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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by 한글문화연대 2013. 11. 14.

[우리 나라 좋은 나라-9] 김영명 공동대표

 

한국 사람들은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 세상 여러 나라 사람들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중하위를 맴돌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들은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거나 아니면 바누아투, 부탄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북유럽 선진국들에서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인구 밀도가 낮아 사람들의 부대낌이 덜하고 민주주의가 잘 시행된다. 바누아투, 부탄 같은 나라들은 아직 문명의 때가 덜 묻고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 별로 없는 조그만 나라들이다.


그런데 바누아투, 부탄은 발음이 비슷하네. 우리도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부투민국으로 바꾸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려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도 다 안타깝고 답답해서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도에 비해 한국의 객관적 현실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무슨 소리냐? 청년 실업에 이념 갈등에 지역 갈등에 사회적 양극화에 우리처럼 살기 빡빡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 이런 항의가 금방 나올 줄 안다. 그러나 이런 점들에서도 우리나라가 특별히 열악하지는 않다. 실업율도 경제성장률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사회적 갈등이 많다고는 하나 정말 많은 나라들에 비하면 그다지 심하지 않다.


내가 우스개삼아 늘 하는 말인데, 영호남 갈등이 심하다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밤에 술 취해서 패싸움 벌였다는 소리를 내 육십 평생에 아직 못 들어봤다. 인종 갈등, 지역 갈등의 피나는 싸움이 벌어지는 수많은 나라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신주처럼 모시는 미국을 포함하여 말이다. 삶의 지표들이 못 잡아도 중상위는 간다.


그러면 무엇이 정말 문제일까?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객관적 현실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왜 우리는 불행하다고 느낄까?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고, 이혼율도 쌍벽을 이루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잘 놀지도 못하고, 기러기 아빠는 어제 죽고 고3 입시생은 오늘 죽는 이런 일이 왜 끊이지 않고 일어날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주류 사회가, 주류 인간들이 경쟁을 부추긴다. 모든 것을 경쟁으로 만들고 경쟁에서 뒤처지면 죽는다고 협박한다. 누가? 위에서 잘 나가는 인간들이다. 그러면서 “세계화 시대의 무한 경쟁”에서 뒤처지면 나라도 사람도 다 죽는다고 난리들이다. 자전거는 멈추면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달려야 한단다. 이처럼 잘못된 비유가 어디 있겠는가? 나라가 왜 자전거이고 사람이 왜 자전거인가? 우리 두 다리는 다행히도 멈추면 넘어지기는커녕 우리를 편안하게 쉬게 해준다.


2등은 없고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란다. 세상 그까짓 것이 뭐라고 그까짓 것이 기억 좀 안 해주면 무엇이 대수인가? 방송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의 성공 이야기들로 가득 찬다. “나는 이렇게 좌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참 장한 일이다. 존경의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당신들은 극소수의 인간들이다. 당신이 아닌 대다수 사람들은 당신처럼 그런 극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 왜?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이루지 못하는 성공을 해야 그것이 비로소 성공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성공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말이다.


  애당초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면 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거짓말하고 선동하지 말라. 특히 “성공”한 당신들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그럭저럭 살아간다. 우리가 행복해 하지 못하는 것은 끝없는 경쟁 속에서 성공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도 꼭대기에 서고 싶어 하는 극소수의 잘난 사람들, 또 그들이 만든 기업, 정부, 단체들이 자신의 성공과 세상 지배를 위해 극한 경쟁으로 우리를 내몰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기업이 산다고 하면서, 또 나라가 살고 기업이 살아야 당신이 산다고 하면서.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바누아투, 부탄 같은 나라들에서는 이런 경쟁과 성공 이데올로기가 우리보다 훨씬 약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행복하다. 사람들은 “성공”하지 않아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아니, 말을 잘못했다. 성공을 위해 무한 경쟁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다. 성공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야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한국을 오래 관찰한 어느 영국 언론인이 한국에 관한 책을 내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제 한국인들도 좀 멈추어서 샴페인도 마실 줄 알아야 한다.”였다. 샴페인은 좀 그러니 막걸리로 바꾸어 보자. 좀 멈추어서 막걸리도 마실 줄 아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삶이다. 그리고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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