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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김종영 미술관, 금보성 아트 센터

by 한글문화연대 2013. 11. 21.

[우리 나라 좋은 나라-10] 김영명 공동대표

 

한두 달 전에 시내 어느 곳에서 고갱 전을 한다기에 아내와 함께 보러갔다. 아니 보러가기 위해 나섰다고 해야겠다. 그런데 을지로 3가에 이르니 길이 막혀 차가 아예 움직이지 못했다. 토요일 저녁 무렵이어서 막힐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다 하다 못해 불법 유턴을 하여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나선 길이니 저녁이나 먹자 하여 근처의 냉면 집으로 갔다. 이름 하여 오장동 냉면이다. 젊었을 적부터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근처를 왔다 갔다 한 적은 많았지만 막상 들어가서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비빔냉면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빈대떡 이런 건 없고 그냥 냉면만 판다는 점이었다. 그것 하나로 수십 년 동안 승부를 걸어 왔으니 대단하긴 대단하였다. 맛이야 뭐 그냥 괜찮았다. 비슷한 집이 두세 군데 있었는데, 내가 들어간 집에 원조라고 적혀 있었다. 다른 데도 그렇게 적혀 있으려나?


을지로 3가에서 길이 안 막혔다면 오장동 냉면을 못 먹어 봤을테니 하늘이 오장동 냉면 먹으라고 우리에게 시혜를 베푼 모양이다. 고갱 그림이야 화첩이나 신문 같은 데서 수시로 보는 것이니 그것으로 대신하자. 고작 이런 것이 미술에 대한 내 관념이다. 미술학도들이여 용서해 주시길…


엊그제께 김종영 미술관을 다녀왔다. 도착하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그럴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준 거다, 하늘이. 하늘은 오장동 냉면에 이어 눈발까지 내게 선사했다. 그것도 내가 실내에 있을 때가 아니라 막 도착하여 옥외에 있을 때 말이다. 난 참 행운아인가 보다.


김종영은 1915년에 태어나서 1983년에 돌아가신 우리나라 조각계의 원로이시다. 미술에 조예가 별로 없는 내가 이 분을 아는 것은 그가 내 먼 친척이 되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의 친척 조카 되는 분인데 정확한 촌수는 잘 모른다. 그만큼 살아생전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어머니에게서 가끔 얘기를 들었고, 개인적인 일로 그분의 아들들을 한두 번 만났을 뿐이다.


그의 조각들은 일종의 추상 작품들로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조각품 자체보다는, 어차피 그건 잘 모르니까, 김종영 미술관의 규모와 고급스러움이었다. 3-4층짜리 독립 건물 두 개를 이은 상당히 큰 규모로, 매우 세련된 모습이었다. 개인 미술관이 이런 수준과 규모를 자랑하다니 놀라웠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제자들, 가족들이 돈을 모아 지었다고 한다. 그런 제자와 가족들이 있으니 참 복 받은 분이다.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문을 나서니 바로 앞에 ‘독도 민화 전’이라는 광고 막이 보였다. 들어가 보았다. 독도 민화보다는 다른 유화 그림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민화는 지하에 있고, 1층에 한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말을 듣고 보니 한글 자모들을 이용한 여러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뜻밖이었고 반가웠다. 하늘은 또 한 번 내게 시혜를 내렸다. 나는 또 한 번 복 받은 놈이다. 이 그림들을 그린 사람은 금보성이란 분인데, 몇 살인지는 모르겠고 비교적 젊은 분인 것 같았다.

 
그런데, 또 다시, 내가 놀란 것은 그림들 그 자체보다는 그 젊은 분이 자기 이름을 건 미술관을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조각 자체보다는… 그림 자체보다는…” 역시 난 천박한 놈인가? 어쨌든 금보성이 ‘금보성 아트 센터’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부러웠다. 또 “부러웠다”다. 직원에게 명함을 주면서 화가에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한글문화연대의 창설자가 한글 화가에게 관심을 가지니 앞으로 기회가 되면 알고 지내자고…


금보성 아트 센터는 개관한 지 얼마 안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김흥수 미술관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화가다. 그의 그림은 잘 모르고 아주 젊은 여인과 결혼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아 있다(지금은 그 분도 늙었겠지). 역시 천박한 미술 관념이다. 그런데 김흥수 미술관은 금보성 아트 센터로 바뀌기 이전부터 잘 운영이 안 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 활동적인 제자나 가족이 없었나 보다.


그래도 그런 까닭으로 금보성 아트 센터가 김종영 미술관 맞은편에 생기고, 김종영 미술관을 보러 갔던 김영명이 금보성 아트 센터에 들어가게 되고, 그런 까닭으로 한글 그림을 그리는 금보성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시혜라고나 할까? 역시 난 참 행운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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