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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방송 프로그램에서 계속 발생하는 맞춤법 오류 문제… 이대로 괜찮은가? - 조수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9.

방송 프로그램에서 계속 발생하는 맞춤법 오류 문제… 이대로 괜찮은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조수현 기자

aumi32@naver.com

 

 

 ‘정말로 날 좋아한 거라면 나 어떡해야 되요?’ 
수지∙김우빈 주연의 KBS2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메인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구가 논란이다. 문구는 얼핏 봤을 때 이상할 것 없어 보이지만 한글 맞춤법상 ‘되요’가 아닌 ‘돼요’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되’는 ‘되다’의 어간으로 용언의 뒤에는 ‘-요’라는 보조사가 바로 붙을 수 없으므로 ‘되어’가 줄어든 형태인 ‘돼’를 사용해 ‘돼요?’라고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앞서 크게 흥행한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보다 약 5만 달러 더 비싼 판권에 판매되어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두 한류 스타가 출연하여 이미 세간의 관심이 주목된 작품이며 한국을 대표하며 수출까지 된 드라마이기에 맞춤법 망신이 아쉬움을 더욱 불러일으킨다. 

‘오빠 빨리 낳으세요’부터 ‘어의없다’ 까지, 일상적인 맞춤법 실수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물론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틀렸음을 인식한 이후에 바르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인 일이고 의미 있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실수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크다. 그것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2)에서 일어난 일이니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국민의 국어 사용 능력을 높이고 국어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기 위해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곳 아닌가. 조금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전에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함은 틀림없다.

방송 프로그램 및 영화에서 다른 의미의 맞춤법 논란도 여러 번 있었다. ‘몰라서 틀린 맞춤법 실수’가 아니라 극 중 전개내용 및 등장인물의 특이성을 고려해 일부러 ‘창의적인 표현’을 만들 수 있느냐에 문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2012년 문채원∙송중기 주연의 KBS2 드라마 ‘착한 남자’도 원래는 아이의 지능으로 돌아간 여주인공의 맞춤법 실수에서 창안해 낸 ‘차칸 남자’라는 제목이었다. 논란 끝에 ‘착한 남자’로 표기 변경했지만 한 편으로는 지나치게 표현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라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다. 이미 영화산업이나 케이블 채널에서는 맞춤법을 파괴한 창의적인 프로그램 제목이 많다는 이유였다. 같은 해 한효주∙소지섭 주연의 영화 ‘반창꼬’는 반창고를 반창꼬로 표기했다며 논란이 있었으나 그대로 개봉했다.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과 공효진 주연의 ‘미쓰 홍당무’도 정확한 맞춤법 표기는 ‘마라톤’과 ‘미스 홍당무’가 맞다.

 

창의적인 표현을 앞세워 정확한 맞춤법을 사용하지 않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티브이엔(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빠스켓 볼’ ‘우와한 녀’ 등 맞춤법에서 살짝 어긋나는 제목 짓기는 티브이엔 프로그램에서 자주 보인다. ‘우아한’이 아닌 ‘우와한’, ‘바스켓 볼’이 아닌 ‘빠스껫 볼’이며, ‘식사’가 아닌 ‘식샤’이다. 단어가 바른 표기가 아니다 보니 제목을 놓고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 있지만 표기 변경을 하진 않았다. 케이블 채널 특성상 비교적 공중파 채널보다 개성과 다양성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었다.

 

여러 번의 맞춤법 표기 논란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지적과 관심이 지나치게 표현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고 이해할 수 없는 표현으로 인해 상호 소통이 안 되는 등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너무나도 쉽게 맞춤법 실수를 하고, 공공장소인 공원 안내 표지판도 틀린 맞춤법으로 표기되어 있다. 길거리에서는 한국어 간판을 찾는 것이 어렵게 된 지 오래다. 잦은 외국어 사용으로 10분 동안 외국어 안 쓰고 한국어만 쓰기 게임이 생기고 한글 맞춤법 게임인 ‘맞춤법 지킴이’까지 나왔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가 올바르고 정확한 우리말 문화를 사용하면서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외국어보다는 한국어를, 옳은 맞춤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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