사이드라는 인터

넷 공간의 ‘야구갤러리’라는 게시판에서 시작한 말이다. 이 말은 지금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정도로 인터넷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분명 우리말 파괴이며 한글파괴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다른 우리말 파괴의 예로 ‘보그체’가 있다. 이 문체에 대한 반응 대부분이 ‘우리말 파괴가 심각하다’였다. 그리고 우리말을 쓸 수 있는데도 외국어를 발음 나는 대로 적었다는 것에 대해 지적하였다. 이것은 보그체의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엣지 있게”는 트렌드 세터로 손꼽히는 셀러브리티 김혜수가 드라마 스타일에서 당당하게 어필한 페이버릿 익스프레션.“


문장이 이해하기 어렵고 쓸데없이 외래어가 많이 들어가 있어 읽는 것 자체에도 거부감이 든다. 이 문체는 패션잡지의 선두주자인 보그가 많이 사용하면서 이런 문체를 ‘보그체’라고 하게 되었는데 심하게 ‘보그병신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두 가지의 상황을 보면 무엇인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하나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많은 사람이 따라 하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우리말 파괴에 심각성을 지적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답은 공감에 있다.

 

‘나 꿍꼬도 기싱꿍꼬또’와 같은 말은 쉽게 사람들이 이해하고 그 말의 재미를 찾는다. 그리고 쉽게 따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귀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그것을 따라 하는 장면을 찍어 인증영상이나 인증사진으로 누리소통망(SNS)에 올렸고 역시 비슷한 반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보그체는 그렇지 않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올

수도 없으며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어 등을 발음 나는 대로 옮기는 작업은 확실히 일반 사람들이 따라하기도 힘들다. 쉽지 않은 것.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에 말하는 사람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뽐내는 것으로 느끼게 한다. 즉, 대중성이 없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보그체’로 인한 우리말 파괴는 외면을 받았다. 반면, 대중성을 가지고 긍정적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는 ‘기싱꿍꼬또’와 같은 말은 우리말 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무시하면서 받아들이게 한다. 

실제로 보그잡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 일부가 보그체 문체를 과장하여 더욱 우스꽝스럽게 따라 한 문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보그체를 조롱과 재미의 의미로 따라 했다. 보그체 자체로는 따라 하기가 거부감이 있었지만 조금 더 쉽고 흥미를 끌게 하니 우리말 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는 부분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티몬 광고의 ‘몬소리’ 광고의 의도 또한 그랬다. 직접적인 우리말 파괴를 이용하여 광고를 하였고 그것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흥미와 관심 그리고 참신성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성적으로 우리말 파괴에 대해 고민을 한 것이 아닌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잠깐의 재미 또는 잠깐의 흥밋거리를 찾고 있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진정 우리말 파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려면 이런 흥밋거리에 가려진 우리말 파괴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