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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사리'와 '개비' [아, 그 말이 그렇구나-19] 성기지 운영위원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 2013. 12. 5.
언니와 아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 2013. 12. 5.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 성기지 운영위원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 2013. 11. 21.
잠에 관한 우리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6] 성기지 운영위원 초겨울로 들어서면서 해오름이 늦어져 새벽잠이 깊어진다. 새벽이 되어도 창밖이 어두우니,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겨울은 깊은 잠이 그리운 계절인가 보다. 잠 가운데 으뜸은 ‘꽃잠’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서는 ‘꽃잠’을 “신랑 신부가 첫날밤에 함께 자는 잠”이라고 황홀하게 그려놓고 있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깊이 든 잠”이다. 깊이 잠들어야 건강한 법이니, 꽃잠은 말 그대로 건강의 꽃이다. 이 꽃잠보다 더 깊이 잠드는 것을 ‘왕잠’이라 한다. “아주 오래 깊이 드는 잠”이란 뜻이다. 첫 휴가 나온 아들이 꼬박 스물네 시간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서는 아까운 하루를 까먹었다고 징징댄다. 그것이 왕잠이다. 이 왕잠보다도 더 깊이 잠들.. 2013. 11. 14.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15]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 2013. 11. 6.
걸고 끼고 쓰고 차는 것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몸을 치장하는 액세서리를 한자말로는 장식물이라 하고 순 우리말로는 치렛거리라고 한다. 우리 몸의 일부에 착용하는 치렛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목걸이와 귀고리, 팔찌, 시계, 반지와 같은 것들이다. 얼굴에 달거나 목에 끼우는 것은 ‘걸다’라고 하기 때문에, 귀에 다는 귀고리라든지 목에 끼우는 목걸이는 모두 ‘귀고리를 걸다’, ‘목걸이를 걸다’처럼 ‘걸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흔히 “예쁜 목걸이를 한 사람” 또는 “금목걸이를 찬 사람” 이렇게 ‘목걸이를 하다’, ‘목걸이를 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걸다’가 바른 표현이다. 목걸이와는 달리, 귀고리의 경우에는 ‘귀고리를 걸다’와 ‘귀고리를 끼다’가 모두 맞다. 귀에 구멍을 뚫어서 그.. 2013. 10. 31.
11월 첫째 주 목요일은? [아, 그 말이 그렇구나-13] 성기지 운영위원 날씨가 추워졌다. 어느덧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한 해 동안 소원했던 벗들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떤 만남이나 모이는 날을 약속할 때에 우리는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말을 흔히 쓰게 된다. 11월 달력을 펴보자. 금요일부터 1일이 시작된다. 자연히 8일은 '둘째 주 금요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째 주 목요일'은 7일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첫째 주' 목요일의 바로 다음날이 '둘째 주'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11월의 경우, 1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첫째 주' 목요일은 오지도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7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 주중에서 시작될 때, 그 주도 그 달의 한 주로 보느냐.. 2013. 10. 24.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12] 성기지 운영위원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로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회자가 귀빈을 청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귀빈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있다’를 ‘계시다’로 높이는 경우는 그 주어가 사람일 때에 한한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에서 ‘계시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인데, ‘말씀’ 자체가 높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존칭과 관련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가령,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에 대하여 말할 때, “과장님 아.. 2013. 10. 24.
‘가장’과 ‘너무’ [아, 그 말이 그렇구나-1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글자인 한글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해서인지 무엇이든 과장하기를 좋아해서 ‘가장’, ‘제일’, ‘최초’, ‘최고’ 등의 부사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을 쓰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낱말들을 남용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표현상의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이란 부사어는 ‘최고’, ‘으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 아래에서 오직 하나의 대상만을 가리킬 뿐이다. ‘가장’이란 말 뒤에 ‘~중에 하나’라는 말이 이어지면 앞뒤의 호응이 맞지 않게 된다. 이렇.. 2013.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